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어느 배우에게나 소중하지 않은 작품이 없겠지만, 박세영에게 ‘돈꽃’은 특별했다.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돈꽃’은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살지만 실은 돈에 먹혀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최종회 23.9%(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탄탄한 스토리,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열연, 이를 보여주는 탁월한 영상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얻은 호성적이다.
극중 박세영은 사람과 자연을 좋아하는 나모현 역을 맡아 활약했다. 박세영은 풋풋하고 순수하게 사랑을 하던 소녀에서, 복수를 위해 흑화된 모습 등 나모현의 여러 모습을 다채롭게 표현했다. 장혁, 장승조, 이미숙, 이순재 등 연기파 배우들과 조화를 이루며 작품을 함께 만들어갔다.
제니스뉴스와 박세영이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돈꽃’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좋은 작품과 팀을 만났다”며 시종일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박세영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드라마를 마친 기분이 어떤가.
토요일은 항상 ‘돈꽃 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쇼트트랙 경기를 보고 있는 저를 보면서 ‘끝이 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꽃’ 팀 중에 공연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공연할 때 다같이 모여서 보러 가기도 했어요.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끝난 게 아쉬워요. 끝나긴 했지만 떠나 보내기 아쉬운 작품인 것 같아요. 종영한 것 자체는 잘 마쳤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요.
Q. 시청률이 잘 나왔다. 기대했던 결과일까.
저희가 처음부터 20%를 넘기고 그러진 않았어요. 배우들이 작품에 점점 빠져들고, 시청자분들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드라마에 같이 빠진 것 같아요. 시청률이 오르면서 기분이 좋았고, 이 회가 방송되면 시청자분들이 얼마나 좋아하실까를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반응을 기대하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나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주말 드라마에 대한 인식이 있잖아요. ‘돈꽃’은 대본을 보면서 되게 신선했어요. 같은 소재와 신이라도 다르게 표현되는 걸 느꼈고요. 처음부터 시청률이 잘 나올 거라는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우리가 열심히 만들었기 때문에 ‘이 작품 괜찮아요’라고 자랑할 수 있겠다 싶었죠.
Q. 처음엔 막장 드라마가 아닐까라는 반응들이 많았는데.
우선 제작발표회 때 영상이랑 드라마랑은 다른 느낌으로 편집됐고요. 저희는 막장일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반응이 처음엔 그랬죠. 같은 드라마라도 편집에 따라 차이가 있잖아요. 감독님이 그 부분에 대해 정말 신경을 많이 쓰셨어요. 저희가 일주일에 한번씩 리딩을 했는데요. 1~2부를 보고, 리딩 때 다같이 방송을 보고 박수 쳤어요. "감독님, 너무 잘 봤습니다. 대단하십니다"라고 하면서요. 저는 정말 이 작품에 참여한 것에 대한 자부심, 뿌듯함이 있어요. 같이 한 선배님들이 계신데, 선배님들은 정말 많은 작품들을 해오셨잖아요. 그 선배님들이 "이런 드라마 처음이다. 너무 좋다"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서, 제가 정말 복 받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Q. ‘돈꽃’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남달라 보인다. 박세영이 ‘돈꽃’을 사랑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대본을 우선 너무 재밌게 읽었고요. 작가님이 써준 캐릭터가 너무 좋았어요. 나모현이 일차원적인 캐릭터가 아니었고, 작가님이 인물의 섬세한 감정들을 다 표현하고 만져주셨어요. 덕분에 강인하고 멋진 여자가 태어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감독님께서 그렇게 연출해주신 것도 감동이었죠.
