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그의 성장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아역부터 시작해 어느덧 데뷔 18년을 지켜본 배우 유승호다. 그는 이번 MBC ‘군주’로 또 한 번 성장했다. 그는 세자 이선에서 어엿한 군주로 거듭나는 과정을 안정적인 연기로 선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연기, 가슴 절절한 눈물, 여기에 김소현과는 애틋한 멜로를 그리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유승호에게 ‘군주’는 도전이었다. 앞서 사극 영화 두 편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또 다음 작품을 사극으로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다. 본인의 욕심만이 아닌 고생하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작품을 고를 때 흥행성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유승호는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을 갖고 드라마의 흥행을 이끌었다. 이에 ‘군주’는 최고 시청률 14.9%(닐슨코리아 제공)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제니스뉴스와 유승호가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군주’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오랜만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하고 싶었다는 유승호는 가감 없이 속내를 털어놨다.

Q. ‘군주’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영화로 사극을 두 작품 연달아 했어요. 영화가 흥행이 안 되고 난 후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어요. 그러면서 연기에 대해 스스로 벽에 부딪히더라고요. 그러면서 1년을 쉬고 다시 작품을 해야 했어요. 그동안 맡았던 역할이 사연이 깊고 바닥을 치는 인물이 많았거든요. 그랬을 때 결과물이 좋았고요. 그래서 비슷한 캐릭터를 선택한 것 같아요. ‘리멤버’ 때 맡았던 캐릭터랑도 비슷했거든요. 오해와 누명, 아버지가 했던 일을 돌이키는 비슷한 맥락이었어요. 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용기가 없어서 이 작품을 하게 됐고 그게 사극이었어요.
Q. 이젠 용기가 생겼나.
네. ‘군주’는 오픈하기 전에 많이 긴장하고 겁이 났었어요. 밖에서 반응을 듣는데 ‘내가 그래도 잘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족, 지인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자신감도 다시 회복된 것 같아요.
Q. '유승호가 멱살 잡고 끌고 가는 드라마'라는 반응도 있었다.
세자라는 인물을 만든 것은 제가 아닌 주변 사람들이라 생각했어요. 청소년기에 세자는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몰라서 답답해했어요. 그러다 궐 밖에 나가선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인물로 그려졌어요. 궐 안에서는 선배님들의 도움으로 그런 인물이 만들어졌고, 궐 밖에선 천민 이선(김명수 분)과 가은(김소현 분)의 순수한 모습에 같이 호흡을 맞춘 덕분이죠. 시간이 흘러선 아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저절로 단단해진 세자가 그러졌다고 생각해요 저의 생각과 노력도 있지만 주변 인물들의 연기 덕분에 세자의 모습이 잘 그려졌어요. 주변 분들에게 감사해요.
Q. 현장 스태프를 많이 배려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제가 촬영 현장에 늦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 ‘백 명이 넘는 사람이 널 기다리고 있어’라는 말을 들었어요. 너무 미안했어요. 어머니가 항상 저에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살아야 한다고 했는데, 제가 피해를 줬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내가 조금 힘들면 다른 사람이 편해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그러다 터지는 순간도 있을 것 같다.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분명 내가 살아야 다른 사람도 살텐데’라는 생각이요.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도 해야 하고 저렇게도 해야 해서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저도 제 행복을 위해 사니까요. 이기적이게 살아볼까 하다가도 마음은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왔다 갔다 하게 돼요.
Q.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감정적으로 격해져야 했던 상황이 많았어요. 편수회 존재를 알았을 때의 배신감, 사랑하는 여자의 아버지가 나 때문에 죽었는데 여자를 사랑하는 복잡한 감정, 대목(허준호 분)이라는 인물이 천민 이선과의 우정을 건드렸을 때, 서로에 대한 오해와 이로 인한 분노 등 복잡한 감정들이 다 따로 존재했어요. 정말 쉬운 신이 없었어요. 매번 그런 감정을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어요.

Q. 사극 연기가 어렵진 않나.
사극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연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흐름을 잘 타면 사극도 재밌게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외적인 게 힘들어요. 가발, 옷, 액션 등이요. 특히 여름 사극은 하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 하는데요. 4월말에 끝나려던 촬영이 늦게 끝나서 여름 사극을 해버렸네요(웃음).
Q. 유승호에 대한 기대치가 날로 높아진다. 이에 대한 부담감도 있겠다.
어렸을 때는 저에게 기대를 하는 분들이 계셨겠지만, 제가 지금처럼 많이 느끼지 못했어요. 지금은 그런 부담감을 많이 느껴요. 기대하는 만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요. 그래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을 하거나, 작품이 잘 되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작품이 잘 되는 수밖에 없어요. 이번엔 잘 돼서 한시름 놨죠. 하지만 또 잘된 만큼 고민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다음엔 또 뭘 해야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또 하게 돼요.
Q. 연기 변신에 대한 욕심은 없나.
제가 선(善)을 많이 해서 조금 뻔할 수가 있어요. 큰 아픔을 가지고, 아픔을 견딘 후에 꽃을 피우는 인물을 지금까지 해왔어요. 그런 부분에서 ‘군주’와 ‘리멤버’가 비슷했어요. 그래서 현대극을 하면 똑같을 것 같아서 사극을 하기도 했고요. 그동안 했던 것을 바꾸려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악(惡)을 하면 다르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긴 공백 없이 일을 하고 있다.
일을 안 하면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취미 생활을 가지고 여러 경험도 하고 싶은데 마음이 그렇게 되지 않아요. 현장이 계속 제가 있을 자리라 생각했어요. 책임감인지 열정인지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촬영 현장에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해요. 일을 하기 싫을 때도 있긴 하지만요.
Q. 하반기 혹은 차기작 계획도 궁금하다.
작품이 잘되면 고민이 많아져요. 기대에 부응 하는 작품을 고민 중이에요. 아직 정해진 게 없어요. 우선은 계획 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사진=산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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