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군주’ 김명수, 그리고 인피니트 엘이 선입견을 깨는 방법
[Z인터뷰] ‘군주’ 김명수, 그리고 인피니트 엘이 선입견을 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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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MBC 드라마 ‘군주’ 속 천민 이선을 연기한 김명수. 대중에겐 인피니트 엘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겠지만,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선 '이선' 이라는 캐릭터와 배우 김명수로 비춰지길 바랐다.

방송 전,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현대극에 비해 신경 쓸 것이 많은 사극이었다. 또한 이선이라는 인물은 감정의 간극이 큰 인물이었다. 그런데 아이돌 멤버 김명수가 맡았다. 노래가 본업인 아이돌 출신의 연기력에 물음표가 붙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를 인지하고 있던 김명수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노력했다. 끊임없이 대본을 연구했고 감독, 선배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김명수는 아역부터 성인, 천민일 때의 이선과 왕이 된 이선, 흑화 된 이선까지 캐릭터 변화를 훌륭하게 표현했다. 자연스레 그에 대한 호평도 따라왔다.

제니스뉴스와 김명수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명수는 “작품을 통해 좋은 선배님들, 감독님, 스태프분들과 촬영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는 ‘군주’ 종영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아역, 성인 연기를 동시에 해야 했어요. 천민이었다가 왕이 되면서 변화되는 점들도 표현해야 했고요. 톤 변화, 사극 어조, 자세까지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천민일 때는 위축된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고 흑화 된 이후에는 떳떳한 모습으로 지시를 내리는 걸 보여주려고 했어요. 하지만 진짜 세자를 만났을 땐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기도 했던 다양한 모습들이 있었어요”

천민 이선은 가짜 왕, 천민이 가져서는 안 되는 천재적 두뇌와 불의 기운을 가진 남자였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여인 가은(김소현 분) 앞에 가짜가 아닌 한 남자로 서기 위해 진짜 왕이 되려는 남자였다. 비록 가은은 세자 이선(유승호 분)을 연모했지만 말이다.

“천민이 왕의 꼭두각시가 돼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것은 천재성이었어요. 그리고 가은이를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신분이었고, 가은이가 세자 이선을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흑화가 된 거죠. 가은을 얻기 위해 대비를 이용하고, 흑화 된 상태에서 세자와 대립관계를 이루고요. 오직 가은을 위해서만 그런 행동들을 했던 거예요. 왕의 지위를 보여주면 가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결국 마지막에는 본심을 털어 놓고 죽게 되죠”

김명수의 연기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닥치고 꽃미남 밴드’, ‘주군의 태양’,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등을 선보인 바 있다. 이러한 김명수의 연기 필모그래피에서 ‘군주’가 의미 있는 이유는 사극이라는 장르, 그리고 이야기의 무게였다.

“준비할 때 처음으로 하는 사극이라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른 사극을 많이 보면서 참고했어요. 특히 영화 ‘광해’를 많이 봤어요. 최대한 시대적인 배경에 젖으려고 했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천민 이선같은 격양되고 감정의 폭이 깊었던 걸 했던 적이 없었어요. 마지막에 죽기도 했고 왕이 돼서 명령을 내리기도 했죠. 이번에 이선을 통해 그런 다양한 차이를 보여줄 수 있었어요”

촬영이 끝난 지금, 김명수에게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장면이 무엇이었을까. 그는 물 고문 장면과 마지막 회에서 자신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꼽았다.

“제가 고문을 당했을 때와 고문을 시켰던 장면 모두 기억에 남아요. 왕에게 배운 걸 그대로 원수에게 고문을 했어요. 천민 이선은 배운 게 없던 인물이었잖아요. 그 모습을 보면서 불쌍하고 짠하다고 생각했어요. 고문을 당하는 신을 찍을 때는 엄청난 긴장감을 가지고 촬영했어요. 끝나고 나서 아파서 응급실에 다녀오기도 했어요. 방송에도 나왔는데 눈에 핏줄이 터지기도 했어요. 또 다른 장면은 죽는 신이에요. 죽음을 맞이하면서 결국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고, 다시 선한 사람으로 돌아와 세자와 가은에게 진심 어린 말을 했어요. 정말 기억에 많이 남아요”

연예계 활동으론 8년차, 김명수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네티즌들의 반응을 꼼꼼히 모니터하고 있다고 했다. 비판적인 댓글도 수용할 줄 알아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은 댓글들은 김명수가 기분 좋게 활동할 수 있는 엔돌핀이 된다.

“제가 성격상 궁금해서 댓글들을 다 읽어봐요. 제 3자가 봤을 때 비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오히려 자극제가 돼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댓글은 ‘천민 이선으로 보였다’라는 말이에요. 다음 작품을 하게 되더라도 캐릭터 그 자체로 인정받고 싶어요. 악역이 돼서 욕을 먹더라도 좋을 것 같아요. 다음에는 ‘이 캐릭터는 김명수가 했어야 했네’라는 댓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돌이란 옷 위에 배우라는 옷을 하나 더 걸쳤다. 김명수의 연기에 대한 호평에 “감사하다”고 하면서 “그래도 아쉽다”고 말했다. 김명수는 확실히 연기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연기자 김명수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아이돌이란 직업 자체가 최근에는 만능엔터테이너가 됐다고 생각해요. 연기, 예능,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잖아요. 아이돌 특성상 앨범 활동을 병행하면서 다른 분야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집중을 많이 못했던 것이 현실이고요. 못하면 욕을 먹는 건 당연해요. 그래도 카메라를 많이 접해봤기 때문에 완전 신인보다는 카메라를 잘 대할 줄 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연기를 잘 한다면 계속 저를 써주실 거고 못하면 안 쓰겠죠.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라도 더 잘해야죠. 작품을 하면서 제 역량을 올리고 칭찬을 받으면 돼요”

김명수는 가수, 배우로서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병행하고자 하는 의지도 전했다. 그는 먼저 나서서 “하반기에도 연기든 노래든 계획된 것들이 많다. 꾸준히 활동할 생각이다”라는 말로 일에 대한 열정, 욕심을 드러냈다.

“사실 엘, 김명수라는 사람 자체가 외모에 많이 가려진다고 생각했어요. 가수로선 그걸 깨기 위해 ‘복면가왕’에도 출연했던 거고요. 저는 데뷔 때부터 부족하지만 꾸준히 노력했어요. 편견을 깨기 위해서요.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외모로 부각되지 않고 싶어서 준비한 연기를 더 많이 보여주려고 했었어요. 더 천민처럼 보이기 위해 망가지고 싶기도 했고요. 신인 배우의 마인드예요”

 

사진=하윤서 기자 hays@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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