[Z인터뷰] '밀정' 공유 ① "젠틀한 이미지? 앞으로도 단디 살겠다"
[Z인터뷰] '밀정' 공유 ① "젠틀한 이미지? 앞으로도 단디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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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너무 열일해서 힘들다"라는 말이 나올 법 했다. 그 하소연의 주인공은 바로 공유의 팬들이었다. 지난해 두문분출했지만 올해 '남과 여'로 시동을 걸더니 '부산행'으로 천만 배우에 등극했다. 그리고는 국내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는 김지운 감독의 '밀정'으로 관객을 만난다. 한 해에 영화 세 편, 팬들의 복에 겨운 볼멘 소리가 허튼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공유의 욕심도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극장을 찾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김은숙 작가의 신작 드라마 '도깨비'까지 촬영중이다. '부산행'이 엄청난 흥행을 했고, '밀정' 또한 기대작이니 여유를 가질 법도 한데, 공유는 쉴 새 없이 열일, 아니 열연 중이었다.

그런 공유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다소 초췌한 얼굴, “힘이 없어 보인다”는 말에 “다이어트를 해서 기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혹시 드라마에 노출신이라도 나오냐"는 농에, 감독에게 “벗는 것 없으니 걱정말라”는 다짐을 받아놨단다. 그럼에도 벌써 한 달 전부터 음식을 조절 중이다. "극 초반에 처절한 이미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기에 몸이 아닌 얼굴을 만드는 중이었다. 진정 욕심 많은 배우, 공유와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밀정’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언론 시사회 때 처음 영화를 봤다. 제 취향 저격 영화였다. 사실 워낙 인물이 많고 서사적인 영화여서 많은 장면을 찍었다. 감독님께서 어떻게 편집하시고 어떤 흐름으로 갈지 되게 궁금하고 기대했는데 재미있게 나왔다. 정말 쫄깃쫄깃했다. 제일 좋았던 건 일제강점기를 그린 작품이 많았다. 그 많은 작품들과는 다른 영화가 나온 것 같아서 그게 제일 기뻤고 자부심이 느껴졌다.

의열단의 실질적 리더 ‘김우진’을 연기했다. 어떤 마음으로 접근했나?
‘이정출’을 계속 건드려야 하는 역할이었다. 물론 모든 인물이 이정출을 향해 있지만, 김우진은 이정출로 하여금 반응하고, 움찔하고, 움직이게 해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다른 인물들을 향한 개인적인 감정을 최대한 감추고 배제하는 인물이라는 걸 계속 안고 갔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물이지만 대의가 우선이기에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자신을 채찍질하며 다잡고 헤쳐 나가야 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감정을 감춰도 너무 감춘다. 특히 연계순을 향한 마음이다.
저희가 찍은 것보다 조금 더 편집돼서 나오긴 했다. 연계순과 관계도 사실 존재했다. 결과론적으로 만족하고 감독님의 선택을 지지한다. 사실 초반엔 김우진이 너무 이정출에게 의지한다고 생각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항상 이정출을 치트키처럼 썼다. 많은 걸 보여주지만 결국 ‘도와주세요’라고 구걸을 하게 되니, 뭐랄까? 멋이 없다고 생각됐다. 감독님께도 말씀드린 생각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김우진이 리더라고 해도 혼돈의 시대를 살아온 인간이다. 게다가 밀정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래서 흔들린 거고 그런 방식으로 김우진의 인간적인 부분이 드러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우진은 앞으로 계속 직진하는 힘을 가진 이로 정리하신 것 같다. 만약 멋잇게 그렸다면 평면적인 인간으로 나왔을 것 같기도 하다.

첫 시대극이었다.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이상하게 고어체에 제가 꽂혔다. 초반에 제 스스로 무덤을 판 셈이다. 고어체 때문에 제가 몸에 힘이 더 들어갔던 것 같다. 사실 감독님은 오히려 고어체에 대한 부담을 안 주셨다. 시대극이 됐든 사극이 됐든 말투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하셨는데 제가 오히려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제가 접해보지 않았던 걸 하다 보니 더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고, 그래서 더 움츠러든 게 아닐까? 솔직히 말하면 초반에 송강호 선배님과 대사 치고 받는 게 많을 때 힘들었다.

