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형’ 도경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겸손한 연기자
[Z인터뷰] ‘형’ 도경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겸손한 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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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도경수는 엑소로 데뷔해 연기로 영역을 넓혔다. 그럼에도 도경수에겐 ‘연기돌’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오롯이 연기력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그는 그냥 ‘배우 도경수’로 기억된다.

도경수는 지난 2014년 영화 ‘카트’로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해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이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너를 기억해’, 최근에는 ‘긍정이 체질’까지 드라마로도 활약했다.

지난해 도경수는 영화 ‘순정’으로 단 번에 주연으로 발탁됐다. 그는 올해 또 한 번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형'을 통해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나아가 촬영을 마친 '신과 함께'도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충무로의 블루칩'이라는 수식어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와 도경수가 만났다.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로 차분히 인터뷰에 임하던, 어려운 질문엔 골똘히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내뱉던, 그러면서도 칭찬에는 수줍게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던 도경수의 모습이 떠오른다.

“영화를 보면서 웃고, 울었어요. 시나리오 읽을 때 느낌 그대로였어요. 아쉬움도 많이 남아요. 1년 전에 촬영을 했던 거라, 이후에 ‘신과 함께’와 ‘긍정이 체질’ 촬영을 했거든요. ‘지금 다시 두영을 연기한다면 다르게 했을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도경수는 두식(조정석 분)의 동생, 유도선수 두영 역을 맡았다. 두영은 전직 국가대표 유도선수이자, 불의의 사고로 시각장애를 얻게 된 캐릭터다. 도경수는 강도 높은 트레이닝과 실제 유도 기술 훈련을 강행, 발목 부상도 감내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도경수는 영화 속에서 유도 시합을 하는 장면이나, 조정석과 함께 목욕탕에서 호흡을 맞추는 신으로 탄탄해진 몸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도 연습을 시간이 날 때마다 했어요. 유도 선수는 대부분 몸이 크시잖아요. 제가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그 만큼 미치지 못해서 아쉬워요. 목욕탕 신은 유도선수라는 설정상 살짝 분장을 했어요. 조정석 형이 워낙 피부색이 하얘서 제 피부가 더 까맣게 보인 것 같기도 해요.(웃음) 사실 그 장면을 통해 형제가 서로에게 마음을 트는 계기가 되거든요. 그래서 몸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두영의 감정을 생각하면서 촬영했어요”

두영의 모습은 도경수가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여전히 도경수 특유의 섬세한 감정표현과 진중함이 돋보였지만, 지극히 어둡고 아픈 사연이 있었던 캐릭터를 연기할 때와는 달랐다. 조정석과 유쾌하게 호흡을 맞추는 장면에선 웃음을 자아냈고, 형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는 장면에선 눈물을 흘리게 했다.

“두영은 두식처럼 코믹한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처음엔 굉장히 어둡지만 나중에는 행복해지는 인물이에요. 시나리오대로 두영이는 두영답고 두식이는 두식처럼 나온 것 같아요. 코믹적인 것도 욕심이 나긴 했었죠. 그래서 조정석 형이랑 대화를 통해, 영화의 톤을 많이 생각하면서 촬영에 임했어요”

조정석은 앞서 제니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경수를 두고 “아이돌에 대한 좋은 선입견이 생겼다”, “연기를 잘한다”며 칭찬했다. 도경수는 “조정석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고, 덕분에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했다. 좋은 말이 오가는 참으로 훈훈한 형제다.

“조정석 형에게 항상 조언을 구했어요. 형은 ‘네가 지금 표현하는 방법은 맞지만, 지금은 2 만큼 표현한다면 5 정도로 더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해야 잘 보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촬영하면서 형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 등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형과는 정말 단기간에 빨리 친해진 것 같아요”

유쾌한 장면들이 많이 나왔고, 이는 관객들을 웃게 했다. 실제로 배우들도 웃음을 참기 힘들어 NG를 많이 내곤 했단다. 특히 도경수의 경우, 조정석과 함께 신명나게 삼바 춤을 추는 장면으로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

“조정석 형이 너무 웃겨서, 웃음을 참기가 힘들어 NG를 많이 냈어요. 형이 목욕탕을 데려가려고 이불을 뺏는 장면이 있는데 리허설 때 형의 모습을 미리 봐버렸거든요. 가기 싫다고 짜증을 내야하는 감정인데 자꾸만 웃음이 나는 거예요. 얼굴이 나오지 않는 장면에선 계속 웃고 있었어요. 춤을 추는 장면의 경우, 형이랑 미리 어떻게 하면 좋을 지 이야기를 했어요. 삼바 느낌을 내는 춤을 춰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그렇게 하게 됐어요”

잘 나가던 유도선수가 사고로 시력을 잃고,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은 연민을 자아내기도 했다. “두영의 모습을 보고 안쓰러웠다”는 말에 도경수는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가 연기를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공감’이라고. 때문에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로 인해 타인이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도경수의 의도가 성공적으로 드러났다는 방증이다.

“연기를 할 때 보는 분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 연기의 강점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진실되게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두영을 보면서 같이 웃고, 울어주신다면 그거로 진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기 그룹 엑소로 활동하고 있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외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도경수는 연기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이 멋있다. 가수로 무대에 오를 때와는 또 다른 희열을 느낀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제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들이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나올 때가 있어요. 그게 너무 재밌어요. 대리 만족을 하기도 하고요. 좋은 작품, 캐릭터가 들어오기만 한다면 저는 언제든 하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어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가수로 무대에 오를 때와 연기를 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영화로는 세 번째 작품인데, 벌써 주연을 두 번이나 했다. 연기가 많이 늘었다는 칭찬에 수줍게 “아직 배울 것이 많다”며 웃어보였다.

“작품을 많이 하면서 변하고 있다는 건 느껴요. 예전에는 정말 긴장을 많이 하면서 촬영을 했었거든요. 이제는 아무 것도 모르고 하진 않게 됐어요. 어떻게 촬영이 이어지는지, 카메라 앵글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경험해봤으니까요. 연기가 너무 재밌어요. 제 위치나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새로운 캐릭터를 생각하면서 계속 즐겁게 연기를 하려고 해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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