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人사이드] 메이크업 아티스트 고원혜, “K-뷰티? 제가 1세대예요”
[뷰티人사이드] 메이크업 아티스트 고원혜, “K-뷰티? 제가 1세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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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화려한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뷰티인들의 이야기, 뷰티人사이드. 세 번째 뷰티人사이드의 주인공, 메이크업 아티스트 고원혜와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고원혜는 올해로 28년차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지난 1996년도에 숍 고원을 오픈해 지금까지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베테랑이다. 제니스뉴스와 만난 고원혜는 "‘소녀 같다’는 말보다는 ‘섹시하다’는 말이 좋다"며 대화 내내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고원혜는 메이크업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하자 프로다운 눈빛을 드러냈다. "원장, 대표보다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이 좋다"며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 고원혜와 나눈 이야기를 지금 이 자리에 전한다. 

Q. 오랜 시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했어요.
제가 올해로 메이크업을 한 지 28년이 됐어요. 그런데 이렇게 숍도 갖고 있고,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저는 현장과 숍을 넘나들면서 메이크업을 하는 장점을 갖고 있어요.

숍 안에서는 일반 고객과 신부들의 차분하고 우아한 메이크업을 한다면 화보에 뛰어가서는 굉장히 크리에이티브하고 아방가르드한 작업을 해요. 제 안에 품고 있는 열정들을 현장에서 쏟아내죠. 

Q. 반전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고원혜 안에 다양한 모습이 있어요.
그런가요(웃음). 또 다른 특이한 매력이 있다면 저는 메이크업을 하는 사람인데 제품에 대해 목숨을 걸지 않아요. 저 스스로도 신기해요. 제품에 대한 욕심과 관심이 솔직하게 말해서 별로 없어요. 저는 있는 몇 가지 제품 안에서 만들어 사용하는 게 훨씬 재미있고 좋아요. 

Q. 메이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저는 원래 미술을 전공했어요. 그리고 아이를 낳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됐죠. 그 당시만 해도 이런 메이크업을 배우고 누구한테 가르친다는 개념이 없었고, 메이크업이라고 하면 그냥 ‘찍어 바른다’ 정도였어요. 

Q. 미술을 전공했는데 메이크업 세계로 들어온 거예요?
제가 저를 꾸미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메이크업에 관심이 있었어요. 예전 사진을 보면 그 당시에 저는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고 다녔더라고요. 눈썹도 휘황찬란하게 그리고요(웃음).

대학교 졸업할 쯤 ‘메이크업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당시엔 국내에는 배울 수 있는 기관이 많지 않아서 무조건 ‘유학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80년도에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있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고, 시간이 지나서 화장품 회사에서 하는 아카데미를 다녔어요. 그 뒤에 미국으로 가서 공부를 하고 들어왔더니, 사설 학원들이 생겼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일을 했어요. 제가 가르친 제자 중에 전미연 원장도 있어요. 

Q. 정말 메이크업 아티스트 1세대네요. 
그럼요. 저는 프리랜서 1세대이기도 해요. 프리랜서가 돈을 받는 걸 처음 시도했으니까요. 원래는 사람들이 일을 해도 돈을 줄 생각을 안 했어요. ‘잡지 일을 하면 네 이름 나가는데 왜 돈을 받아야 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었어요. 그때 연예인은 헤어, 메이크업을 숍에서 지원받고, 협찬받아서 하는 시대였어요. 

그래서 프리랜서로 나와서 일을 하려니까 “그냥 너도 크레디트 달아주는 걸로 오케이 해”라는 소리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안 된다. 우리는 프리랜서다.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어요. 그래서 돈을 받기 시작했죠. 아주 작은 돈이지만요(웃음).

Q. 메이크업에 대한 가치관이 확고했네요.
사실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메이크업을 해서 뭐가 되겠다’는 꿈이나 목표는 따로 없었어요. 그때그때 닥치는 일을 열심히 했어요. 어느 날 눈을 떠보니까 제가 이 자리에 와있더라고요. 스텝 바이 스텝이었어요. 

