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화유기’ 이세영 “기구슬 먹고 화장하는 좀비 설정, 너무 좋았어요”
[Z인터뷰] ‘화유기’ 이세영 “기구슬 먹고 화장하는 좀비 설정, 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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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이세영입니다”라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당연한 인사겠지만, 이세영은 조금 특별했다. 그는 직접 만든 명함을 내밀고 자신을 소개했다.

명함에는 이세영의 프로필 사진과 이름 세 글자가 적혀 있다. 당연히 알고 있을 배우의 이름과 얼굴이지만, 취재진에게 조금 더 예의를 갖추고 싶었던 이유 때문이었다. 인사 후 자리에 앉은 이세영은 가방에서 꺼낸 다이어리를 펼치고 볼펜을 들고선, 취재진의 질문에 메모할 준비를 한다.

제니스뉴스와 이세영은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프레인TPC 사옥에서 tvN 드라마 ‘화유기’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이세영의 위트 있는 태도에 인터뷰 시작부터 분위기가 좋았다. “평소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나”라는 물음에 이세영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이것 저것 적어두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연기할 때 배운 것들, 일정, 오늘 같은 날에 있었던 일들을 적어놔요. 핸드폰 캘린더에 적어두면 잘 모르겠더라고요. 다이어리에 수기로 적어두는 게 제일 편해요. 집안 곳곳에도 포스트잇이 붙여 있어요. 일기를 쓰는 건 아니에요. 아마 다이어리는 1년에 10편은 안 모일 거예요. 어떤 특별한 걸 느낀 날에 쓰는 것 같아요. 혹은 새벽에 감성이 폭발할 때 시를 쓰기도 하고요(웃음)”

이세영은 ‘화유기’에서 1인 3역을 맡았다. 삼장의 피로 환생한 좀비 소녀 부자, 생전 걸그룹 지망생이었던 세라, 좀비 소녀의 몸에 들어온 아사녀까지. 이세영은 각각의 인물을 다채롭게 그려내기 위해 노력했다.

“준비할 게 굉장히 많았어요. 선배님들 감독님께 의견을 많이 물었어요. 최대한 도움을 많이 받고 촬영했는데, 다행히 호평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좀비 연기를 할 때는 안무가 선생님께 레슨을 받으면서 준비했고요. 부자로 연기할 땐 귀엽고 재밌잖아요. 부자는 분명 감정적으로 슬퍼서 몰입해서 연기를 해야 했는데, 남들이 보기엔 웃길 수 있는 그런 디테일들을 끊임 없이 생각했어요. 일반 캐릭터랑은 다른 발성을 준비했고요. 연기적으로는 아사녀를 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사녀 연기가 어려웠던 이유는 부자와 달리 고혹적이고 섹시한 분위기를 풍겨야 했다는 점, 부자의 감정을 배우 이세영은 가지고 있지만 아사녀로 연기할 때 그것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특히 시청자들에겐 아사녀처럼 보여야 하지만, 저팔계(이홍기 분)에게는 부자인 척 해야 하는 섬세한 연기가 가장 어려웠다는 이세영이다.

“직접적으로 고혹적인 이미지를 풍기면 촌스럽잖아요. 자연스럽게 아우라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려웠어요. 대사를 여유롭게 쳐야 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시청자들에겐 들켜야 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에겐 들키지 않아야 했죠.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어요. 제가 최대한으로 표현을 해도, 방송에는 그만큼 다 보여지지 않아요. 제가 예민하게 느껴야 시청자분들도 그렇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감정의 기복들을 잘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이세영은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지만, 방송을 모니터하면서 악귀인 아사녀가 뒤통수를 맞을 때 통쾌했다고 했다. “아사녀가 소멸로 끝나 아쉽지 않았나”라는 물음에도 “당연히 죽어야 했다. 그래야 속이 시원하지 않겠나”라고 답했지만, 아사녀의 소멸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 혹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악인 아사녀가 마냥 밉지만은 않았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사녀가 처음엔 악귀인 걸 인정하지 않다가 ‘나는 악귀였어. 차라리 누가 태워줬으면 좋겠어’라고 하면서 자괴감에 빠져요. 아사녀가 부자의 감정을 드러낼 때 착하게 보일 때가 있었거든요. 아사녀가 미워질 쯤 세라의 엄마 병원에 가서 들여다 보는 장면들이 나오고, 팔계를 만났을 때 약해지는 모습들을 보여줬어요. 그런 식으로 작가님께서 아사녀를 마냥 욕할 수는 없게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물론 찍고 나선 ‘조금 다르게 했으면 좋았을 걸’이란 생각은 들더라고요. 다음엔 한층 더 못된 악역을 해보도록 할게요(웃음)”

