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김태호 PD가 릴레이 카메라라는 새로운 형식의 예능 '놀면 뭐하니?'로 돌아왔다. 앞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무한도전'을 이끌었던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뭉친 신작이기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C 새 예능 '놀면 뭐하니?' 기자간담회가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태호 PD가 참석했다.
'놀면 뭐하니?'는 평소 스케줄 없는 날 "놀면 뭐하니?"라고 말하는 유재석에게 카메라를 맡기면서 시작된 릴레이 카메라 방식의 프로그램으로, 수많은 사람을 거치며 카메라에 담긴 의외의 인물들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Q. '무한도전' 이후 어떻게 지냈는가?
1년 3~4개월 만에 인사드리게 됐다. 그동안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못 가졌던 시간도 가졌고, 저녁밥도 집에서 먹어보며 '저녁이 있는 삶이 소중하다'는 걸 느꼈다. 시청자로 돌아가 집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정하고 1시간 이상 보는 게 힘들다는 것도 알게 됐다.
지난해 말, 저희 회사 후배들과 함께 만났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아이템 회의를 하고, 많은 시간을 이야기했다. 여러 논의가 있었는데, 한 달마다 트렌드, 이슈가 바뀌는 거 같아서 쫓아가며 지지 않으려고 고민했다. 정제해보니 두 가지로 인사드릴 수 있을 거 같았다. 토, 일요일 저녁에 인사드리게 됐다.
Q. '놀면 뭐하니?'는 지난달 12일 유튜브 채널 '놀면 뭐하니?'를 개설해 릴레이 카메라 5개의 영상을 올렸고, 28만 팔로워, 누적 조회수 약 800만을 기록했다.
유튜브로 접근했던 건 '모바일, 인터넷에 대한 부분을 융합해서 같이 가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또한 릴레이 카메라가 방송용 콘텐츠로는 꽉 차있지 않았다. 대신 처음 보는 유재석 씨의 리얼한 모습은 있었다. 방송에선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시청자를 빼놓고 가지 않는 느낌이었다면, 유튜브 콘텐츠 안에서는 한숨도, 스마트폰도, 거친 말도 한다.
또한 사전에 '이런 툴로 가면 어떨까?'라는 방향 제시의 개념도 있었다. 방송이 나가면 유튜브는 그만이 아닌, '유튜브용으로 어떤 콘텐츠를 보일까?'도 고민해가면서 제작하고 있는 상황이다.
Q. '놀면 뭐하니?'는 1개의 카메라로 진행했으나, 현재는 2개의 카메라로 진행 중이다. 이유는?
저희가 릴레이 카메라를 초반에 2개 정도까지 진행하는 이유는 관찰 예능이기 때문이 아닌, 캐릭터 버라이어티로 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릴레이 카메라가 바늘과 실처럼 끈끈한 인맥을 보여준다. 3회엔 조세호 씨 집에서 모이는 일이 있었는데, 거기서 단시간 내에 친해지는 호흡을 보여줬다. 저희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재미있던 기억이 난다. 릴레이 카메라가 기타 스튜디오 버라이어티보다 쫀쫀한 재미를 만들어 낸 거 같다.

Q. '무한도전'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기 떄문에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돌아온다는 부담도 컸을 것 같다. 또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유재석과는 다시 한번 함께한다.
부담스럽기도 하다. '무한도전'이 끝날 때는 화려했지만, 시작 1년은 힘들었다. 그랬던 것처럼 이번 프로그램도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기 때문에 '놀면 뭐하니?'라는 말처럼 가볍게 진행하려 했다. 또한 이 말은 실제로 유재석 씨가 평소에 많이 쓰던 말이었는데, 본인은 모르는 말이었다. 제가 이번에 이야기해서 알게 된 거 같다. 하하.
Q. 유재석과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한 이유가 있다면?
제가 유재석 씨를 선택한 건 아니고 유재석 씨가 저를 선택한 거 같다. 지난해 말부터 목요일 시간이 남아서 "새로운 거 없을까? 바꿀 건 없을까?"라는 큰 그림을 많이 이야기했다. 또한 저와 그분이 같이 함께할 때 예상되는 선입견도 있을 수 있었다. '어떻게 내려놓을까?'라는 고민들을 조금이나마 떨치고 싶어 '놀면 뭐하니?'라는 이야기로 접근하려고 한 것도 있다.
유재석 씨는 어떻게 보면 제가 아는 예능인 중 모니터링을 가장 많이 한다. 새벽 6시에 홈쇼핑하던 박명수 씨를 보는 분이다. 예능을 보는 눈도 넓다. 저희는 연기자와 PD가 아니라, 예능을 하고 있는 선후배 관계로 이야기하는 것도 많다.
Q. 앞서 캐릭터 버라이어티로 가고자 한다고 했다. 캐릭터의 구성은 어떻게 될까?
최근 관찰 예능, 캐릭터 버라이어티로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분들이 있어 저희 프로그램은 캐릭터 버라이어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유재석 씨를 중심으로 포맷을 펼쳐보자'는 거라 관찰 예능일 수도 캐릭터 버라이어티일 수도 있다.
