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에요. 오영석이라는 친구는 만나서 많이 싸웠어요. 이해관계를 찾기 위해 많이 노력했죠”
배우 이준혁은 그야 말로 악역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가 연기한 오영석이 있었기에 그에 반하는 정의로운 인물들이 부각됐고, 작품의 메시지가 시청자들에게 오롯이 전달될 수 있었다.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이하 ‘지정생존자’)’로 또 한번 인생 캐릭터 경신에 성공한 그다.
지난 21일 제니스뉴스와 이준혁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지정생존자’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고, 칭찬에는 겸손했으며, 위트 넘치는 면모로 웃음을 짓게 했다.
“그동안 인터뷰를 잘 하지 않았는데요. 워낙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기도 하고, 좋은 반응을 많이 주셔서요. 인터뷰가 하나의 소통의 창구라 생각해서 하게 됐어요. 제가 죽는 장면을 방송으로 봤거든요. 약간 허무한 느낌도 들고, 친구나 연인과 이별 후에 드는 감정들이 있잖아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우울한 기분도 있었고요”
이준혁은 악의 축에 선 인물로 국가 테러를 도모하고 권력을 갈망하는 오영석을 연기했다. 국가와 국민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기적의 생존자인 척, 국가가 자신과 전우를 버렸던 그날에 대한 분노로 가득한 두 얼굴을 가진 캐릭터였다.
“저는 오영석의 서사가 많이 나오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원작에는 오영석의 불쌍한 과거 이야기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그게 다 나오기엔 16부가 부족한 것 같고, 어느 정도 시청자분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 같아요. 작품을 보면서 메시지에 1차로 공감을 하고, 재밌게 보다 보니 ‘오영석이 그랬구나’라고 느끼게 됐을 것 같아요”

이준혁은 왜곡된 야망을 순간순간 드러내며 전율을 돋게 했다. 기품 있는 몸짓과 상대를 지긋이 제압하는 목소리, 순간 싸늘하게 변하는 눈빛으로 오영석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본격적인 폭주가 시작됐을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카리스마 넘치는 면모로 극을 압도했다.
“사실 오영석은 귀신 같은 존재예요. 그런 의미에서 불쌍하긴 하죠. 물론 행실이 정당하냐, 아니냐로 나눌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오영석이 왜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는지, 여러 상황과 관계들을 딥하게 보여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우리 작품에서 오영석은 박무진의 대척 관계고, 박무진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캐릭터였어요. 박무진이 강해지면 오영석은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되는 거죠.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영석의 결말은 비극이었다. 아끼던 부하의 총에 맞아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그의 마지막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죽음 직전, 그간 볼 수 없었던 따뜻한 면모와 눈빛은 애틋함을 자아냈다. 나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 오영석의 죽음에 아쉬움을 표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죽음은 허무한 게 맞는 것 같아요. 저도 영화를 보다가 주인공이 죽는 장면을 보면 그런 기분이 들거든요. 저는 시청자분들이 아쉬워해주셔서 감사했어요. 하지만 오영석이 굳이 반성하고 변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말이 좋았어요. 처음부터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고요”
벌써부터 이준혁의 차기작이 궁금하다. 악역으로 인생 캐릭터에 등극한 그가 또 새로운 악역을 만나게 될지, 선역으로 다른 면모를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 그는 “또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싶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때 상황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작품을 결정해요. 나한테 필요한 게 뭔지 생각해보고요. 맡을 캐릭터보다는 작품의 전체적인 그림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캐릭터 비중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계속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어서 도전하고 있고, 지금은 뭔가 재밌는 걸 해보고 싶어요”

평소 예능을 잘하지 않는데다, SNS도 따로 하지 않아 ‘인간 이준혁’의 모습을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다. 작품 활동 외에 하는 취미는 무엇인지, 종영 인터뷰 스케줄을 모두 마친 후 여행을 다녀올 계획은 있는지 물었다.
“운동하고, 일처럼 운동을 열심히 하고요(웃음). 아직 오픈은 안 됐지만, 따로 하고 있는 게 있어서 살이 찌면 안 되거든요. 여행을 가고 싶긴 한데 가면 먹어야 하고, 살이 찌면 안 돼서 아직 모르겠어요. SNS에 뭔가를 찍어 올리려면, 어딜 돌아다녀야 하는데 밖에 잘 나가질 않아요. 영화 보러 나가는 정도라서요. 셀카를 찍어서 올리기도 민망하고요. 제가 재미가 없어서 예능 프로그램도 안 나가고 있어요. 예전에 미국을 보내준다고 해서 출연했던 예능이 있긴 해요. 미국에 가보고 싶었고, 심지어 노래도 알려준다고 하길래 출연한다고 했죠. 나름 재밌는 추억이었어요”
이준혁에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쏠렸던 ‘지정생존자’, 그에게 좋은 반응들을 이야기하자 “대본이 좋아서 그런 것 같다. 저는 작품에 충실했다”라며 부끄러워했다. 본인의 강점에 대한 물음에는 “대사를 잘 외워서 간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더불어 드라마를 재밌게 봐준 시청자들에게 애정 어린 메시지를 남겼다.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저희와 함께 해주시고, 대화를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외롭지 않은 순간들을 보냈어요. 시청자분들이 많은 의견을 내주셨고, 누군가와 같이 공감하고 대화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여러분들께 ‘지정생존자’가 좋은 추억으로 기억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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