왜 힘들었을까?
선배님이 일어를 예로 들며 이야기하셨는데 ‘일어를 잘하는 것과 일어로 연기하는 건 다르다’고 하셨다. 바로 제게 고어체는 그랬다. 편하게 말하는 것처럼 고어체를 말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송강호 선배님은 그런 걸 아무렇지 않게 자기 마음대로 하고 계셨다. 그런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주눅 들었던 게 있다. 처음엔 함께 주고받고 연기하는 게 너무 신났는데 이게 시간이 지나니까 힘들고 어지럽고 즐기기 힘들었다. 그저 연기하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물론 차츰 나아졌던 부분이다.

언제부터인가? 전환점이 됐던 건?
김우진과 이정출이 사진관에서 처음 만나는 신이 있다. 그 신이 정말 부담됐다. 과장된 쇼잉도 필요했고, 대사도 많고 호흡도 다양했다. 표정도 신경쓸 게 많았다. 이런 저런 부담에 전날 잠도 잘 못 잤다. 제가 몸이 덜 풀렸다고 느꼈었기 때문에 그 신을 뒤쪽에 찍고 싶을 정도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신을 먼저 찍은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 신을 찍고 정신을 차린 것 같다. 정말 호되게 당했다. 진짜 다리 힘이 다 풀렸다. 앉아서 찍는 신이었는데도 테이크도 엄청 많이 갔고 다 찍고 난 후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떨굴 정도였다. 그만큼 제게 큰 산이자 부담이었던 이었다. 물론 제 기준에서야 시원하게 만족스럽진 않다. 하지만 감독님이 당신이 만족하지 않으면 절대 넘어가지 않는 분이시다. 그래서 그 이후 조금씩 다시 자신감을 회복하고 용기를 가졌던 것 같다. 그러면서 좀 더 송강호 선배님에게 더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송강호 씨는 공유 씨를 ‘다슬기 같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현장에서는 그런 얘기 안 하셨다. 영화 다 끝나고 인터뷰 직전에 대기실에서 난데없이 다슬기 이야기가 나왔다. 저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 당황했다. 다슬기가 일급수에서만 사는 생물이라 그러신 것 같다. 그냥 제 해석이다. 영화 끝나고 제가 광고를 찍어서 선배님들, 의열단 친구들에게 한 턱 낸다며 만든 자리가 있다. 그 자리에서 제가 화장실 갔을 때 선배께서 술을 많이 드시고는 ‘공유의 매력은 너무 바르고 젠틀하다는 거. 하지만 그게 공유의 단점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하셨다 했다. 칭찬으로 시작하셨다가 마지막 뉘앙스는 ‘재미없다’는 의미를 우회적으로 돌리신 것 같다. 

재미없다?
쉬운 말로 표현하자면 선배나 형 입장에선 동생이 느물느물하게 엉기는 애교도 기대할 수 있는데 그런 게 좀 없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살갑게 했는데. 하하. 사실 박희순 선배한텐 그런 게 되는데, 나름의 변명을 하자면 제가 워낙 송강호 선배님에 대한 그런 게 있었다. 물론 현장에서 만나서 같이 일하면 즐겁고, 같은 동료로 술도 마시고 친해진다. 하지만 선배님이 불편하고 어려워서가 아니라 제 스스로 지레 어려워하는 게 있었던 것 같다. 간당간당한 경계를 유지하다 자칫 실수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 제가 선을 긋거나 벽을 친다고 받아들이실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제가 또 관계에 있어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 처음부터 막 그러진 못한다.

송강호 씨에 대한 리스펙이 느껴지는데, 어땠나? 함께 연기한다는 건.
아마 지금 제가 말하는 건 송강호 선배의 단면적인 일부일 거다. 선배님은 저한테 ‘맑다’고 하시는데 제가 볼 땐 오히려 선배님이 맑은 구석이 있다 어느 순간에 한없이 애기 같은 모습을 보이실 때가 있다. 굉장히 작은 일에도 크게 기뻐하시는 분 같다. 또 저희랑 장난 치고 본인이 개그하시고 우스갯소리를 했을 때 사람들이 웃는 거에 희열을 느끼고 뿌듯해하고 행복해하신다. 그럴 때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귀여우시다. 

