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안녕하세요. 이해기와 최강구의 기구한 콘서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관객에게 밝게 인사하는 ‘강구’의 모습으로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는 막을 연다. 두 사람의 콘서트라는 강구의 말과는 다르게 무대에는 단 한 사람만이 서 있다. 웃고 있지만 어딘가 슬픈 강구의 이야기로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는 시작한다.
‘마이 버킷 리스트’는 죽고 싶은 19살 소년 ‘강구’와 살고 싶지만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19살 소년 ‘해기’의 만남을 그린 뮤지컬이다. 두 사람은 겉모습만큼이나 확연히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소년원에서 막 나온 강구는 가족과 세상에 대한 분노와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마음을 기댈 곳 하나 없어 세상을 등지려 하기도 한다. 가죽 재킷과 찢어진 청바지를 즐겨 입으며 센 척 굴지만 결국 애정에 목말라 있는 인물이다.
반면 해기는 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고 세상에 불만 하나 없이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나 피부암을 선고받고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후 해기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모든 것이 죽음에 맞춰졌고, 해기는 버킷리스트를 통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즐기며 살려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양아치 한 대 때려보기’, 19살 동갑내기 소년 강구를 만나 주먹을 날리는 것이다.

동갑내기지만 해기와 강구의 첫 만남은 아슬아슬했다. 분노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소년 강구와 몸속의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소년 해기의 만남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대단하다. 세상과 이별하려 했던 강구는 삶에 목마른 해기와 만나 서서히 변화한다. 모든 것이 다른 두 사람은 매번 티격태격하고,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틀어지기도 한다.
죽음을 받아들이기엔 어린 나이인 해기와 마음의 상처가 많은 강구, 서로를 대하는데 서툰 두 사람은 쉬지 않고 다퉜지만, 결국엔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하기 싫은 것을 강제로 하게 하더라도 서로의 얼굴만 봐도 웃음 짓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죽음이 더 가까이 다가오기 전 장례식을 준비한다. 웃음과 행복이 가득한 장례식을. 이름하여 ‘기구한 콘서트’다. 해기의 ‘기’와 강구의 ‘구’를 합한 이름이다. 이름처럼 기구한 운명의 두 사람은 단 한 번의 콘서트를 위해 노래하고 준비한다.

‘죽기 전 해보고 싶은 것을 적은 목록’이라는 뜻의 버킷리스트가 의미하는 것처럼 해기는 결국 강구의 곁을 떠난다. 콘서트 무대에 혼자 오르는 강구는 해기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열정을 다해 노래한다. 또 해기를 생각하며 ‘다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마이 버킷 리스트’에는 시한부 삶을 사는 해기가 등장하지만, 그를 통해 삶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플라시보”를 외치며 죽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도 ‘마음먹기에 따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해기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관객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한다.
웃음 짓게 만드는 스토리와 함께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라이브 밴드의 연주에 있다. 올해로 4연을 맞이한 '마이 버킷 리스트'는 최초로 라이브 밴드를 무대에 올려 더욱 강렬한 연주를 관객에게 선물한다.
라이브 밴드의 연주는 '마이 버킷 리스트'의 넘버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마이 버킷 리스트', '에스프레소 더블', '플라시보 프로젝트' 등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귓가를 맴도는 건 라이브 밴드의 연주 덕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규모의 무대 또한 '마이 버킷 리스트'의 흥미 요소 중 하나다. 100가지의 버킷리스트를 해내기엔 턱없이 작은 무대지만, 그만큼 객석과 가까운 무대는 강구와 해기의 에너지를 더욱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하는 매력 포인트다.
작아서 더 좋고, 뻔한 이야기라 더 즐거운 '마이 버킷 리스트'다. 삶이 힘들고 지친다면 '마이 버킷 리스트'를 추천해 본다. 스트레스를 가득 안고 들어가더라도, 공연장을 나설 땐 가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는 18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된다.
사진=라이브
저작권자 © 제니스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