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클럽 라카지오폴을 운영하는 조지. 그리고 그 클럽의 전설적인 여가수 자자(ZAZA)이자 조지의 부인인 앨빈. 이 두 남자는 20년을 함께 해온 부부다.

그들에게는 조지의 하룻밤 실수로 생긴 장미셀이라는 아들도 있고, 여느 부부처럼 티격태격 옥신각신하지만 보는 사람의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하는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아들 장미셀이 결혼을 발표한 것. 그것도 극보수주의로 유명한 국회의원 에두아르 딩동의 딸 안느와 말이다.
장미셀은 그들 가족의 상견례 자리에 남자이면서 그의 엄마인 앨빈이 아닌, 생물학적 엄마를 불러오라고 조지에게 부탁한다. 단 하루, 상견례날 하루만 자신을 위해 양보해달라며. 처음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화를 내던 조지도 결국은 아들은 위해 그 제안을 들어주기로 한다.

조지는 앨빈이 최대한 상처받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결국 앨빈은 ‘나는 나일 뿐’ 이라며 감정을 폭발시키고 만다.
하지만 배우 정성화, 김다현, 그리고 2014년 재연에 새롭게 합류한 이지훈이 연기하는 앨빈이 이 넘버를 부를 때 공감하는 것은 단지 게이 엄마뿐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평범한 우리 어머니들도 가끔은 ‘나는 나일 뿐’ 이라고 외치고 싶은 게 아닐까?
2012년 초연 후 새롭게 재연되는 이 뮤지컬 ‘라카지’가 다른 쇼 뮤지컬과는 다르게 중장년층에게까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분명 남경주, 정성화, 최정원, 송승환, 이경미, 전수경 등 부모님 세대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굵직한 배우들이 출연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점심을 같이 먹기로 약속한 남편은 연락도 없이 오질 않고, 다 키워놓은 아들녀석은 엄마에게 상견례 자리에 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헤쳐나가는 앨빈은 밝다 못해 귀엽기까지 하다.
공연 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질 않는 앨빈을 찾으러 온 조지에게 자신이 얼마나 오랜 시간 공들여 그와 함께 할 점심식사를 준비했는지를 설명하며 앙탈을 부린다던가, 아들의 상견례 자리에 참석하겠다며 뼈 속까지 여자인 앨빈이 남자처럼 행동하는 걸 연습하는 장면은 정말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하지만 조지의 ‘우린 이것보다 힘든 일도 많았고 다 이겨내고 살았어’ 라는 대사에서 느껴지는 그들 삶의 무게는, 이런 상황임에도 웃을 수 있는 그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게 버텨 왔을지 감히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조지가 앨빈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바닷가에서 ‘그 옛날 어느 바닷가’를 추억하며 부르는 ‘Song on the sand’는 들을 때마다 가슴을 울리는 그 무언가가 전해져 오는 넘버로 꼽고 싶다. 고영빈이 연기하는 조지는, 그가 가지고 있는 따뜻하면서도 감성적이고, 때로는 엄격하고 무게 있는 분위기가 역할에 잘 녹아 들어갔다는 느낌이 든다. 고영빈 스스로도 기자간담회에서 “더 깊이가 생겼다”고 말한 만큼, 2014년 새로운 조지는 초연과는 다른 깊이와 무게로 한층 더 관객의 마음 속 깊이 다가간다.
뮤지컬 ‘라카지’는 배우들의 연기, 춤, 퍼포먼스 이 모든 것이 적절히 배합되어, 관객들을 들어다 놨다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실제로 클럽 라카지오폴의 손님이 되어 자자와 라카지걸들의 공연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실제 공연에서도 자자는 상황에 따라 다른 애드립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한다.
또한, 20년을 함께 산 여타 부부와 다를 바 없이 울고 웃으며 함께 하는 조지와 앨빈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성별 따위는 잊게 된다. 그저 그들도 우리와 다름없이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일 뿐이다.
앨빈 역을 연기하는 김다현의 여배우처럼 아름다운 미모와 몸매, 그리고 능청과 애교는 탄성을 자아낸다. 초연에 이어 조지를 연기하는 고영빈은,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특유의 아름다운 선을 가진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춤을 선사한다. 그가 추는 탱고를 보고 있자면, 무대에서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 뿐만 아니라, 초연부터 함께 해온 자칭 ‘하녀’ 자코브 역의 김호영은, 이 뮤지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초 같은 역할. 자코브가 없는 ‘라카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러한 배우들이 모여 만들어 낸 ‘라카지’. 새해에 나 자신 뿐 아니라 지난 한 해 동안 수고한 어머니에게도 선물할 만한 뮤지컬이 아닐까 싶다. 3월 9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사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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