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얼굴의 칼자국, 가죽 점퍼, 무시무시한 표정까지. 등장만으로도 악역임을 알려주던 과거와는 달리 근래에는 오히려 주인공 보다 멋진 악역이 작품에 등장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THE K2’에서도 악역을 멋지게 소화해 낸 배우가 있다. 바로 배우 이정진이다. 이정진은 비중이 큰 주연은 아니지만, 극을 쥐고 흔드는 캐릭터에 강렬한 연기는 눈길을 끌었다. 특히 4회까지 단 한 신이 나왔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주연 못지않은 비중과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극에 끼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짐에 있어 ‘잘못 소개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던 이정진. “저 특별출연 맞아요”라며 귀여운 해명을 하는 이정진과 제니스뉴스가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레스토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특별출연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회까지 나오며 주연 못지않은 활약을 했는데.
사실 저도 이렇게 많은 분량이 나올 줄 몰랐어요. 말 그대로 특별출연으로 몇 장면 나올 줄 알았는데... 주변에서는 저를 ‘THE K2’ 주연 배우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하하.
특별출연을 어떻게 하게 됐나.
감독님과의 친분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어느 날 감독님께 연락이 왔고 지금 하고 있는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대본도 보지 않고 어떤 배역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로지 감독님과의 친분으로 덥석 출연을 결정했어요.
덜컥 선택한 특별출연이 악역이라 조금 속상했을 듯한데.
제가 맡은 캐릭터가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요즘 뉴스를 보면 정말 악역들이 넘쳐나고 있잖아요. 현장에서 연기해야 하는 역할이 악역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전형적인 악역과는 다르게 표현하자고 생각했어요. 또 제가 나올 때마다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싶었어요. ‘제가 왜 또 나왔지?’, ‘또 무슨 짓을 하려고 하지’ 등 상상을 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한마디로 예측 불가능한 캐릭터였던 거죠.
올해 선보인 영화 ‘트릭’의 악역과는 조금 달랐던 거 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두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힘의 세기, 즉 권력 차이가 달라요. 영화에서는 누군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처리를 했다면, 드라마에서는 스스로 나서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지시하죠. 특히 성호의 경우에는 정재계를 본인 마음대로 하고 대통령 후보까지 쥐락펴락하는 어마무시한 권력의 소유자예요.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결말은 마음에 드나?
네, 이런 친구들은 죽어야 맞다고 생각해요.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죽어야 하는 게 맞아요. 만약 실제로 일어난다면, 휠체어 타고 검찰에 출두해야하겠지만요.(미소)

함께 호흡을 맞춘 투 윤아(=송윤아, 임윤아)와의 촬영은 어땠나.
송윤아 선배는 정말 완벽하셨어요. 연기 잘하는 것은 물론 후배들도 살뜰하게 챙기고 배려해주는 마음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추셨어요. 윤아의 경우 첫 데뷔작을 함께 했기에 잘 알고 있었어요. 이후 각자의 길을 걷고 오랜만에 재회했는데 많이 성장한 모습이었어요. 가수, 연기라는 두 가지 장르를 다 섭렵하려면 어려운 데 잘 해내는 것 같아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앞으로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미소)
tvN 드라마는 처음인데, 어땠나?
다른 점은 느끼지 못했어요. 그저 금토 드라마가 생겼다는 것이 놀라웠고 시간대가 달라서 조금 신기했어요.
‘THE K2’전에 ‘욱씨남정기’도 특별출연을 했다. 연달아 특별출연을 한 이유가 있을까?
이유는 없어요. 그저 감독님이 불러주셨고 저는 그저 YES 한마디 했을 뿐이에요. 공교롭게 올 하반기에 연달아 카메오 출연을 하게 된 것이고요. 일종의 지인찬스죠.
새로운 역할을 맡으면 그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궁금하다.
너무 배우 같지 않게, 최대한 사람 냄새가 나려고 노력해요. 모든 역할은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아무리 영화나 드라마 속 악당이라도 창피할 때 창피하고, 아플 때 아프다는 지점들을 잘 찾아서 연기하려고 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동안 제가 연기를 잘 못 했구나 싶어요. 하하. 스포츠 선수를 보더라도 선수마다 기대치가 다르잖아요. 그런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애가 잘하니 더욱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촬영장에서 송윤아 선배가 저에게 ‘너 이번 연기 너무 좋았어. 이런 역할 한번만 더 했으면 좋겠어’라고 하셨어요.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저도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연기자에게 그런 말을 해준다는 거 결코 쉬운 일 아니거든요. 다음에 이런 캐릭터 한번 더 맡아 송윤아 선배와 호흡 맞추고 싶어요.(미소)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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