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테리우스’ 정인선 “제 안에 욕심이 자라는 걸 봐버렸어요”
[Z인터뷰] ‘테리우스’ 정인선 “제 안에 욕심이 자라는 걸 봐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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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우려의 목소리는 정인선이 더욱 연기에 몰두하게 만들었고, 우려를 관심으로 바꾼 칭찬은 정인선에게 엄청난 원동력이 됐다. 뛰어난 캐릭터 표현력으로 합격점을 받은 정인선은 높은 시청률까지 기록하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정인선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에서 고애린 역을 맡았다. 자신의 삶을 잃고 육아에만 몰두하던 아줌마에서 남편을 잃고 다시 경제 활동에 뛰어들어 씩씩하게 삶을 꾸려나가는 여성을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과 위로를 선사했다.

소지섭의 2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로 주목을 받은 ‘내 뒤에 테리우스’였고, 정인선은 그의 상대역을 맡았기에 큰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다. 게다가 28살의 나이에 만난 애 딸린 엄마 역할이다. 시청자들은 역시 기대보다는 물음표를 가지고 ‘내 뒤에 테리우스’를 마주했다. 물론 정인선은 첫 방송으로 본인의 역량을 입증해냈지만 말이다.

제니스뉴스와 정인선이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MBC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이하 테리우스)’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드라마를 마친 기분이 어떤가요?
끝나고 며칠은 적응을 못 해서 잠을 설쳤어요. 인터뷰를 이렇게 하면서 조금 정리가 되는 느낌이에요. 이렇게 큰 작품에 큰 역할로 참여한 게 처음인데요. 너무 좋은 분들과 함께해서 따뜻한 사랑을 느끼면서 촬영했어요. 기억에 남는 호평은 ‘정인선이 아니었으면 고애린이 상상이 안 된다’라는 거예요. 진짜 큰 칭찬이잖아요. 거슬리지만 않았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었는데, 반응들을 보면서 더 좋은 성취감을 느꼈어요.

Q. 실제 나이보다 훨씬 많은 인물을 연기했어요. 어떻게 캐릭터를 연구하고 표현했나요?
우선 주변에 조언을 많이 구했어요. 여진 언니네 동네에 가서 아이들과 놀면서, 주변 어머니들과 대화도 나눴고요. 인터넷 맘카페를 통해서도 그분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볼 수 있었어요. 애린이는 아이들을 6살까지 키워놨고, 경단녀로 6년을 살아왔던 인물이에요. 처음에는 저도 살아보지 않은 삶이라 무섭기도 했는데요. 맘카페의 글을 읽어보고, 동근 오빠의 도움도 얻으면서 최대한 그 인물이 되려고 노력했어요. 씩씩하게 연기를 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 아이를 데리고 가는 책임감 있는 모습도 보여줘야 했죠.

Q. 연기에 대한 호평이 많았어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 예상했던 반응인가요?
감독님과 미팅을 마치고, 시켜주시면 잘할 자신은 있었지만 안 시켜주실 줄 알았어요. 캐스팅 확정 이야기를 주시니까 꿈을 꾼 느낌이 들더라고요. 덜커덕 저에게 큰 기회가 찾아온 거잖아요. 사실 제 연기인생에 이런 기회가 정말 늦게 오거나, 혹은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다시 시작한 거거든요. 물론 우려를 뒤집고 싶은 마음, 저를 믿어주시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저를 선택해주신 분들이 썼을 마음에 대한 미안함을 원동력으로 삼아 출발했어요. 첫 방송 때 칭찬을 받고, 그걸 원동력으로 삼아서 또 달렸고요. 칭찬을 받으니 더 받고 싶고, 제 안에 욕심이 자라나면서, 그거로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작품에 코믹한 요소들도 많았어요. 촬영하면서 분위기는 어땠나요?
정말 KIS 장면은 NG가 안 난 적이 없을 정도예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분들이 다같이 웃으면서 찍었어요. 정말 ‘내 뒤에 테리우스’의 세계관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감정의 개연성들도 있었고요. 시아 언니가 정말 당당하고 명확하게 감정을 잘 표현해주더라고요. 기영 오빠가 현실로 터진 웃음이 방송으로 그대로 나가기도 했더라고요.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어요.

Q. 아역배우 출신에서 잘 자란 성인배우로 꼽히는데요. 비법이 있나요?
사실 저는 아역배우들이 가질 한계를 느낄 이유가 없었던 게, 쉬는 텀을 가졌어요. 그래서 수월하게 성인 연기를 할 수 있었죠. 요즘 같은 경우에는 워낙 좋은 작품들이 많아졌잖아요. 중간 나이를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이 많아졌고, 캐릭터도 훨씬 다양해졌어요. 자기 나이에 맞게 잘 이어간다면 그런 어려움은 겪지 않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요.

Q. 정인선 씨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높아졌어요. 다음 작품을 고를 때 더 고민이 많이 되겠어요.
그래서 이제 여행을 떠나려고요. 여행의 주제가 욕심이에요(웃음). 제 안에 욕심이 자라나는 걸 이번 작품을 하면서 봐버렸거든요. 연기를 다시 시작할 때처럼, 28살 때 다시 그런 생각을 정리할 포인트가 온 것 같아요. 여행을 가서 제 안에 수정해야 할 것들을 찾으려고요. 어떻게 제가 이 길을 가는 게 좋을지 만들어오고 싶어요.

Q. 그런 생각 정리를 혼자서 하는 건가요? 아니면 고민을 나누는 사람이 따로 있나요?
스스로 주로 하는 편이고요. 제가 같이 여행을 떠나는 메이트가 있어요. 그 친구랑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사실 제가 원래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나누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인터뷰도 좋아하고요. 인터뷰를 하면서 작품에 대한 생각들이 정리가 되더라고요. 이제 인터뷰를 마치고 여행을 가면 딱 돼요.

Q. 인터뷰를 통해 꼭 이 말은 해야겠다 싶었던 게 있을까요?
너무 힘들고 무서웠는데, 저를 밀어내지 않고 받아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하고 싶었어요. 저를 믿어주신 분들, 저와 함께 작업해주신 분들, 제가 방송에 나오기 때문에 봐야만 했던 분들께 감사해요. 저를 고애린으로 받아주신 모든 분들께요.

Q. 올해 광고도 많이 찍었다면서요?
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웃음). 제가 광고를 다 찍더라고요. 광고도 경험해보니 너무 재밌어요. 저를 불러주신 분들께 감사하고요. 제가 호기심이 많거든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모험심도 강해요. 제가 경험하는 세계들이 넓어지는 것 같아서 좋아요. 더 열심히 살아야죠.

Q. 내년 목표는요?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내년은 20대의 마지막인 29살이거든요. 제가 작품으로 나이를 기억하는 편인데, 28살은 확실히 제가 각인될 것 같아요. 29살도 그런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나의 29살에는 그걸 했었는데’라고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해요.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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