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킹키부츠’ 강홍석 ② “이모부 김준수, 언제나 큰 힘이 된다”
[Z인터뷰] ‘킹키부츠’ 강홍석 ② “이모부 김준수, 언제나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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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여지윤 기자] 이보다 더 섹시한 여장남자가 어디 있을까. 15cm가 넘는 레드 하이힐과 딱 달라붙는 레더 소재의 원피스를 착용한 것도 모자라, 교태가 섞인 목소리로 넘버를 부르며 극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이는 뮤지컬 배우 강홍석의 이야기다.

강홍석은 데뷔 4년 만에 주연 자리를 꿰차며 뮤지컬계의 '슈퍼 루키'로 등극했다. 이후 '데스노트'에서는 무대를 맘껏 휘젓고 다니는 장난스러운 류크 역을, '드라큘라'에선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에이브라함 반 헬싱 역을 맡으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가 이번에는 지난 2012년 초연에 이어 2016년에 막을 올린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드랙 퀸 롤라 역을 맡아 열연했다. 두 달이라는 공연 기간 동안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으며 관객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종연 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강홍석은 차가울 것 같은 첫 인상과는 달리 취재진들에게 롤라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서슴치 않게 이야기하는 사람 냄새 폴폴 나는 따뜻한 배우였다.

▶ 1편에 이어

2016년, 무척이나 바쁘게 달려왔다.

그러네요. 제가 애정하는 ‘킹키부츠’ 재연이 올라갔고, 그 안에서 롤라를 맡게 됐어요. 심지어 정말 존경하는 분들과 함께 재연을 올릴 수 있게 돼서 너무 행복했어요. 또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출연 때문에 편곡까지 도맡아 했어요. 그 바쁜 와중에 결혼도 하게 됐죠. 정말 올 한해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보통 휴식기에 결혼을 하지 않나

맞아요. 그래서 더 정신이 없었어요. 결혼 준비해야지, 편곡해야지, '킹키부츠' 연습해야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결혼 제도가 잘못된 것 같아요. 준비하는 데 너무 어려웠어요.

정말 대단하다. 준비할 시간이 있었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와이프한테 너무 미안해요. 제가 스케줄 때문에 같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거의 와이프 혼자 준비했다고 보시면 돼요. 제 상황에 대해 이해를 많이 해주고 지지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그 바쁜 와중에 와이프와 어떻게 만나게 됐나.

‘킹키부츠’ 초연 때 처음 만났어요. 정선아 누나가 소개시켜줬어요. 처음에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은 친구가 있는데, 한 번 만나볼래”라고 말해서 좋다고 받았죠. 사실 그때 외로웠거든요.(웃음)

딱 만났는데 말이 너무 잘 통하는 거예요. 남들이 보면 독특해 보일 수 있는 제 직업에 대한 리스펙도 있고. 특히 음악을 전공했던 친구여서 그런지 공감대 형성이 빨랐어요.

만나자마자 ‘내 운명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나.

운명이라기보다는, 와이프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제가 어색해서 그런지 여자들과 대화할 때 1시간 이상 말을 못해요. 하지만 그날엔 저 혼자 3시간 반을 주절주절 떠들었어요. 아마 와이프가 이상하게 봤을 수도 있어요.(웃음) 그러고 나서 거의 2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만났어요.

그러고 나서 20일 만났을 때 결혼하자고 했어요. 상견례도 빨리 해버렸고, 정말 결혼하고 싶어서 후다닥 했어요. 원래 더 일찍 결혼하고 싶었는데, 다음 공연 할 때까지 결혼을 미뤘어요. 제가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킹키부츠' 배우들에게 꼭 축하받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공연 중간에 결혼식을 올렸어요. 

현재 아내 분이 가수 김준수의 사촌 누나라고 들었다.

맞아요. 이제는 사돈 관계가 됐죠. 사이가 조금 어색해질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서로 흥이 많아서 그런지 잘 맞더라고요.

김준수와 뮤지컬 동료에서 한 가족이 됐는데, 기분이 어떤가.

가족 중에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돼요. 심지어 그 친구는 나이는 어리지만 삶의 고난과 역경이 많았잖아요.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경험도 풍부하고요. 그리고 똑똑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정말 많이 배워요.

‘데스노트’ 때 준수와 함께 공연을 했었는데, 동료로 만나는 것과 가족으로 만나는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일단 서로 대하는 것도, 이야기 주제도 달라지니까요. 조언 같은 것도 하긴 하는데, 워낙 똑똑하고 자기 일 잘하는 친구여서 딱히 터치할 게 없어요.(웃음)

이제 가족이 됐으니 더욱 자주 만나겠다.

워낙 준수는 콘서트, 공연 준비로 매일 바빠요. 그래서 잘 만나지도 못하죠. 그래도 가끔 만날 때마다 ‘이모부, 밥 사주세요’라고 말하면 웃으면서 사줘요. 준수는 저한테 매형이라고 부르는데, 아직까진 그 호칭이 어색해요.

와이프에 대해 자랑할 시간을 주겠다.

요리를 잘해요. 공연 끝나고 집 문을 딱 열었는데, 저녁과 함께 소주 안주가 식탁에 펼쳐져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제가 소주를 좋아하거든요.(웃음) 요리도 생각보다 맛있어요. 소주와 함께 곁들여서 먹기 좋아요. 또 이해심이 많아요. 결혼 준비도 그렇고,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지지를 해주니까 항상 고마울 따름이에요.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전 원래 아무 생각 없이 살았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보니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제 돈도 벌어야 하고, 와이프 고기반찬도 먹여야 하거든요.(웃음) 이런 것들을 해내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요즘 미래를 위한 공부도 많이 하고 있어요.

결혼은 정말 남자에게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언제나 나사가 하나 빠져 있는 사람이었는데, 와이프가 제 빠진 나사를 잘 조여 줬어요. 좋은 친구 만난 거죠. 언제나 고마워하고 있어요.

결혼하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결혼이랑은 상관이 없을 것 같긴 한데, 요즘 들어 무슨 일이든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긍정적으로 살기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최대한 밝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래서 최근에 누굴 만날 때 일부러 목소리 톤을 높여서 이야기해요. 그러면 분위기가 더 밝아지는 것 같아요.

끝으로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계획이 있다면.

이제 공연도 끝났으니 신혼생활을 본격적으로 즐겨야죠. 그리고 슬슬 여행도 다니려고요. 사실 공연 때문에 신혼여행도 아직 못 갔어요. 그래서 2~3월 정도에 가려고 계획 중이에요. 말하고 보니 와이프에게 미안해 죽겠네요.(웃음) 

 

사진=하윤서 기자 h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