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올여름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오싹하게 한 남자가 있다. 친절하고 온화한 미소 뒤에 섬뜩한 눈빛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 권율이다.
권율은 tvN ‘싸우자 귀신아’에서 악귀에 쓰인 채 악행을 저지르는 주혜성 역을 맡아 연기했다. 그는 옥택연과 김소현의 러브라인과는 전혀 관계없는 미스터리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끌고 갔다.
특히 권율은 싸늘한 눈빛과 표정, 미세하게 떨리는 근육들로 디테일하게 표현하며 호평을 받았다.
종영 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권율은 드라마 속 모습과 달리 ‘순수 미소’를 장착한 ‘밀크남’의 모습이었다. 그는 유쾌한 농담에 쿨한 매력까지 과시하며 현장을 단숨에 휘어잡았다.
‘싸우자 귀신아’가 좋은 반응 속 막을 내렸다. 극 중 주혜성을 연기했는데 어떤가?
초반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작품 자체가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고, 주혜성 캐릭터가 악귀가 씌인 것인지 아닌지 모호했기에 연기하기가 어려웠어요. 매번 감독님과 상의를 했어요. 다행히 드라마가 큰 논란 없이 끝났고 제 연기도 호평을 받아 기뻐요.
‘싸우자 귀신아’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큰 이유는 감독님 때문이에요. tvN ‘식샤를 합시다’에서 호흡을 맞췄던 적이 있어요. 그때 감독님에게 많이 배우고 큰 도움을 얻었어요. 이후 언제든지 감독님이 불러주면 출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찰나에 ‘싸우자 귀신아’ 속 주혜성 캐릭터를 제안 받았어요. 대본을 받고 읽어보니 재미있어 출연을 결정했어요.
주혜성 캐릭터가 어려웠던 만큼 노력하는 부분도 있었을 텐데.
초반에는 두 남녀주인공 옥택연과 김소현이 극을 이끌어갔어요. 저는 중간에 투입됐죠. 들어가기 전 ‘두 사람이 만들어낸 긴장감과 달달함 속에 잘 녹아들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튀고 싶지 않았어요. 대사는 물론 눈을 뜨는 속도와 방향 등 소소한 것들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후반에는 복잡 미묘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주혜성이 어떤 인물인지 시청자들은 오락가락했는데.
저도 대본을 읽고 주혜성이 복잡 미묘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허나 단순하게 해석하지 않고 최대한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학대를 받고 소외를 당하는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주혜성이 연지와 봉팔 사이에 끼어드는 악역이지만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후반부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혹 웹툰을 찾아서 본 적이 있나?
조금만 봤어요. 사실 웹툰이나 소설원작이 있는 작품들을 잘 찾아보지 않아요. 오히려 연기하는 데 있어 잔상이 남아 방해가 될까 봐요.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싸우자 귀신아’ 웹툰을 보다가 말았어요.
늘 사이코패스 역할을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는데 ‘싸우자 귀신아’를 통해 조금 이룬 것 같다.
주혜성이 처음부터 사이코가 아니었기에 100% 해결했다고는 생각 안 해요. 하지만 주혜성 캐릭터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리얼한 사이코패스 역할을 꼭 하고 싶어요.
러브라인이 없어서 아쉽지 않았나?
러브라인은 기대하지도 않았어요. 감독님이 첫 미팅 때 "러브라인은 없다"고 못 박으셨어요. 전작 MBC ‘한번 더 해피엔딩’에서 러브라인이 있었기에 크게 갈증은 없었어요. 물론 이뤄지지 않아서 아쉬웠죠. 이제는 달달한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통해 사랑을 원 없이 하고 싶어요.
결말은 마음에 드나?
만족해요. 드라마가 중반부를 지나가면서 단순히 주혜성이 악역이 아닌, 왜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다행히 마지막에 잘 드러나 기뻤어요. 또 주혜성도 알고 보면 어릴 때 상처를 많이 받은 여린 아이였고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해 악인으로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려져 괜히 뭉클하기도 했어요.

‘싸우자 귀신아’가 tvN ‘오 나의 귀신님’과 초반에 비교가 됐었다. 특히 연기한 주혜성과 ‘오 나의 귀신님’에서 임주환이 연기한 캐릭터가 비슷하다는 말이 많았는데.
사실 ‘오 나의 귀신님’을 보지 않아서 비슷한지 몰랐어요.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고 ‘그렇구나’ 생각만 했지 찾아보거나 의식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우리만의 색깔을 보여줘야 겠다고 굳게 다짐을 했어요. 감독님과 이하 스태프들을 믿었고요. 더 예쁘게 그려줄 거란 생각이 있었거든요.(미소)
선배가 보는 후배 김소현과 옥택연은 어땠나?
김소현 양은 순간 몰입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장난을 치다가 촬영만 시작되면 눈빛이 돌변하더라고요. 놀랐어요. 덕분에 저도 빨리 몰입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연기를 잘 하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예요. 옥택연 군은 정말 남자다웠어요. 저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왔고요. 그런 성격이 저와 잘 맞아 나이 차이 느끼지 않고 융화됐던 거 같아요. 두 사람은 현장에서 ‘비타민’ 역할이었어요. ‘싸우자 귀신아’가 무더위 속 촬영이 진행됐는데 덕분에 늘 현장에는 웃음꽃이 피었죠.
‘싸우자 귀신아’ 마지막 회에 ‘식샤를 합시다’에서 호흡을 맞췄던 서현진과 윤두준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어땠는지 궁금한데.
무척 고마웠어요. 두 사람 다 바쁠 텐데 감독님과 의리로 출연했다는 소식을 듣고 더 뿌듯했죠. 서현진 씨는 촬영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어요. 다가가서 이야기를 하진 못했지만 멀리서 고마워하며 미소 지었어요. 윤두준 군은 방송을 보고 "고맙다"라고 문자 보냈어요. 두준이가 "형이랑 같이 촬영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라고 답장을 했어요. 뭉클하더라고요. 이후 시간 맞춰 축구 한번 하자고 제안했죠. 바로 "OK"라고 답이 왔어요.(미소)
이번 작품을 통해 ‘밀크남’ 수식어를 벗었다.
‘싸우자 귀신아’ 주혜성 캐릭터를 통해 '밀크남 이미지에만 국한된 캐릭터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의 틈을 열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앞으로는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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