캐릭터 자체로는 이전에 제가 맡았던 인물과 달랐어요. 돈과 권력이 중요하지 않았던 인물인데 거기에 맞서 싸우면서 늪에 빠지고, 다시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라 좋았어요. 감독님이 초반에 "굴곡이 많은 캐릭터라 힘들 거다"라곤 하셨거든요. 감독님께 "100% 다 해낼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씀 드렸고,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제가 잘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한 기계가 돌아갈 때 부품이 서로 맞물려야 잘 돌아가잖아요. ‘돈꽃’은 그런 조화들이 잘 맞은 느낌이 들었어요. 배우들이 자신만을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위해 연기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요. 그래서 대본을 처음 접하고도 좋았지만, 하면서 더 좋아진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돈꽃’은 박세영에게 인생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생 작품이 맞긴 해요. 모든 작품이 저에게 공부가 되고 의미가 있겠죠. 이번 작품을 하면서 좋은 평가를 듣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바닥을 치기도 했거든요. 제가 이만큼 열심히 준비해서 갔는데, 대선배님들 앞에선 별거 아닌 거예요. 거기서 스스로 깨지기도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시골쥐가 서울에 온 것처럼, 거대한 세상이 있다는 걸 경험한 것 같아요. 제가 6년 정도 연기를 했는데요. 이렇게 연기가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라, 저한테는 인생에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거라고 확신해요. 나중에 또 다른 인생작이 생길 수도 있겠죠.
Q. 선배 배우가 많은 현장은 어떻게 달랐나.
선생님들이 너무 좋았어요. 진짜 엄마, 아빠 같은 느낌으로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너무 친해진 느낌이라,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편했어요. 굉장히 엄숙할 것 같은 이미지의 선생님들이잖아요. 항상 기분 좋은 상태로 현장에 오셨고, 촬영 마치고 가실 때도 그러셨어요.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고요.
아, 진짜 이미숙 선생님 너무 멋있지 않아요? 진짜 저는 선배님이 연기를 할 때마다 놀랐어요. 조용하게 말씀을 하시면서 눈빛과 입꼬리가 미세하게 바뀌는데, 그런 것들을 캐치해서 표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마지막 회에서 병원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이나, 필주를 만나서 하는 대사들이 너무 소름끼쳤어요. 선생님이 했던 장면들을 계속 돌려서 봤거든요. 덕분에 진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선생님도 중간에 감기에 걸려서 힘드셨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샘 촬영을 하시면서 고생 많이 하셨어요.
Q. MBC에서 오랜만에 재밌는 드라마가 나왔다. ‘금사월’에 이어 ‘돈꽃’까지, MBC 주말극과 잘 맞나보다.
저 혼자 만든 게 아니니까요(웃음). 주말 드라마의 장점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때로는 분량 분배가 아쉽기도 하지만 반대로 배우가 많아서 서로 힘이 되기도 해요. 특히 선배님들이 많기 때문에, 기둥이 돼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든든한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돼요. 물론 배우의 합이 어떠냐에 따라, 감독님과 작가님이 어떻게 하시는지도 중요하겠죠. 1명이 잘해서 작품이 잘된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조화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도 그걸 알지 않을까요? 어디 가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좋아요. ‘저 MBC 주말드라마 했어요’라고요. 훈장을 단 느낌처럼요(웃음).
Q. 아직도 박세영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우리 결혼했어요’가 따라온다. 예능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또 계획이 있나.
‘정글의 법칙’에 나갔었고 최근에 ‘아는 형님’도 촬영했어요. 아무래도 단발성 예능에 비해 ‘우리 결혼했어요’는 9개월을 했더라고요. 예전에 ‘뮤직뱅크’ MC도 했었는데, 시청자분들이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온 걸 많이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요. 또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리 결혼했어요’를 많이 사랑해주시더라고요. 저의 해외팬분들 대부분도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고 좋아해주시는 거고요. 연관 검색어를 굳이 떼고 싶진 않아요. 예전에 ‘냉장고를 부탁해’에도 출연하고 싶었는데요. 제가 혼자 살지 않아서, 제 냉장고가 아니라 엄마의 냉장고가 되니까 안되겠더라고요. 예능 보는 걸 좋아하고, 출연하는 것도 좋아요. 방송을 보면서 ‘내가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하고요.
Q. 다음 활동 계획도 궁금하다.
3월까진 쉴 것 같아요. 진짜 푹 쉬려고요. 잠도 많이 자고요. 올 겨울에 제가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잔병치레가 많았어요. 다행히 큰 감기는 걸리지 않아서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은데, 몸이 끝난 걸 아는 것 같아요. 피부 트러블도 올라오기 시작하고, 어깨도 아프기 시작해서, 쉬면서 몸을 회복하려고 해요. 장혁 선배님을 보면서 진짜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거든요. 진짜 너무 운동을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잘 수 있는 시간이 3시간이 있을 때도, 2시간을 자고 1시간 쪼개서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해야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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