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차승원 ② “예능 활약,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다”
[Z인터뷰]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차승원 ② “예능 활약,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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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차승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차승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배우 차승원이 모처럼 코미디 영화를 선택했다. 영화 ‘이장과 군수’ 이후 12년 만에 멋짐을 내려놓고 파마머리의 웃음을 자아내는 캐릭터로 변신했다.

잘생기고 멋진 연기도 물론 잘하지만, 차승원의 진가는 ‘사람 냄새 나는’ 연기를 할 때 발휘된다. 영화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이장과 군수’ 등 다수의 영화에서 유쾌하고 친근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코미디 연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망가짐을 불사하지 않는 차승원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이끌어낸다.

그가 오랜만에 선택한 코미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도 같은 결을 가지고 있다. 철수의 서툴고 순수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웃기는 반면, 전 국민이 아파했던 과거의 화재 사고에 아낌없이 몸을 내던지는 소방관의 모습까지 그리며 감동과 공감을 선사한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차승원의 연기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에게 빠져들게 한다.

사람 냄새 나는 코미디 영화로 돌아온 차승원을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부터 인간 차승원의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담은 인터뷰를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차승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차승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 1편에 이어

Q. 차승원 씨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남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인 거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밥 한 번 먹자는 말도 피해가 될 수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사람이 언제 밥 먹자는 건지 기다릴 수도 있으니까. 예전에는 좋다는 말만 많이 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말도 많이 해요. 제가 생각하는 방식이 백 퍼센트 옳다는 건 아니지만, 50세가 지나고 나서 이런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요새는 별 일 없이 그렇게 지내는 게 좋아요.

Q.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밥 한 번 먹자’는 말이 10년이에요. 하하. 그래서 이번에는 유재석 씨와 영화 끝나면 꼭 밥을 같이 먹으려고요. 둘이 만나면 ‘형 조만간 만나요’, ‘밥 한 번 먹자’ 이러면서 헤어져요. 그렇게 10여 년을 보냈거든요. 그래서 예능 ‘일만 하는 사이’에서 번 돈으로 같이 밥을 먹으려고 했어요. 둘이서 따로 밥을 못 먹은지 15년이 넘었거든요.

Q. 다수의 예능에서 활약하면서 예능인처럼 비춰지는 모습도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나요? 
아무래도 잃은 것보다 얻은 게 훨씬 많죠. ‘삼시세끼’ 같은 것도, 제가 매일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같이 했던 사람들과 좋은 추억 같은 것들이 많아서 그런 반감은 없어요. 예전엔 ‘이런 이미지는 안 돼’라고 했는데 요새는 그런 게 없는 거 같아요. 무언가 하면 그걸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제가 이 나이에 걱정해봤자. 하하. 이대로 하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유독 나이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거 같아요.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잖아요. 어제 배철수 선배님이 “앞에 5가 붙으니까 체력이 떨어진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6으로 바뀌면 그때가 그렇게 그립대요. 나이 앞에 5가 붙고 나서 될 수 있으면 조금 늦게 자는 것 같은 안 좋은 일들은 안 하려고 해요. 오늘도 정신 차리려고 아침에 운동하고 왔어요. 하하.

Q. 30여 년 정도 활동을 했는데, 지난 날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왜 그랬니. 조금 더 잘 하지 그랬니. 왜 그렇게 시행착오가 많았냐. 여태 이렇게 된 거 정말 운 좋은 줄 알아라. 한 가지 칭찬하고 싶은 건 쉽게 뭔가를 놓지 못하는 성격, 그거 하나만은 인정한다. 그래서 50대 때도 넋 놓지 않고 그렇게 하지. 그런 말을 하고 싶어요.

Q. 지금까지 해온 수많은 작품 중 다시 한다면 더 낫지 않을까 싶은 게 있나요?
다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선생 김봉두’는 안 될 거 같아요. 다른 것들은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거 같은데, ‘선생 김봉두’는 그 나이대의 그런 것들이 있으니까. 그때가 30대 중반 정도였는데 그 시기의 까칠함이 있는 거 같아요. 물론 전부 다 해봐야 알죠. 하하.

▲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차승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차승원 (사진=YG엔터테인먼트)

Q. 추석 시즌 개봉작이라 바쁠 거 같은데,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요?
성묘는 미리 하고 왔어요. 아버지께 영화 잘 되게 해달라고도 하고요. 하하. 돌아가신 후에도 제가 빚을 지는 거 같아요. 그간 안 찾아가는 건 아닌데, 꼭 이럴 때만 찾아가니까. 제 목적이 너무 보여요. 그래도 벌초도 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Q. 추석 개봉 영화가 많은데, 걱정이 될 것 같네요.
그래도 괜찮은 거 같아요.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많이 봐주시면 물론 좋죠. 그러면서 ‘차승원이 이런 색감의 영화만 하는 건 아니야’라는 자부심은 있어요.

Q. 나이가 들면서 조금 더 자유로워진 건가요?
흥행 같은 면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 거예요. 부담감은 늘 가지고 있지만, 안 될 때를 대비하는 나이가 된 거죠. 예전에는 ‘무조건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해서 안 되면 충격이 심했거든요. 지금은 안 될 때의 제 마음을 미리 정돈하는 거죠. 물론 흥행하면 좋고, 흥행할 거라는 생각도 있지만요.

Q. 몇 년 전에는 연예인의 아우라가 강했는데, 지금은 편한 삼촌 같아요.
그때도 물론 그랬는데, 막을 치는 거죠. 물론 지금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저 같지 않은 거예요. 요새는 저를 찾고 있어요. 지금 이런 저의 삶이 괜찮아요. 제가 절 싫어하지도 않는 거 같고요. 

Q. 대중이 보기에 차승원 씨는 많은 걸 이룬 사람처럼 보이는데, 지금은 어떤 꿈이 있나요?
꿈은 없는 거 같아요. 대신 너무 잘 되지도 않고 못 되지도 않는 걸 바라요. 지금처럼만 갔으면 좋겠어요. 그러다가 작품 잘 되면 서로 즐거워하고, 이런 정도면 돼요.

Q. 그렇다면 인간 차승원은 어떻게 나이를 먹고 싶나요?
지금처럼만 지내자. 건강검진을 받은 지가 꽤 돼서, 한 번 받아보고 괜찮으면 이대로만 지내면 좋겠어요. 아직까지는 괜찮거든요. 나도 건강하고, 식구들도 건강하고, 그래서 오래 살고 싶어요. 오래 살면서 가족들을 끝까지 잘 챙겼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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