메이크업을 하다 보니까 신부들이 메이크업을 요청했고, 헤어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헤어 디자이너 1~2명과 함께 하다 보니까 신부와 일반 고객이 많아지고 할 공간이 필요해서 숍을 시작하게 됐어요. 

Q. 뷰티숍 ‘고원’이 22주년을 맞이했어요. ‘고원’은 역시나 본인 이름에서 따온 거죠?
맞아요. 고원은 제 이름의 두 글자를 따서 지었어요. 제 이름의 고원이 ‘높을 고’에 ‘예쁠 원’인데 미용 쪽에 연관이 있는 거예요. ‘예쁨을 향한 고지’라는 뜻으로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사실 중국 시장을 기대를 하기도 했어요. ‘혹시 내가 나중에 중국에 숍을 오픈하진 않을까’라는 생각에 한자를 그대로 활용했죠. 그래서 그런지 중국 분들은 숍 이름을 보면 좋아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영문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요(웃음).

Q. 지금 고원은 새롭게 리뉴얼 오픈했어요.
작년 10월에 이 자리로 옮겼어요. 그전에는 도산 공원 앞에 있었어요. 예전엔 앤티크한 분위기로 차분하게 숍을 꾸몄다면 지금은 완전히 분위기를 바꿨어요. 밝고, 영한 느낌으로 콘셉트를 완성했죠.

Q. 오픈한 날엔 굉장히 많은 셀럽들이 참석해서 화제가 됐어요.
진짜 그때 생각하면 정말 감사해요. 전 정말 그렇게 많은 분들이 올 줄 몰랐어요. 웬만한 브랜드 론칭 행사보다도 연예인이 많이 왔다고 기사가 날 정도였어요. 두나(배두나)부터 정말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러 왔어요. 그런데 사실 그 날 하늬(이하늬)가 촬영이 있어서 못 왔는데, 아직도 두고두고 이야기해요. 그날 자기가 있어야 했는데 빠졌다고요. 

그리고 유미(정유미)도 원래 사람 앞에 나서는 아이가 아닌데, 오프닝 론칭에 앞머리 자른 걸 처음 보여준다고 공개하기도 했어요. 혜영(이혜영)이도 자기 생일 파티 때 입을 옷을 입고 와줬고요. 특히 윤주(장윤주)는 임신해서 왔는데, 돌아다니면서 이리저리 챙기기도 했어요.

Q. 셀럽들의 애정이 대단하네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제 메이크업을 사랑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그들에게 크게 잘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제 성격이 표현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감사 표현을 잘 못해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저를 생각해줘서 주변에서 “잘 살았다”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웃음). 

Q. 메이크업을 할 때 어떤 마음으로 하나요? 
먼저 약간의 대화를 해요.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의 이목구비, 피부톤, 타입을 파악해요. 또한 고객들과의 간단한 대화만으로도 충분히 교감해서 믿음을 줄 수 있어요. 대화가 없이 바로 고객에게 메이크업하면 컴플레인을 일으킬 수 있어요. 

그리고 아직까지 브러시를 잡으면서 '한 번도 메이크업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없어요. "슬럼프가 온 적이 있냐"는 질문을 많이 들어봤는데, 그런 적도 없었지만 저는 브러시를 잡는 순간이 너무 좋아요.

Q. 그런 모습들이 모여서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앞으로 10년은 메이크업을 더 하고 싶은데 할 수 있을까요(웃음)? 저는 의욕이 있는데 일을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봐야겠죠. 제가 고원을 나가게 돼도 현장에서는 계속 브러시를 잡고 싶어요. 진짜. 아직도 하고 싶은 메이크업이 많고,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도 많아요. 그런 기회들이 줄고 있는 게 사실이어서 아쉽죠.