‘화유기’는 기존의 드라마와는 달랐다. 작품은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퇴폐적 악동 요괴 손오공과 고상한 젠틀 요괴 우마왕이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절대낭만 퇴마극이라는 설정으로 스토리가 진행됐다. 현실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을 판타지한 이야기들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이끌었다. 이세영 또한 이러한 작품의 매력에 끌려 ‘화유기’를 함께하게 됐다고.

“시놉시스를 받고 바로 ‘저 이거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어요. 처음에 받았던 1~2회 시놉시스에는 제가 나오는 부분은 자세히 그려져 있진 않았어요. 빨리 미팅을 하면서 3회 대본을 보고 싶은 거예요. 좀비라는 설정이 너무 좋았고, 그래서 끝까지 좀비를 해도 좋겠다고 생각도 했어요. 좀비가 썩지 않으려고 기구슬을 먹고, 화장을 하고 꾸민다는 게 너무 귀엽고 매력있잖아요. 그런데다 또 나중에 반전되는 인물로 등장하고요. 다들 대본상으로 아사녀가 등장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제가 그렇게 등장할 줄은 몰랐거든요. 다들 놀랐죠(웃음).

어쨌든 독특한 설정을 가장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저였던 것 같아요. ‘기구슬 잘 먹었습니다’, ‘썩어서 냄새가 나는데’ 같은 독특한 대사를 하면서 연기하는 게 재밌었어요. 저는 막 슬픈 표정으로 ‘냉장고에 들어가 있을게요’라고 말하는데, 너무 웃겨서 웃음을 참고 대사하고 그랬어요”

이세영은 1996년 아역으로 데뷔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베테랑 배우다. 성인이 된 후로는 조금 더 다양한 장르, 캐릭터에 도전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해보지 않은 작품을 하고 싶다”며 자신만의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는 동기부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왜 이 작품을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명확하게 있어야 열정을 쏟을 수 있어요. 지금은 조금이라도 어릴 때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고,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시놉시스를 봤을 때 인물이 매력적이라면 고민 없이 선택을 하게 돼요. 시청률은 크게 작용하지 않아요. 1년에 시청률이 잘나오는 작품이 몇 개나 있겠어요. 시청률에 휘둘린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줄어들 거예요. 시청률이 잘나오면 당연히 감사한 일이지만, 크게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을 생각한 후에 같이 하는 배우분들, 감독님 등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세영은 인터뷰를 하면서 좀비 연기를 하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는가 하면, 드라마 ‘최고의 한방’에서 낡은 추리닝을 입고 수수한 모습으로 연기하던 장면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한창 예쁠 나이,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을 법도 한데 이세영은 “예쁘게 보이고 싶긴 한데, 어떻게 해야 예쁠지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예쁘게 보이고 싶다고 생각하면, 연기를 하면서도 신경을 쓸 것 같아요. 그냥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제가 예쁜 척을 하긴 글렀어요(웃음). 시상식 같은 곳에 가서 예쁘게 포즈를 하는 것도 어색해요. 화보 찍을 땐 괜찮은데… 2018년 목표는 기사 제목에 ‘어색한 미소’가 나오지 않는 거예요(웃음)”

이세영은 ‘화유기’를 인기리에 마친 후,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이세영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수성못’의 개봉을 오는 4월 앞두고 있다. 그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쌓아온 연기 노하우, 현재까지도 변함 없는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마주하게 될 다음 작품은 무엇일까. 벌써부터 이세영의 차기 작품 소식이 기다려진다.

 

사진=프레인TPC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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