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현장] 연극 ’킬 미 나우’, 민감한 주제로 보편적 공감 이끌어내는 이유(종합)
[Z현장] 연극 ’킬 미 나우’, 민감한 주제로 보편적 공감 이끌어내는 이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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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지난해 초연 당시 장애와 안락사 등 민감한 이슈를 다루면서도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호평 받은 연극 ‘킬 미 나우’가 초연 배우에 새로운 캐스트를 더해 돌아왔다. 

초연의 흥행 덕분에 재연 무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지난해와 다르게 이번 공연에서는 모든 캐스트가 더블 캐스팅으로 이루어졌으며, 감정보다 정서에 집중했다. 

오경택 연출은 “초연하고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대사의 디테일은 조금 손 봤다. 작년에는 제이크, 조이만 더블이었는데 이번엔 모든 역할이 더불이다. 서른 개가 넘는 다양한 조합 가운데 서로 각자의 색깔이 잘 어우러져서 다양한 색깔의 ‘킬 미 나우’를 보여드리는 데 중점을 뒀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지이선 작가는 “작년에 했을 땐 작품이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만드는 데에 급급했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다”라며, “이번엔 좀 더 섬세하게 진행하고자 했다. 대사들의 위치가 달라지거나 조율된 부분이 있다. 배우들과도 얘기해서 감정보다는 정서에 가까운 톤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보자고 했다. 잘못하면 한 끝 차이로 관객의 감정을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라고 재연 무대에 오르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연극 ‘킬 미 나우’는 선천적인 지체장애로 평생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아버지로부터 독립을 꿈꾸는 17세 소년 ‘조이’와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홀로 아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아버지 ‘제이크’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장애와 그들의 성(性), 안락사 등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작품이다 보니 제작진과 배우 모두에게 접근이 쉽지만은 않았다. 

초연에 이어 제이크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이석준은 “외적 장애를 넘어선 그 안의 생각들은 사실 우리와 똑같다. 인생이 있고, 똑같은 아픔이 있다. 장애를 겪고 있는 아들의 성 때문에 고통받는 게 아니라 그냥 성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아들에 대한 접근법 정도로 생각했다. 이건 가족의 얘기고, 성장 드라마고, 치유의 얘기다. 만들 때도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라고 관객에게 작품을 통해 어떻게 다가가려 했는지 설명했다.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프라이드’와 함께 이번 작품의 각색을 맡은 지이선 작가는 “항상 왜 이렇게 어려운 작품의 각색만 들어오는 알 수가 없다(웃음)”라며, “약자의 이야기를 다룰 땐 이 작품이 그들에게 모욕적이진 않을까 걱정을 한다. 예민하고 민감한 부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상처가 되진 않을지 늘 걱정이 된다”라고 유의했던 부분에 대해 밝혔다. 

이어 지이선 작가는 “이 작품이 문화 차이도 있겠지만 한국의 문화 때문에 예민하고 불편할 수 있는 얘기들이 있다. 그걸 피하지 않고 정면 승부 했다. 그 장면을 그냥 넘기지 않고 더 강화하고, 관객이 끝까지 볼 수 있게 만들었다”라며, “마음의 장애, 몸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한 집안에서 만나면서 서로의 상처가 치유되는 성장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라고 각색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 설명했다.

연극 ‘킬 미 나우’는 성과 장애, 개인과 가족 그리고 삶과 죽음 사이의 민감한 이야기들을 어쩌면 불편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하지만 외적 장애를 지니거나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등장인물들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모습과 닿아 있다. 이에 관객은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과 관계를 돌아보게 되고, 또 공감하게 된다. 오는 7월 1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사진=연극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