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훈스 “이적-김동률 선배님처럼, 선 하트 후 감상하는 아티스트 될래요”
[Z인터뷰] 훈스 “이적-김동률 선배님처럼, 선 하트 후 감상하는 아티스트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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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이상훈과 이종훈으로 구성된 훈스(Hoons)는 이름부터, 나이, 좋아하는 음악, 심지어 대학교 3수까지. 닮은 점이 많은 동갑내기 듀오다. 이들은 지난 2016년을 시작으로 꾸준히 음악을 발표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훈스는 지난달 처음으로 미니앨범 ’90 BPM’을 발매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얘가 이렇게 예뻤나’를 비롯해 ‘우리라고 쓰고 싶어’, ‘굿나잇’, ‘너에게 난’이 담겼다. 그간 디지털 싱글, EP 앨범을 선보여왔던 훈스가 또 한발 성장한 것이다.

앨범 타이틀인 ‘90 BPM’은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BPM이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두근두근 뛰기 시작하는 심장 박동을 음악의 템포에 비유해 표현한 것이다. 이런 ‘90 BPM’의 감정을 가장 잘 그려낸 타이틀곡 ‘얘가 이렇게 예뻤나’는 평소에 친구로 지내던 ‘여자 사람 친구’에게 호감이 생겨 점점 사랑으로 변하는 과정을 담았다.

제니스뉴스와 훈스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90 BPM’ 앨범 발매 기념으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상훈은 “이번에 인터뷰를 하면서 말하는 자리가 많아졌다. 말하는 걸 좋아하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신나게 떠들게 된다. 저희를 소개하고 알릴 수 있는 기회라 감사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단국대학교 실용음악과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자취방에서 밤새도록 음악 이야기를 하며 돈독해졌다. 종훈이 과제곡으로 작업한 노래에 매료된 상훈은 먼저 “같이 음악을 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고, 그렇게 팀을 결성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진지하게 말하더라고요. 전 너무 좋았죠. 워낙 노래도 잘하고, 목소리도 좋고, 가장 가까운 친구였으니까 기뻤어요. 저희가 팀을 제대로 시작한 계기가 ‘유재하 가요제’ 도전이었어요. 그때 팀 명을 정해서 하게 됐죠”(종훈)

“종훈이랑 아예 다른 곳에서 자랐는데도 가치관이나 다른 비슷한 점들이 많았어요. 성격은 다르지만 성향이 잘 맞았죠. 좋아하는 음악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너무 교집합이 많은 거예요. 음악 작업할 때는 서로가 가진 고집들을 버려요. 누군가 만족하지 못하면 버리고, 계속 작업을 해보면 둘 다 만족스러운 멜로디가 나오더라고요. 순간의 고집을 버리면 더 좋은 걸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겨서, 그 이후로는 종훈이와 의견 충돌을 많이 좁힐 수 있었어요”(상훈)

훈스는 인디뮤직을 표방하고 있다. 최근 워낙 인디뮤직을 내세우는 뮤지션들이 많아졌고, 그 가운데도 각 팀이 선보이는 음악 장르들이 다양해졌다. 게다가 언더에서 활동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대중적으로 활동을 넓히는 경우까지 생기면서 인디와 대중가요의 경계가 많이 모호해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훈스가 가지고 갈 음악 색깔은 무엇일까.

“저희가 따로 색깔을 정하고 작업하진 않는 것 같아요. 피아노를 치다가 ‘어, 좋은데?’라고 하면 시작하게 되거든요. 편곡은 또 추후에 생각하는 것 같고요. 요즘 트렌드를 생각해보면서 편곡을 하는 편이에요”(종훈)

“저희는 사람답게 음악을 하고 싶어요. 너무 많은 생각을 음악에 담으려고 하지 않아요. 즉흥적인 부분도 많고, 그때그때 곱씹었을 때 좋은 것들을 많이 하는 편이죠. 그래서 듣는 분들도 듣기 편하다고 하는 것 같아요. 음악도, 사람 자체도 어렵지 않고 친근하면 좋겠어요”(상훈)

물론 훈스도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성 사이에서 취해야 할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두 사람이 독자적으로 활동할 때와 달리, MMO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 프론트 데스크에 둥지를 틀면서 더욱 상업성을 무시할 수는 없게 됐다.

“처음에 인디는 장르라기보다는 사람들의 무리였잖아요. 회사 없이 독립적으로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칭했었는데, 지금은 인디가 장르가 된 것 같아요. 대중성과 하고 싶은 음악, 2개의 가치가 있어요. 저희는 우리가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을 떳떳하게 들려드리는 게 1순위고, 2순위로 듣는 분들은 어떤 기분이고 느낌일지 고려하는 것 같아요. 저희도 욕심이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순위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상훈)

“차트보다는 얼마나 완성도 있는 음악을 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종훈)

훈스는 “팬카페 회원이 2배가 늘었다. 굉장히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더불어 이번 신곡의 경우, 멜론 인디 차트에서 최고 순위 69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순위는 우리가 만족하는 음악을 만들어도 듣는 분들의 선택과 자유인 거잖아요.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순위가 올라가면 ‘많이 들어주셨구나’라고 생각하고요.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가 만족해서 후회 없는 앨범으로 냈기 때문에 속상하진 않아요. 더 좋게 하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데이터가 생기게 되고요. 조금씩 경험을 쌓아가는, 아직은 미생이죠(웃음)”(상훈)

물론 훈스의 음악을 좋아하는 마니아가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2’에 훈스의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간 발표한 곡들 중 훈스가 꼭 역주행 시키고 싶은 노래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굿나잇’이라는 곡이에요. 여자친구에게 오늘 하루 고생했다고 위로해주는 내용이거든요.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예요. 가사를 들으면 반존대를 쓰는데 그게 ‘심쿵’할 포인트죠(웃음). 쓰면서도 ‘이건 대박이다’라고 생각했었어요”(종훈)

“’굿나잇’은 위로가 되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노래예요. 힘든 친구에게 ‘힘내보자’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조금 더 와닿기 쉽게 다가가기 위해 찾은 화법이었죠. 저 같은 경우는 ‘너에게 난’이 제가 제일 잘 부를 수 있는 보컬 진행이라, 좋아하고 역주행이 됐으면 좋겠어요”(상훈)

훈스에겐 ‘스프링꿀러’라는 수식어가 있다. 마치 스프링쿨러가 시원하게 물줄기를 뿌려내듯, 꿀처럼 달콤한 음악을 이 세상에 뿌리겠다는 의미다. 이 외에 훈스가 얻고 싶은 수식어가 있는지 물었다.

“믿고 듣는 훈스가 되고 싶어요. 음원이 나오면 기대하고 듣는 가수가 되고 싶거든요. 저희가 존경하는 아티스트분들이 그렇거든요. 선 하트 후 감상이요. 이적, 김동률, 유희열 선배님 등이요. 저희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종훈)

“저는 그때그때 듣고 싶은 노래들을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랜덤으로 재생해요. 그러다 듣고 있는 음악이 끝날 무렵, 다른 음악을 들으려고 검색창을 들어갔는데 다음 곡이 너무 좋은 거예요. ‘이건 듣고 넘어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어요. 저희도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언제 들어도 좋은 음악을 하는 가수요”

 

사진=프론트 데스크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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