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 ① “정지우 감독과 작업, 행복하겠다는 확신 들었죠”
[Z인터뷰] '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 ① “정지우 감독과 작업, 행복하겠다는 확신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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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 (사진=CGV아트하우스, 디자인=엄윤지 디자이너)
▲ '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 (사진=CGV아트하우스, 디자인=엄윤지 디자이너)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배우 정해인이 다시 한 번 로맨스로 관객들을 만난다. 감성 멜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그는 한 사람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을 절절히 녹여냈다.

정해인은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MBC 드라마 '봄밤'을 통해 로맨스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사랑 앞에 두려움 없이 직진하는 연하남 준희를, '봄밤'에서 신중하고 강직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싱글대디 지호를 연기하며 두 가지 색의 로맨스를 선보였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때로는 신중하게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과 상대 배우와의 달달한 케미스트리는 그를 ‘멜로 장인’의 길로 이끌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전작과는 다른 서투른 사랑으로 돌아왔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시간적 배경이 1994년에서 시작하는 만큼 그 시절의 느리고 투박한 감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대형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은 없지만 어릴 적 듣던 음악과 바라보던 익숙한 풍경 등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극중 정해인은 그 시절 속 현실의 벽에 부딪혀 어긋나는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물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렸다. 

전혀 다른 매력의 세 번째 로맨스로 찾아온 정해인을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해인과 나눈 유쾌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 '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 (사진=CGV아트하우스)
▲ '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 (사진=CGV아트하우스)

Q. '유열의 음악앨범'으로 로맨스 3연타를 완성했어요. '멜로 장인'으로 등극한 소감이 어떠세요?
아직 개봉도 안 했습니다. 하하.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 연기를 봐주시는 분이 많다는 걸 체감하고, 많은 팬들이 응원해주시는 것도 실감하고 있어요. 그만큼 제가 뭘 해야 하는지 선명해지고 있고요. 어느 배우도 본인 연기에 만족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상황에 만족할 수는 있잖아요. 그 순간 제가 무너지고 박살날 걸 알아서 더 채찍질하는 거 같아요. '멜로 장인'도 과분한 거 같고요. 저를 더 고통 받게 하는 말입니다.

Q. 영화를 보신 소감도 궁금해요. 시나리오의 감성이 스크린에도 나온 거 같나요?
시사가 끝나자마자 감독님께 처음으로 드린 말이 "감사합니다"였어요. 시나리오 볼 때의 좋은 느낌, 서정적인 에너지가 영화에서 더 증폭됐더라고요. 잘 봤다는 말을 하기 전에 감사하다는 말부터 했어요. 고리타분한 이야기지만 재미있게 봤습니다.

Q. 영화는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해요. 그때는 정해인 씨가 유치원에 다닐 때인데, 그 시절 그 나이대만 아는 감성들이 있잖아요.
전 왜 이상하게 공감이 되죠? 저 천리안도 하고 MSN도 했는데, 그 기억들이 선명해요. 이메일이 한창 성행할 때가 초등학생이었는데, 그 이메일로 친구한테 고백하고 내용을 이모티콘으로 꾸민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영화 찍을 때도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극중 사용하던 핸드폰이 실제로 제가 쓰던 핸드폰하고 똑같아서 신기했고요. 제가 워낙 아날로그적인 부분을 좋아하거든요.

Q. 영화의 중요한 장치가 라디오인데, 라디오도 많이 들었나요?
어렸을 때는 많이 안 들었어요. 밖에 나가서 뛰어노는 걸 좋아했거든요. 오히려 라디오 이야기하면 군대 시절이 가장 많이 생각나요. 제가 운전병이었는데 운전하는 지프차에 CD가 안 들어가고 대신 라디오가 나와요. 그때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들으면 제가 군복을 입고 있지만 다시 사회와 연결된 느낌이라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라디오를 가장 많이 들었던 시절이에요.

▲ '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 (사진=CGV아트하우스)
▲ '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 (사진=CGV아트하우스)

Q. 이번 영화로 정지우 감독님과 처음으로 작업하게 됐어요.
감독님과 첫 만남부터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제가 감독님 팬이라 떨리는 마음으로 갔는데, 감독님이 저를 배우 정해인이 아닌 인간 정해인으로 존중해주셨어요. 그때 감독님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면 행복하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Q. 현장에서도 분위기가 좋았다고 들었어요.
현장에서 감독님과 에피소드가 정말 많아요. 촬영 때 컷 소리가 나면 모니터를 하러 가는데, 급한 마음에 제가 뛰어갔거든요. 그런데 감독님도 같이 뛰어오시는 거예요. "감독님 왜 뛰어오세요?"라고 물어봤더니 빨리 말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견우와 직녀처럼 촬영장 중간에서 만나는 거죠. 하하. 영화 마지막 컷까지 그렇게 뛰어오실 줄 몰랐어요.

Q. 드라마 '도깨비' 이후 김고은 씨와 다시 만나게 됐어요.
감회가 새로웠어요. 드라마 '불야성' 촬영 중에 '도깨비' 2회차를 찍은 건데, 저는 그때 고은 씨가 정말 커보였어요. 촬영 일정도 타이트하고 많은 일정을 소화해야 했는데, 당차게 잘 소화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모습이 놀라웠어요. 나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 같이 호흡 맞추는 순간이 오겠지, 같이 촬영하게 되겠지 생각했는데 여기서 만날 줄 정말 몰랐어요.

Q. 영화 후반부에서 달리는 차를 쫓아 전력 질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가장 고통스러운 장면이었습니다. 마음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정말 고생을 많이 한 신이었어요. 촬영할 때 조정 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카메라를 들고 뛰었어요. 그런데 전 선수가 아니잖아요. 제가 쫓아가면 그분들이 더 도망가요. 자꾸 멀어지니까 정말 힘들었고, 괜히 잡아야 할 거 같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정말 오기로 뛰었어요. 죽기 살기로. 감독님이 그 처절함을 원하신 거 같아요.

Q.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현우처럼 행동할 거 같나요?
인간 정해인이 그 정도까지의 사랑을 해봤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살던 집도 구하고, 죽기 살기로 뛰고. 현우처럼 차를 쫓아간 적은 없었는데, 상대를 붙잡으려고 노력한 경험은 있어요.

Q. 촬영하면서 현우의 감정에 많이 공감한 거 같아요.
100% 공감하고 이해했어요. 그게 첫 스텝인 거 같아요. 대본을 받았을 때 이 캐릭터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면 연기에 고스란히 나오거든요.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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