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너무 열일해서 힘들다"라는 말이 나올 법 했다. 그 하소연의 주인공은 바로 공유의 팬들이었다. 지난해 두문분출했지만 올해 '남과 여'로 시동을 걸더니 '부산행'으로 천만 배우에 등극했다. 그리고는 국내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는 김지운 감독의 '밀정'으로 관객을 만난다. 한 해에 영화 세 편, 팬들의 복에 겨운 볼멘 소리가 허튼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공유의 욕심도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극장을 찾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김은숙 작가의 신작 드라마 '도깨비'까지 촬영중이다. '부산행'이 엄청난 흥행을 했고, '밀정' 또한 기대작이니 여유를 가질 법도 한데, 공유는 쉴 새 없이 열일, 아니 열연 중이었다.
그런 공유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다소 초췌한 얼굴, “힘이 없어 보인다”는 말에 “다이어트를 해서 기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혹시 드라마에 노출신이라도 나오냐"는 농에, 감독에게 “벗는 것 없으니 걱정말라”는 다짐을 받아놨단다. 그럼에도 벌써 한 달 전부터 음식을 조절 중이다. "극 초반에 처절한 이미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기에 몸이 아닌 얼굴을 만드는 중이었다. 진정 욕심 많은 배우, 공유와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만약 김우진의 입장이었으면 어떻게 처신했을까?
일단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사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시대적 배경에 대해 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시대를 그려내며 의상, 미술, 분위기 등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김우진이라는 옷을 입고 의열단을 접하고 난 후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었다. 그리고 관련 질문에 대한 제 태도가 명확해졌다.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독립운동 하기도 바쁜 사람들이 다들 멋쟁이고, 술과 음악을 사랑하고, 애연가였고…, ‘왜? 어째서?’라는 질문도 던졌는데, 당장의 내일을 보지 못했던 사람들, 그날 하루만 보고 살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는 말이 전 정말 처연하고 크게 들렸다. 아마 전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김우진이 될 수는 없었을 거다. 예를 들면 전 데모 현장의 맨 앞에서 머리띠 두르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지는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뒤에서 전단지를 만들고 있었을 거다.
사실 누구나 닮기 힘든 인물이다. 김우진 같은 위인은.
그래도 연기를 했으니까 저랑 닮은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해봤다. 끼워맞추기일 수도 있는데 제가 쓸데 없이 곧은 부분은 있다. 진짜다. 때때로 ‘고리타분하다’는 말을 듣는다.
일종의 ‘융통성이 없다’?
맞다. 그런 부분에 있어 이정출과는 반대다. 한 길만 가는 김우진의 정서와 제가 큰 차이는 없다고 봤다. 단지 앞에 나서서 용감무쌍하게 움직이지는 못했을 것 같다.

엄태구 씨도 '밀정'을 통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제가 엄태구 씨를 평가하는 건 의미가 없는 일 같다. 현장에서 보다 더 쫄깃해질 수 있게 기폭제 역할을 해줬다. 예상치 못한 순간의 호흡과 눈빛으로 쏘아주니까 김우진으로 움찔움찔할 수 있었다. 영화 다 찍고 난 뒤 감독님하고 태구 씨에게 "영화가 개봉되면 태구가 더 많은 작품들을 받고 훨씬 잘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저 말고도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왔다.
지민 씨나 성록 씨도 워낙 좋았다. 제가 의열단이라 편을 드는 게 아니다.(웃음) 편집을 많이 당한 성록이가 안타깝다. 죽마고우의 설정이 있었기 때문에 의열단에 밀정이 있다고 해도 조회령만큼은 의심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조회령의 신이 많이 편집돼서 감독님도 성록이한테 미안해 하셨다. 신들 중 멋진 신이 많았다.
신기한 게 중국에서 촬영을 하는데 의열단은 단원들끼리, 일본 경찰들은 경찰들끼리 뭉쳐있게 됐다. 의도한 건 아닌데 이상하게도 그리 됐다. 송강호 선배님은 항상 하시모토, 태구 옆에 같이 계셨다. 밥도 당연하게 같이 먹었다. 사실 태구는 맥주 한 잔이 치사량이다. 진짜 잘 먹게 생겼는데(웃음), 그래도 이 영화 찍으면서 맥주 반 잔에서 한 잔으로 주량이 조금 늘은 거 같긴 하다. 그런데도 술자리는 항상 끝까지 있었다. 송강호 선배님 옆에 딱 있었다. 선배님이 많이 예뻐하셨다.
우리 영화는 작은 롤이라고 해도 다 인상에 남고 기억에 남는다. 그건 감독님이 메이킹을 잘 해주셨기 때문이다. 감독님들은 영화 시사 끝나고 올라오는 간단 리뷰를 많이 보신다. 아니나 다를까 김지운 감독님도 계속 휴대폰을 보셨다. 제게 휴대폰을 보여주면서 "야, 너 최고의 연기래"라고 말씀하셨다. 근데 그 뉘앙스가 "나 봤지? 너, 나 의심했었지?"라며 뿌듯해하는 느낌이었다.(웃음)
촬영 중 못 믿는 뉘앙스를 뿌린 건 아닌가?(웃음) 김지운 감독과 작업은 어땠나?
