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여곡성' 손나은 ① "혼자 인터뷰 처음, 멤버 빈자리 크게 느껴"
[Z인터뷰] '여곡성' 손나은 ① "혼자 인터뷰 처음, 멤버 빈자리 크게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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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이엔티 - 여곡성 - 손나은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걸그룹 에이핑크의 '손나 예쁜' 손나은이 스크린 출사표를 던졌다. 당연하게도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겠지만, 손나은은 의외로 정공법을 택했다. 드라마에서 연기 경험을 쌓았고, 신인들의 등용문이라는 공포 영화를 선택했다. ‘여곡성’은 한국 공포영화사의 레전드라고 불리는 검증된 작품. 물론 그 리메이크의 부담은 크겠으나 “열심히 하겠다”는 자세만큼은 진실됐다.

영화 ‘여곡성’은 1986년 동명 원작의 리메이크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옥분’(손나은 분)이 원인 모를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에 들어가, 비밀을 간직한 ‘신씨부인’(서영희 분)과 그 집의 서늘한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옥분’으로 분한 손나은은 영화 초반엔 양반가에 들어간 천출의 면모를, 그리고 후반엔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감추지 않는 독한 모성애를 표출한다. 스크린 데뷔작인 만큼 박수 갈채를 받을 정도의 연기력을 뽐낸 것은 아니겠으나, 선배 연기자들과 합을 맞추며 작품에 녹아들었다.

어느덧 바람도 차가워진 늦가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와 손나은이 만났다. 영화 홍보 인터뷰도 처음, 에이핑크 멤버들과 떨어져 홀로 인터뷰하는 것도 처음이었던 손나은. 평소 말수가 많은 편도 아니었기에 무척이나 떨리는 자리였겠지만, 염려보다 다부진 모습으로 영화 ‘여곡성’과 배우생활에 대해 털어놓는 시간이었다.

스마일이엔티 - 여곡성 - 손나은

스크린 데뷔작이다. 영화 쪽 홍보 일정도 처음일 거고, 인터뷰만 해도 새롭게 보는 기자들도 많았을 거다.
정말 처음 뵙는 기자 분들이 너무 많았다. 사실 영화 인터뷰 뿐만 아니라 혼자 언론 인터뷰를 하는 게 처음이다. 그저께 밤엔 정말 너무 긴장을 많이 했었다. 어제부터 인터뷰를 돌며 긴장이 조금 풀렸고, 그나마 오늘은 즐기면서 하고 있다. 6명이 함께 하다가 혼자 인터뷰를 하니, 그 모든 질문들이 내게 던져졌다. 팀에서도 말을 많이 하는 편도 아니다. 멤버들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익숙하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 나아진 거 같다. 말이 늘은 것 같다. 아마 내일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다.

개봉을 앞두고 많이 긴장한 게 느껴진다. 본인의 영화는 어찌 봤을지?
너무 떨린다. 데뷔 이후 이런 긴장감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아직 개봉도 안 했는데, 마치 한 것 같은 기분이다. 영화는, 객관적으로 보려 해도 잘 안 되는 것 같다. 제가 나온 것만 보게 되고, 아쉬움만 느껴진다. 제가 부족했던 게 많이 보여서 반성하고 있다.

공포 영화는 평소 즐기는 편일까?
좋아한다. 즐겨보는 편이다. 연기를 시작할 때도 꼭 공포 장르를 해보고 싶었다. 이번엔 당하는 역할인데, 다음엔 꼭 귀신 역할을 해보고 싶다. 머리가 길어서 처녀귀신이 어울릴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공포 영화라고 해도 현장이 무서운 건 아닌데, 첫 경험이니 그런 걱정도 했을 것 같다.
처음엔 그랬는데, 감독님이 “걱정하지 마. 현장은 재미있다”고 하셨다. 현장에 가 보니 ‘아, 이래서 그렇게 말씀하셨구나’ 했다. 재미있는 소품들이 많았다. 스태프들이 잘린 머리, 잘린 다리를 아무렇지 않게 들고 다녔다.

평소 기가 센 스타일인가 보다.
전 가위를 한 번도 안 눌려 봤다. 그런데 감독님과 조감독님이 가위를 그렇게 많이 눌렸다고 했다. 그래서 현장에 부적을 붙여놓기도 했다.

스마일이엔티 - 여곡성 - 손나은

한국 공포영화의 레전드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원작은 알고 있었는지?
태어나기도 전의 작품이라 원작이 있다는 걸 아예 몰랐다. 엄마가 “유명한 작품”이라고 알려주셨다. 원작은 아직도 안 본 상태다. 감독님과 상의를 했는데, “보지 말라”고 하셨다. 원작에 메일 수도 있고, 이미 각색을 많이 했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보자”고 하셨다.