현장에서는 "오늘 제작진이 없고 카메라만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는 말도 나왔다. 출연자가 카메라는 의식하며 진행했지만, 카메라만 두고 나왔을 때는 '너무 편하게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로운 모습을 많이 봤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보시는 분들의 반응에 따라 진행할 거 같다.
Q. '무한도전'과 다른 연출 방법으로 이번 프로그램은 진행된다. 장단점이 있다면?
'무한도전'에서 제작진이 큰 재미를 느꼈던 건 미처 생각 못 했던 것에 대한 즉흥성이었다. 출연진과 충분히 이야기했기 때문에 제작진이 물러나 있어도 촬영할 때와 비슷한 이야기가 담기는 거 같다. 물론 앵글 밖에서 담기기도 해 아쉬운 것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분량에는 큰 문제 없던 거 같다.
Q. '무한도전'의 기시감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지난 14~15년 동안 '무한도전'만 생각해왔다. 때문에 전혀 다른 게 나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충분히 다른 것들을 고민하려고 한다. 초반에는 릴레이 카메라에 '무한도전'에서 익숙했던 분들도 나오지만, 나중엔 저희도 연락처를 몰라서 물어봐야 하는 분들도 있었다. '서로 어떻게 알지?'라는 인간관계도 나와 저희도 궁금한 마음에 지켜봤다.

Q. 지난 20일 '놀면 뭐하니?' 프리뷰를 방송해 화제를 모았다. 시청자의 반응은 체크했는가?
꼼꼼히 지켜봤다. 간과한 부분도 있었고, '방송용으로 가려면 이런 부분은 더 살려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유재석 씨가 나오는 부분은 익숙해서 재미있게 보셨겠지만, 빠진 부분은 낯설어하는 리액션을 봤다. 그런 부분도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장치를 생각하려 한다. 기존 예능인과 새로운 인물이 어우러진 노는 마당이 됐으면 좋겠다.
Q. 오는 8월 18일에는 '같이 펀딩'이라는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시청자 참여 방식의 크라우드 펀딩 기반 프로그램을 준비한다고 한다.
포털에서 진행되는 크라우드 펀딩을 가치 있게 공연, 이벤트, 페스티벌로 현실화하는 방식이다. 가려웠던 부분을 긁어주기도, '저런 걸 했으면 좋겠다'는 아이템도 있다.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크라우드 펀딩의 주체는 연예인, 셀럽분들이다. 가장 큰 건 진정성이다. 충분히 설명드리면 공감하실 거 같다. 수익을 아마 '무한도전'에서 했던 것처럼 좋은 곳에 마무리할 것 같다. 그런 것 또한 공개할 예정이고, 여러 곳과 논의 중이다. 저희도 방송을 앞두고 마무리 중인데, 참여해주시면 더욱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을 거 같다.
Q. '무한도전' 시즌2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팬들도 많다. 계획은 없는가?
회사와 팬들의 기대로 다시 스타트하려는 계획도 있었다. 그래서 지난 3월 31일 1주년 기념으로 라이브도 했고, 빅데이터도 얻었다. 그런데 준비해 가면서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체크됐고, '지금 하긴 힘들다'는 판단을 했다. 지난 2012년 전후로 활동한 원년 멤버 복귀 이야기도 많았다. 각자의 의사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제가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고, 안타까웠다. 그래서 '토요일 토요일은 무한도전'으로 스페셜 시즌으로 해보려고도 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유재석 씨와 이야기를 하다가 '또 기다리느니 새로운 걸 해보자'고 한 게 '놀면 뭐하니?'가 될 것 같다. '무한도전'은 저도, MBC에서도 다시 하고 싶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멤버들끼리도 계속해서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
Q. 앞으로 김태호 PD의 목표는?
MBC에서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파일럿을 해야 하는 후배들, 저도 새로운 걸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PD 경력에 프로그램이 하나만 있어서 자랑스럽기도, 부끄럽기도 하다. 이번에 후배들과 하면서 낯설기도 했지만, 회의를 하면서 다른 방향도 읽히는 거 같다. 채취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스템을 갖춰보고 싶다. 일단 지원을 해주시면 이 안에서 안정적으로 생산될 거 같다. 또한 스튜디오 개념으로 해보고 싶었다. 아마 예능도 여러 군데에서 스튜디오 형태로 발전, 논의 중인 걸로 알고 있다.
"네 꿈이 MBC 사장이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 PD라는 직업이 좋아서 하고 있다. 무한도전이 끝났을 때 '이제 뭐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일정 기간 동안 떠나서 프로그램을 안 봤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제일 하고 싶은 건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였다. 예능이 많아지면서 시스템이 견고해지는 것도 있지만, 인력이 줄면서 힘들어진 것도 있다.
또한 저는 좋은 데 나와 있지만, 저와 일하는 후배들은 뒤에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제가 받는 게 부담도 미안하기도 했다. 이번엔 같이 한다는 걸 강조해서 결과물을 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저도 좋은 팀장이 못 되기도 하고 처음 해봐서 여러 아이디어를 하나로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앞으로 저희가 보여드리는 몇 개의 특집 중에 안정화가 되고, 이후 제작발표회가 있다면 제가 아닌 후배들이 인사드리는 기회가 될 거 같다. MBC 예능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후배가 있으면 모두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편 MBC 새 예능 '놀면 뭐하니?''는 오는 27일 오후 6시 30분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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