의견차가 아닌 방식의 차이는 있었다. 제가 현장에서 그렇게 구체적으로 디렉션을 받아본 게 처음이었다. 그래서 초반에 조금 이질감과 불편함이 있었다. 규격에 짜여져 있는 연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문 열고 몇 발자국 들어가서 등을 문에 기대고 손으로 턱을 한 번 쓸어주는, 그런 디렉션이다. 연기자로서 김이 새는 느낌이랄까? 아바타가 된 느낌이었다. 배우도 배우의 고유 권한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 나중엔 전혀 불편한게 없었다. 그 디테일의 차이를 제가 이해 못했던 것 같다. 작은 디테일이 낳는 경우의 수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었으니까, 그냥 '아니다'라고 튕겨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독님이 그 부분을 제게 넓혀주셨다는 걸 알았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부분이 더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걸 배웠다.
송강호 씨나 이병헌 씨는 어땠나? 그들은 김지운 감독과 여러 작품을 했는데.
그냥 그들의 관계가 부럽다. 서로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오랜 기간 영화계에서 서로의 뮤즈가 돼주고 있다. 또 서로가 합쳐 뭔가를 만들어냈을 때 전작을 뛰어넘는 걸 창조하고 있다. 그 자체로도 존경스럽고 부러울 일이다. 연출이라는 분야에 일하고 있는 절친한 혹은 내가 신뢰할 수 있는 동료 한 명을 친구로 얻는다는 건 배우로서는 복인 것 같다. 그만큼 송강호 선배님이 김지운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엄청 리스펙하신다. 또 이병헌 선배님은 감독님과 또 다른 우정이 느껴진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연출자를 만나고 싶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님 어떤가?
영화도 너무 잘 됐고, 나이차도 별로 많지 않고, 진짜 친구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연상호 감독님이 저를 쉽게 캐스팅 하시려고 그러는데 저는 고사하고 있다. "시나리오 먼저 보여주세요"라며 센 척하는 중이다. 하하. 그런데 정유미 씨는 시나리오도 안 보고 한다고 했단다.
'염력'(연상호 감독 차기작) 이야기인가?
'염력' 이야기는 제게 안 하셨다. 제가 알기로는 정유미 씨와 이야기를 많이 하고 계신다. 제겐 '염력'의 다음 작품을 이야기하셨다.
말 그대로 '부산행'이 잘 됐다. 조심스럽지만 공유의 쌍천만 배우 이야기도 나올 수 밖에 없다.
'고기 맛을 봤으니 더 기대할 수 있지 않냐'라는데, 오히려 한 번 하니 그런 생각이 덜 든다. 그런데 조심스러운 건 '부산행' 홍보 때보다 ‘밀정’ 땐 열정이 덜 해 보이는 게 아닐까 조금 난감하다. 그렇다고 속 시원하게 "쌍천만 기대합니다" 할 수도 없다. 근데 주변에서 '천만 배우의 기운을 받는다'고 감독님이며 송강호 선배님이며 말씀하시니 답은 또 해야할 것 같은데, 여튼 조심스럽다. 농담 삼아 "'밀정'의 기대포인트는 '천만배우 공유'"라고 자꾸 인터뷰 하시는데, 사실 제가 선배님이나 감독님에 비해 이 영화에 이바지하는 게 적다는 자학이 있었다. 그런데 '부산행'이 잘 돼서 이런 식으로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조금 위안이 된다. 사실 '밀정'이 손익분기점이 높다. 그래서 '500만 기대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부산행' 때도 500만을 이야기했는데 말도 안 되게 영화가 잘 됐다. '밀정'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은 거다. 지금은 드라마를 찍고 있으니 그게 끝나면 내년 2월이다. 그때 아무도 나를 못 알아보는 곳으로 가서 혼자 미친 듯이 축하할 거다. 혼자 술 퍼먹고 바다도 뛰어들어가고 할 거다.
칸 국제 영화제에 올랐고, '밀정'은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올랐다. 대단한 성과다.
배우들이 홍보 스케줄 때문에 베니스를 못 가게 돼서 너무 아쉽다. 토론토 영화제도 드라마 촬영 스케줄 때문에 못 갔다. 사실 다 챙겨 갔으면 베를린 국제 영화제 빼고 다 가보는 셈이었다. 언제 이런 기회가 있을까 생각하니 더 아쉽다. 외신에서 나온 영화평을 봤다. 정말 소름 돋았다. '부산행'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너무 기뻐서 바로 감독님에게 '축하드린다'고 문자 드렸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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