‘옥분’을 어떻게 이해하고 들어갔을까?
갈 곳 없는 고아였다. 양반가에 팔려 온 뒤, 비밀들을 알게 되고,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욕망을 품는 캐릭터다. 하지만 옥분의 욕망은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갈 곳 없는 자신이 먹고 잘 수 있는 곳, 당장 삶을 포기하고 싶을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을 붙잡을 수밖에 없던 비운의 인물이다.

‘옥분’은 극의 전반과 후반의 변화가 뚜렷한 인물이다.
극 초반엔 대사가 너무 없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못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셨단다. 말 그대로 전후가 다른 인물이니 더 주눅들고, 겁 먹고, 순종적인 아이로 표현하기 위해 그렇게 됐다.

모성애를 표현해야 했던 캐릭터다. 
감정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모성애였다.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어떻게든 접근해보기 위해 엄마에게 대입해서 생각해봤다. 

반려동물을 안 키우는지? 반려동물이 있다면 비슷한 감정을 경험해볼 수 있었을텐데.
맞다. 강아지도 안 키운다. 만약 그랬다면 보다 수월하게 감정을 잡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육체적으론 아무래도 추위가 가장 힘들었겠다.
정말 지난 겨울은 너무 추웠다.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마치 피난민처럼 이것저것 엄청 챙겨서 현장에 내려갔다. 히트텍, 후리스 장갑, 핫팩 방석 등 많이 챙겼다. 많이 껴입어서 미친 듯이 춥진 않았다. 오히려 핫팩 같은 게 뜨거워서 화상을 입기도 했다. 제가 체질적으로 여름보단 겨울을 좋아한다. 여름은 정말 싫다. 만약 쨍쨍한 여름날에 촬영했다면 더 힘들었을 거다.

추운 날씨에 물에서 액션신까지 진행했다.
세트이긴 했지만, 난방이 없는 세트니까 야외나 다름없었다. 그 신을 보고 고생했다 말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다. 제겐 첫 액션이었다. 옷이 젖으면 체온이 내려가니까, 방수복을 껴입었다. 그런데 그 안으로 물이 들어가서 더 무겁고 차가워서 힘들었던 기억이다.

스마일이엔티 - 여곡성 - 손나은

몸 쓰는 건 왠지 자신 있을 거 같다.
전 액션이 좋다. 하고 싶었던 연기다. 춤을 췄다 보니 몸으로 하는 게 어렵진 않다. 액션 스쿨 가서 잠깐 배우는 것도 너무 설레고 재미있었다. 다만 아쉬운 건 날아보지를 못했다. 기회가 된다면 와이어 연기도 해보고 싶다.

액션 스쿨이 재미있었다니, 다들 고생하고 오던데.
그냥 해보고 싶어진 것만 많아져서 왔다. 전 한 번도 타격을 하는 운동을 해본 적이 없다. 그 흔한 태권도도 못 배웠다. 덕분에 낙법, 업어치기 등 된통 당하고 왔다. 쉬운 건 없는 거 같다. 그래서 더 오기가 생기기도 한다.

액션은 상대와 합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안무를 외울 일이 많으니, 쉽게 익혔을 거 같다.
그런 건 아주 기가 막히게 외울 수 있다. 영화에 나온 것보다 조금 더 길어져도 잘 할 수 있다.

서영희 씨와 많은 시간을 함께 했는데.
첫 드라마 작품이 김수현 선생님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전 선배님과 작품을 함께 하는 게 편하다. 그럼에도 서영희 선배님, 민지 선배님, 태리 선배님, 다 저보다 오래 하신 분이다. 선배님들이 분위기를 잡아주시니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서영희 선배님은 교묘하게 어울리는 섬뜩한 연기를 너무 잘 해주셨다. 완성본을 보면서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다.

며느리 역의 선배들하고도 날카로운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걱정을 많이 했던 신이다. 제가 싸움을 잘 못한다. 말싸움도 못한다. 그나마 연기의 좋은 점인 것 같다. 내가 못 하는 걸 해볼 수 있게 해준다. 하필 첫 촬영날 그 신을 찍었다. 상대 선배님들이 ‘정말 날 미워하시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잘 해주셔서 저도 몰입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막내 역할, 분위기 메이커였을까?
제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성격이 못 된다. 하고 싶었는데, 잘 안 됐던 것 같다. 오히려 선배님들이 재미있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여러모로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촬영한 것 같다.

 

사진=스마일이엔티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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