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킹키부츠’ 강홍석 ① “섹시한 롤라, 평생 하고 싶다”
[Z인터뷰] ‘킹키부츠’ 강홍석 ① “섹시한 롤라, 평생 하고 싶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니스뉴스=여지윤 기자] 이보다 더 섹시한 여장남자가 어디 있을까. 15cm가 넘는 레드 하이힐과 딱 달라붙는 레더 소재의 원피스를 착용한 것도 모자라, 교태가 섞인 목소리로 넘버를 부르며 극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이는 뮤지컬 배우 강홍석의 이야기다.

강홍석은 데뷔 4년 만에 주연 자리를 꿰차며 뮤지컬계의 '슈퍼 루키'로 등극했다. 이후 '데스노트'에서는 무대를 맘껏 휘젓고 다니는 장난스러운 류크 역을, '드라큘라'에선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에이브라함 반 헬싱 역을 맡으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가 이번에는 지난 2012년 초연에 이어 2016년에 막을 올린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드랙 퀸 롤라 역을 맡아 열연했다. 두 달이라는 공연 기간 동안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으며 관객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종연 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강홍석은 차가울 것 같은 첫 인상과는 달리 취재진들에게 롤라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서슴치 않게 이야기하는 사람 냄새 폴폴 나는 따뜻한 배우였다. 

뮤지컬 ‘킹키부츠’가 총 관객 수 10만 명을 돌파했다. 화려하게 종연했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너무 섭섭해요. 공연 기간 동안 너무 행복했고 기분이 좋았어요. 제 마음 같아선 정말 365일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서운할 정도예요. 초연에 이어 두 번째 맡는 롤라인데도, 쉽게 못 벗어나겠더라고요.

초연과 마찬가지로 ‘킹키부츠’에서 드랙 퀸 롤라 역을 맡았다. 이번 공연에서 초연과 다르게 표현한 부분이 있다면?

섹시함을 들 수 있어요. 초연 때는 정말 오디션에 합격하고 싶어서 빠르게 다이어트만 했었거든요. 이번에는 최대한 여성스럽게 보디라인도 많이 살리고 싶었고, 눈빛에 대한 교감도 많이 해보고 싶었어요.

롤라를 연기하기 위해 여성에 대한 공부가 많이 필요했을 것 같다.

맞아요.(웃음) 재연하면서 제일 많이 신경을 썼던 부분이 바로 손짓과 눈빛이었거든요. 소위 걸 크러시를 일으키는 분들 보면 손짓부터 행동까지 다 남달라요. 심지어 머리카락을 넘기는 것도 그냥 넘기지 않아요. 이런 ‘모태 섹시’를 배우기 위해 강남이나 신사 카페 가서 계속 앉아있으면서 여성들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본 적도 있어요.

특히 여성스러운 행동이 몸에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었을 것 같다.

힘들지 않았어요. 사실 제 외모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원래 남자답게 사는 걸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롤라 역을 맡으면서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어요. 무척 재미있었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즐긴 적도 많아요.

그리고 여성들이 왜 이렇게 외모에 신경을 쓰시는 지도 이해가 갔어요. 직접 롤라로 분장을 해보니 왜 여성들이 집에서부터 데이트까지 이렇게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 바로 이해가 갔어요. 왜 높은 힐을 신고 다니는지, 그것도 굳이 15cm 힐을 신는지, 아이라인에 왜 집착을 하는지, 인조 속눈썹은 왜 붙이는지 모두 알게 됐죠. 나름 여성에 대한 공부를 한 셈이에요.

러닝 타임 동안 하이힐을 신는데 불편하지 않았나.

제가 하이힐을 신고 초연 57회, 재연 40회 해서 총 97회 무대에 섰어요. 물론 연습도 많이 했죠. 신고 있는 내내 아팠어요. 정말 힐이라는 건 아직까지도 저에게 어려워요. 하지만 쉽게 정복이 안 돼서 그런지 재미있어요. 하이힐에 더 도전하고 싶어요.