유머 감각이 있으신 분은 맞는데, 귀엽다는 건 의외다.
사람이 늘 재미있을 수만은 없다. 그런데 재미없을 때 머쓱해하시는 본인을 수습하시는 표정들이 귀엽다. 그분한테 현장은 놀이터 같다. 본인의 촬영이 없어도 본인이 임하고 있는 작품의 현장은 모든 곳이 다 본인의 현장이고 놀이터다. 그 안에서 우애를 다지고, 후배들을 독려하신다.

천부적인 연기자이지만 섬세한 노력파로도 유명하다.
대사를 그렇게 많이 중얼거리실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처음 현장에서 뵈었을 때 제가 갖고 있던 송강호 선배님에 대한 판타지가 깨졌다. 천재와 노력, 두 가지를 다 가지셨다. 그래서 좀 배가 아프다. 모든 남자 후배 배우들이 그렇게 생각할 거다. 뒤통수 맞았다. 대사를 미친 사람처럼 하루 종일 혼자서 외우시니 자연스럽게 자극이 된다. 그 모습을 보고 조용히 일어나 구석 의자에 앉아 저도 혼자 미친놈처럼 외웠다. 당해낼 수 없었다. 감동이었다. 사실 선배님은 천재, 또는 괴물이어서 즉흥적인 연기, 미친 사람처럼 광기 어린 연기를 하실 거 같았는데 다른 지점을 발견했다.

이미지가 달라졌다는 부분인데, 본인은 어떤 이미지일까? 송강호 씨가 말한 대로 젠틀한 이미지일까?
전 솔직한 편이다. 하지만 작품이나 광고에서 보이는 이미지를 오래 가지고 왔으니 사람들에게 겹겹이 각인되고 덧씌워지고 고착된 부분이 있다. 물론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너무 예의 바르다, 부잣집 잘 자란 도련님 같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저는 말로 정의 내릴 수 있을 만큼 표본적인 젠틀한 사람은 아니다. 안 보이는 데서 사고 쳤을 수도, 앞으로 나올 수도 있다. 하하.

그거 위험한 발언이다.
농담이다. 앞으로도 단디, 똑띠, 살겠다. 어렸을 땐 그런 이미지가 절 옥죄는 것 같고, 족쇄 같고, 그래서 뭔가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의 분풀이가 더러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괜찮다. 오히려 좋다. 반대로 생각하는 게 된 것이 제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던 간에 지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이걸 부정할 이유도 없고, 사춘기 소년처럼 청개구리 짓을 할 필요도 없다. 나쁜 방향으로 갔다면 고쳐야겠지만 누구나 봤을 때 좋은 방향으로 가는 걸 굳이 제가 엇나갈 필요는 없다.

과거에 했던 분풀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벽을 때린 적이 있다. 사람이 술에 완전히 취하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찌꺼기가 나올 때가 있다. 화가 너무 나는데 그걸 풀 곳이 없으니 벽을 때렸다가 손가락이 부러졌다. 당연히 다음날 후회했다. 그런 부분들이 예전엔 술자리에서 조금씩 흘렀던 것 같다. 다행인 건 타인에게 피해를 준 게 아닌 나 혼자 해결하는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내 몸을 해치면서 분풀이를 하는 건 무식한 짓이지만 그런 모진 순간이 있었다는 거다. 무식하지만 내 몸을 헤치면서 까지 분풀이를 했던. 그런 모진 순간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진 않다. 그래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만한 위인은 못 된다. 하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뭔가가 계속 씌워지니까 그렇게 되려고 타의든 자의든 노력하게 된다는 게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안 그랬으면 내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됐을 지도 모른다. 지금 전 나쁜 놈 같진 않다.

▶ 2편에서 계속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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