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여곡성' 서영희 ① "공포영화 싫어했는데, 새 세상이 열렸죠"
[Z인터뷰] '여곡성' 서영희 ① "공포영화 싫어했는데, 새 세상이 열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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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배우 서영희는 대한민국의 보석 같은 배우다. 1999년 연극 ‘모스키토’로 데뷔한 이후 정말 꾸준히, 그리고 빼곡히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작품만 많은 것이 아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마돈나’를 통해 칸의 레드카펫을 밟는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서영희의 이름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언제나 주연과 조연, 자신의 위치를 가리지 않고 작품 속에 알알이 박혀 자신을 오롯하게 빛냈다. 덕분에 그의 작품은 서영희라는 이름만으로도 찬란히 빛났다.

그런 서영희가 영화 ‘여곡성’으로 다시 관객 앞에 섰다. 지난 1986년 개봉해 한국 호러 영화의 레전드로 자리매김한 동명 작품의 리메이크다. 호러라 하여 무서울 수도 있겠으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추격자’ 등 이미 대한민국의 스릴러의 계보를 잇고 있는 서영희다. 언론시사 당시 “피 분장이 잘 어울린다”는 자평이 단순한 너스레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렇게 사람을 상대하던 서영희는 이번엔 귀신을 상대했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서영희와 제니스뉴스가 만났다. 언제나 그렇듯 서글서글한 미소로 맞이하던 서영희. 스크린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역시 참 배우라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미소와 함께 풀어 놓는 이야기 역시 왜 서영희가 충무로의 보석으로 빛나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는 연기를 정말 잘 하고픈 배우였다.

한국 공포의 레전드를 리메이크했다. 나름의 부담이 있었을까?
사실 부담은 많지 않았다. 원작을 보신 분도 많지만, 안 보신 분이 더 많다. 새로운 ‘여곡성’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다만 제일 걱정이 많았던 건 신씨 부인의 첫 등장에 위엄이 잘 드러나야 한다는 거였다. 야망 넘치는 여자로 봐주셔야 영화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관객들이 제일 기대할 지렁이 국수신도 걱정이었다. 예전엔 실제 지렁이를 썼는데, 이번엔 특수효과를 써야 했기에 더 걱정됐다. 다행히도 토실토실하게 잘 나온 거 같다.

신씨 부인은 작품의 흐름에 따라 세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위엄있는 시어머니, 대감의 후첩, 그리고 기생의 모습이다.
그 중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위엄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것만 보여주면 나머진 쉬울 것 같았다. 신씨가 안방마님까지 가는 과정이 보여지진 않았지만, 후첩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그의 야망과 욕심이 비쳐졌다. 옥분과 마찬가지로 몸종으로 들어와 안방마님을 돌보다 그 자리까지 차지한 인물이다. 그랬기에 비슷한 처지인 옥분을 더 내치려고 하는, 영화 전체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다.

연기 외적으로 추위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던데.
너무너무 추웠다. 작년 겨울, 추위가 진짜 유명했다. 오리털 파카 입고도 추운 날씨가 많았다. 괴산은 진짜 추운 곳이었다. 주 촬영을 거기서 많이 했다. 

둘째 며느리로 나온 친구가 노출신이 있다. 영화에 보면 그 친구의 손이 타이트하게 잡히는데 꽁꽁 얼어 있는 게 제 눈엔 보였다. 현장에서도 그 신을 지켜봤었는데 많이 안타까웠다.

촬영 전부터 발열조끼 같은 아이템을 찾아서 많이 구매했다. 의상팀에서 저보고 ‘아이템쟁이’라고 불렀다. 발열내의 같은 것부터 정말 많은 걸 입고 열심히 촬영했다. 단 마지막신 찍고 전부 버리고 올라왔다. 하하. 

한복이라 더 추울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껴입기 좋았다고.
한복이 정말 예뻤다. 촬영 전엔 ‘내가 신씨 부인이 될 수 있을까?’ 했는데, 한복을 입고, 머리를 하고 나니 몰입이 달라졌다. 확실히 분장에서 힘을 받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분장이라고 하니 ‘피 분장’에 대한 언급이 기억난다.
피 분장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라, 자신 없는 제 얼굴에 대한 반대 표현이었다. 동그란 얼굴이 스크린에 너무 가득 차 보여서 깜짝 놀랐다. 

이런 걸 지나친 겸손이라고 한다.
제 얼굴이라 그런가 보다. 단점만 보였다. 못생김이 100이었던 것 같다.

평소 공포물을 안 좋아한다고 들었다.
맞다. 그런데 이젠 좋아한다. 감독님이 이번 촬영 전에 어마어마한 자료들을 넘겨주셨다. “심심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 봐”라고 하는데,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무서운 걸 안 좋아하는데, 이걸 보라고? 이런 짐스러운 걸 넘기시다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품마다 별 표시도 돼있고, 보는 순서까지 세심하게 지정돼 있었다. 기존에 제가 아는 공포는 단순히 무서운 영화였다. 하지만 공포에도 여러 결이 있다. 눈물 나게 가슴 아픈 공포도 있고, 영상이 너무 예뻐서, ‘피가 이렇게 예쁘다고?’라고 생각할 정도의 작품도 있었다. 감독님이 공포 영화에 눈을 뜨게 해주셨다. 덕분에 새 세상이 열렸다.

유영선 감독과 작업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좋았다. 무엇보다 공포 장르에 대해 많이 알고 계셨다. 자신감도 좋고, 말씀도 잘하신다. 다만 디렉션을 그저 ‘잘 부탁한다’고 하셨다. 그게 사실 제일 불편한 말인데. 하하. 그리고 술을 굉장히 잘 드실 것처럼 생겼는데, 못 드신다. 생각보다 귀여우신 감독님이다.

공포 영화를 찍을 땐 꿈도 많이 꾸고, 가위를 눌린다는 사람도 있던데.
딱히 그런 것에 기가 눌려본 적이 없다. 전 잠을 못 잔다는 걸 이해 못하는 사람이다. 불면증이라던가, 커피를 잘 받았다 하면 조금 뒤척일 정도일까? 그 정도로 잠을 정말 잘 잔다. 

‘김복순’ ‘추격자’ 등 한국 스릴러의 계보를 잇고 있는 배우다. 덕분에 이번 영화는 수위가 낮아 보인다.
너무 그렇게만 보신다. 사실 따뜻한 영화도 있었다. 하하. 그래도 15세 영화는 오랜만이라 굉장히 좋았다. 이제 점점 19금에서 전체관람가로 다가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론 밝은 톤, 묵직한 톤의 영화를 번갈아가면서 하고 싶다.

그럼 이번에 ‘여곡성’을 했으니, 다음엔 밝은 작품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탐정3’를 기대한다.
저도 참 좋다. 전 제가 ‘탐정’ 시리즈에 발 담그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쁘다. 촬영할 때도 정말 유쾌하고 좋다.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에 죽지 않는 역할로 오래 나온다는 것도 좋다. 그리고 제가 권상우 선배님을 정말 좋아했다. 꼭 한 번 연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부부로 나올 줄은 몰랐다. 보다 사랑하는 사이이고 싶었다. 하하. 정말 꼭 3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사진=스마일이엔티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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