힐도 힐이지만, 여장으로 분장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1부와 2부로 넘어갈 때 분장 수정하는 게 힘들었어요. 사실 첫 분장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저를 보면 아시겠지만, 몸 면적이 큰 편이라 상대적으로 분장이 더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러닝 타임 동안 분장 수정을 하는데, 정말 쉬는 시간이 없었어요. 2시간 40분이 다 끝나야 겨우 한 숨 돌리곤 했어요.

배우들 간의 외모 경쟁은 없었나.

엔젤들끼리 제일 심했던 것 같아요. 서로 ‘너는 왜 레드 립스틱 바르냐’, ‘핑크색 내가 발랐으니, 넌 바르지 마라’라고 이야기 할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외형적인 모습보다는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사실 롤라의 아름다움은 사람들을 대할 때 나오거든요.

이러한 노력 때문인지 이번 예그린어워드에서 ‘킹키부츠’가 베스트외국뮤지컬상을 수상했다.

너무 뿌듯했어요. '킹키부츠' 초연 땐 남우주연상을 받았었는데, 그때의 감동과 맞물려 오버랩이 되더라고요. 사실 그때 신인상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더 큰 상을 주셔서 감격스러웠죠. 아버지랑 10분 전화하는데 전화기를 붙잡고 9분 30초 내내 울었어요.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그 작품에 또 다시 주연으로 서게 됐다.

사실 주연과 조연은 저에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캐릭터, 어떤 작품을 하는지가 더욱 중요하죠. 초연 오디션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처음에 ‘킹키부츠’의 히트 넘버인 ‘섹스 이즈 인 더 힐’과 ‘에브리바디 세이 예’ 영상을 보는데, 롤라 역을 안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무조건 롤라 역을 맡아야겠다’라는 생각뿐이었죠. 그래서 다이어트로 15kg 감량 후에 오디션을 봤던 것 같아요.

롤라를 너무 하고 싶으니까 저도 모르게 이태원에 가서 분위기를 느껴보기도 하고, 또 동대문에 가서 제 몸에 맞는 여자 옷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진짜 오디션 준비에만 한 50만원 가까이 쓴 것 같아요. 이태원에 제 몸에 맡는 옷이 있긴 했는데, 전혀 섹시해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주변 지인에게 사정해서 제작한 의상을 입고 오디션을 보러 갔었어요.

준비 끝에 맡게 된 롤라를 만나고, 보내는 마음이 남달랐겠다.

마지막 공연을 하는데, 커튼콜 때 호영이 형이 소감을 이야기하면서 울었어요. 그 눈물이 슬퍼서, 힘들어서 우는 눈물이 아니라 행복한 눈물이었던 것 같아요. 형이 이 작품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하는데, 저까지 울컥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사실 그때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울었어요.

롤라도 인생 캐릭터였지만, 필모그라피 속 ‘데스노트’ 류크를 뺄 수 없다.

많은 분들이 류크로 많이 알아봐주시더라고요. 감사할 따름이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민도 많이 했었어요. 사실 '드라큘라'에서 애이브러햄 반 헬싱 역을 맡았을 땐 그 전 캐릭터에 비해 일반적인 느낌이 많다보니, 많은 분들에게 어필이 되지 않았었어요. 검색하면 알 수 있어요.(웃음)

선 굵은 롤라와 류크를 맡았을 때와 반응이 다르니까, 저도 혼자 ‘이런 캐릭터들만 맡아서 연기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매번 똑같은 역할만 맡을 수는 없잖아요. 평생 롤라와 류크만 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다음 작품부터는 무난한 역할 쪽으로도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흔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뮤지컬에 대한 매력을 꼽는다면?

무조건 음악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음악을 너무 좋아해요. 제 취미이자 특기가 음악이기도 하고요. 공연장 안에서 음악으로 관객들과 하나가 되는 그 느낌이 너무 짜릿해요. 그런 부분들이 저를 뮤지컬 배우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킹키부츠’가 대중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나.

가장 대중적인 뮤지컬이요. 사실 남자가 여장하는 건 대중적이지 않아요. 그렇지만 대중들이 부담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신나는 뮤지컬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남녀노소 편하게 볼 수 있는 친근한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개인적으로 저에게는 평생 해도 행복할 작품이기도 하고요.

▶ 2편에 이어

 

사진=하윤서 기자 h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