Q.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가장 행복할 땐 언제일까요?
지금도 진짜 행복해요. 이런 공간을 갖고 있는 자체도 행복하고요. 특히 저희 식구들이 진짜 괜찮아요. 

특히 가장 행복할 때는 내가 해준 사람들이 변화돼서 나갈 때예요(웃음). 메이크업을 하다 보면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브러시를 활용해서 메이크업을 할 때마다 변화해서 완성이 되는데 한 편의 그림 같아요. 

Q. 그 중 제일 재미있었던 경험은 언제인가요?
10여 년 전의 일인데요. 파리로 출장을 가야 하는데 메이크업 박스를 택시에 두고 내린 적이 있어요. 그때만 해도 제품이 많지 않아서 아는 아티스트들에게 연락을 해도 많은 제품을 빌리기도 어려웠어요. 그래서 파리에서 제품을 사서 촬영을 겨우 마쳤어요. 

모델과의 에피소드도 많아요. 윤주하고 스페인에 가서 촬영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날짜 안에 촬영을 마무리 못해서 서울 와서 다시 찍은 적도 있어요. 스페인을 왜 갔는지 모르겠어요(웃음). 

Q. 이번 시즌 메이크업 트렌드는 어떻게 이어질까요?
제 나름대로 시즌이 오기 전에 내놓는 트렌드가 있어요. 나중에 전체적인 트렌드와 제가 생각한 트렌드를 맞춰 보면 맞더라고요. 신기할 수도 있지만 백화점에서 트렌드와 영감을 얻어요. 백화점은 항상 3~4개월 트렌드를 앞서가기 때문에 직접 가서 아이쇼핑을 해요. 생활관부터 식품관까지 돌다 보면 앞으로 유행할 컬러와 소재들이 눈에 보여요. 

첫 번째는 셰이딩인 것 같아요. 한국 여성들의 소망 중 하나가 작은 얼굴이잖아요. 두 번째로 피부는 여전히 얇게 표현하게 될 것 같아요. 컨실러가 많이 개발됐기 때문에 베이스가 얇아지고 컨실러 작업을 해서 한 듯 안 한 듯한 베이스가 유행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립은 조금 매트한 텍스처가 유행할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매트하면 내 입술 자체가 너무 건조했지만 요즘은 매트해도 안쪽은 수분감을 유지할 수 있는 립 제품들이 나오더라고요.

Q. K-뷰티에 대한 비전도 궁금해요.
어떻게 보면 K-뷰티는 제가 선구자일 수도 있어요(웃음). 제가 예전에 미국에서 공부할 때 여러 나라의 친구들이 모여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그 친구들이 저한테 한국 메이크업을 가르쳐 달라고 하더라고요. 1991년도 정도였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방과 후에 그 친구들을 모아서 한국 메이크업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지금은 장난삼아 “K-뷰티? 내가 1세대야”라고 말하기도 해요. 

그리고 예전에 비하면 완전 전세 역전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대단해요. 열정을 갖고 한 가지에 파고드는 건 무시 못하는 것 같아요. K-뷰티는 계속 진행 중이고, 많은 나라로 번지고 있어요. 그렇지만 K-뷰티가 계속 흥하는 이유는 한국 여성 한 사람 한 사람의 공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여성들의 메이크업은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눈에 띄어요. 빛나더라고요.

Q.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인내'라고 생각해요. 내가 정말 하고자 한다면 인내가 필요해요. 어느 분야에서 일을 하더라도 인내가 있어야지 성공하지 않을까요? 많은 시련들이 와서 열두 번도 더 때려치우고 싶겠죠.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한 번씩 꼭꼭 누르고 인내로 버텨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상=심원영 감독 simba@, 임진우 감독 wls@
그래픽=엄윤지 디자이너 umyji@
사진=고원 제공

이혜린 기자
이혜린 기자

press@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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