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배우 김고은이 서정적인 로맨스로 스크린을 찾아왔다. 대형 영화 사이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정통 멜로에 도전한 그는 섬세한 감정선을 표현해냈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정해인 분)가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그린 감성 멜로 영화다. 극중 김고은은 돌아가신 엄마가 남긴 제과점을 지키며 살아가는 미수를 그렸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시간적 배경이 1994년에서 시작하는 만큼 그 시절의 느리고 투박한 감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대형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은 없지만 어릴 적 듣던 음악과 바라보던 익숙한 풍경 등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 속에서 김고은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미수를 연기하며 공감을 자아낸다.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선택하는, 이 시대의 청춘과 다를 바 없는 미수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잔잔하고 감성적인 멜로로 돌아온 김고은을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6년의 시간을 쌓으며 한층 더 성숙해진 김고은과의 대화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영화 후반부에 정해인 씨와 김고은 씨 모두 달리는 장면이 있어요. 비하인드가 있다면?
해인 씨가 그 장면 촬영했을 때 엄청 힘드셨을 거예요. 그게 얼마나 힘든지 달려본 사람은 알거든요. 저도 매 작품마다 달리기를 해서. 그랬는데 이번에도 또 달렸어요. 몇 년 만에 달렸는데 예전 같지 않아서 당황했어요. 그때 양화대교를 왕복으로 달렸는데, 촬영 당시에 미세먼지 예보가 최악이었거든요. 뛰면서도 '이게 CG로 될 수 있는 문제인가?' 싶을 정도로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됐어요. 결국 영화 촬영 다 끝나고, 후반부에 다시 한 번 달렸죠.
Q. 미수가 아닌 김고은 씨라면 두 남자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미수가 대표님께 이성적인 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현우에 대한 마음이 너무 크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현우처럼 매정하게 나가는 걸 봤다면 주저했을 거 같은데, 그 세월을 생각하면 미수처럼 다이내믹하게 잡으러 가진 않았겠지만 연락을 한 번 해봤을 거예요. "반성은 좀 했어?" 하고요. 하하.
Q. 미수처럼 사람에게는 자신이 못나 보이는 시기가 있어요. 김고은 씨도 멘탈이 흔들렸던 시기가 있었나요?
분명히 있었죠. 저는 그래도 길지 않게 그 시기를 극복했던 거 같고, 조금 더 건강하게 보내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그 시기가 찾아온 것도 갑작스러웠지만, 저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던 거 같고요. 덕분에 저를 다독이는 방법도 어느 정도 알게 됐어요. 매사에 괜찮다는 말로 끝냈는데, 그게 오히려 좋지 않은 방법인 걸 느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직시를 못한 거 같아요. 그게 가장 어렵지만, 직시했다면 짧게 잘 지나가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Q.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건강하게 스트레스 푸는 방법도 찾았나요?
전 초등학교 때부터 노래방을 다녀서 그 영역을 포기할 순 없고요. 하하. 항상 단골 노래방을 만들어서, 노래방 가서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풀릴 때가 있어요. 또 친한 친구들하고 식당에 가서 술 한 잔 하면 싹 풀리기도 하고 그렇죠. 무엇보다 걷는 게 저에게는 굉장히 좋은 거 같아요.
Q. 이번 영화를 앞두고 JTBC '비긴어게인'을 통해 버스킹을 했어요. 실제로 해보신 소감이 궁금해요.
전 노래방에서만 노래를 잘해요. 하하. 노래를 잘한다고 소문난 것도 다 노래방에서 부르는 걸 보고 얘기하시는 거예요. 고등학교 이후에 무대에서 노래한 적도, 일로서 노래를 한 적도 없어요. 이번에 본격적으로 버스킹도 했고 다음 작품에서는 어려운 노래를 세 곡이나 불러야 하는데, 제게는 숙제입니다.

Q. 극중 미수는 점진적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성향이에요. 실제 김고은 씨는 어떤가요?
전 안정적인 걸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에요. 학교 다닐 때의 정해진 일과 같은 게 힘든 스타일인 거 같아요. 그래서 진로 선택할 때도 제 성향을 많이 생각했고요. 처음에는 배우보다는 스태프 일을 하고 싶었어요. 저는 프리랜서 성향이 훨씬 잘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대학교 때 제일 좋았던 것도 제가 시간표를 짤 수 있다는 거였어요.
Q. 안정적인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고민의 지점이 없는 거 같아요. 끌리는 작품이 있는데 이걸 하면 어떤 일이 발생한다거나, 이런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해요. 물론 저도 무서울 때가 있죠. 하지만 전 그런 결의 배우인 거 같아요. 안정된 선택을 한다고 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렇게 하겠지만, 그런 건 아니니까요.
Q. 그간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선보였어요. 어떤 방향성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나요?
시간이 지나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될 수 있지만, 지금 저는 다작을 하고 싶어요. 매번 좋은 결과가 나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 두려움 없이 많은 시도도 하고 많은 이야기에 담기고 싶어요. 그게 배우를 하는 이유인 거 같고요.
Q. 영화 '은교'로 김고은이라는 배우를 알리고 6년을 달려왔어요. 쉬지 않고 달린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돌이켜 생각해봐도 아쉬운 순간들은 참 많죠. 하지만 후회되고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없어요. 어떤 일이 있었던 간에 이런 마음으로 해왔다는 것 자체가 잘 버텨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이 마음 간직해서 한 작품씩 해내가고 싶어요.
Q. 관객들이 '유열의 음악앨범'을 보며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하시나요?
청춘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존감 지키는 일이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 영화를 하면서 많이 공감하고 위로 받은 지점이 분명히 있었거든요. 보시는 분들께도 그 점이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다이내믹한 영화를 보면서 해소하는 것도 좋지만,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쉬어가는 이 영화도 한 번 보시는 게 어떨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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