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현장] ‘킬롤로지’가 던지는 화두, 가해자는 누구이며 피해자는 누구인가(종합)
[Z현장] ‘킬롤로지’가 던지는 화두, 가해자는 누구이며 피해자는 누구인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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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현장] ‘킬롤로지’가 던지는 화두, 가해자는 누구이며 피해자는 누구인가(종합) (사진=연극열전)
▲ [Z현장] ‘킬롤로지’가 던지는 화두, 가해자는 누구이며 피해자는 누구인가(종합) (사진=연극열전)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지난해 ‘연극열전7’을 통해 국내 초연하며 화제를 모았던 연극 ‘킬롤로지’가 재연으로 돌아왔다. 

연극 ‘킬롤로지’의 프레스콜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박선희 연출과 배우 김수현, 윤석원, 오종혁, 이율, 이주승, 은해성이 참석했다. 

연극 ‘킬롤로지’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살인을 위한 게임 ‘킬롤로지’를 개발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게임 개발자 ‘폴’, 그리고 그 게임과 동일한 방법으로 살해 당한 희생자 ‘데이비’, 아들 데이비가 살해된 후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폴에게 복수를 결심한 아버지 ‘알란’, 이렇게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세 인물이 등장해 각자의 독백을 통해 사건과 감정을 쏟아내며 관객과 소통하는 독특한 구조의 작품이다. 

‘킬롤로지’의 무대 위에는 총 세 명의 배우가 등장하지만 마치 1인극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진다. 배우들은 방대한 분량의 독백을 소화해내야 한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를 거의 퇴장 없이 지켜야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넘나든다. 

박선희 연출은 지난해 초연과 비교해 달라진 점에 대해 “작년에 초연을 하면서 진행, 구성이 어렵지 않을까 했었는데 생각보다 관객이 잘 이해해준다고 생각했다”라며, “프롤로그에서 세 사람의 첫 장면이 같은 공간에 아무도 없고 한 사람씩 있는 것처럼 구성한 것과 인터미션을 통해 1막과 2막을 나눈 것이 달라졌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박선희 연출은 “프롤로그를 바꾸면서 자그마한 무대의 변화가 있었다. 작년엔 배우들을 아무데도 숨을 수 없게 했었다. 알란은 30분 이상 대사 없이 무대에 있어야 했다. 그걸 통해서 쫀쫀한 순간도 있었지만 배우들이 숨을 못 쉰다는 생각해 반성하고 작은 변화를 줬다. 배우들이 힘낼 수 있게 장면 구성을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선희 연출은 “1막은 알란이 폴의 집에 난입해서 폴과의 결투를 벌이는 것까지 보여주며 알란의 사건으로 확실하게 마무리 짓고, 2막에선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라는걸 강력하게 보여주려고 1막과 2막을 분리했다. 관객이 작품이 하려는 말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배우 김수현과 이주승은 많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고백해 시선을 끌었다. 

김수현은 “초연을 해보고 ‘사람을 아주 괴롭히는 공연이구나’ 싶었다. 그거땜에 또 해야되나 고민을 사실 많이 하긴 했다”라면서도, “이 작품은 약간 양파같은 면이 있다. 볼때마다 다르고, 할때마다 다르다. 어떤 각도로 보느냐에 따라서 인물 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100명의 배우가 작품 해석을 하면 100가지가 나올 것 같다. 그런 매력이 있다”라고 작품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 조금 늦게 합류하게 된 이주승 또한 “원래 참여를 안하려고 했다. 다른 데이비의 해석을 보고 싶었다. 힘들어서 안하려고 한 것도 있다. 정말 안하려고 했는데 부득이하게 한분이 못하게 되셔서 급하게 들어오게 됐다. 내년엔 안할거다. 이번년도에 공연 열심히 해서 잘 끝내겠다”라면서도, “들어온건 그렇게 들어왔지만 하면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봐도 다르게 느껴지는 재미가 있는 연극이다. 꼭 두번 보시길 바란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재연에 새롭게 합류하게 된 오종혁은 “초연때부터 계속해서 하고 싶다고 했는데, 주변 여건상 시기가 바뀌면서 재연에 참여를 하게 됐다. 초연을 보면서도 ‘저기에서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었다. 재연에 와서 해보고 싶은거 다 해보게 됐다. 이제 시작인데, 아직까지는 굉장히 즐거운 상태다”라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영국에서 초연한 ‘킬롤로지’는 당시 시의성 강한 소재와 독특한 형식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 협력극장 작품상, ‘웨일스 시어터 어워드’ 극작상과 최고 남자 배우상, ‘더 스테이지 어워드’ 올해의 지역극장상을 수상하며 웰메이드 연극임을 입증했다. 

작가 게리 오웬은 개인의 문제를 거대하고 견고한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바라본다. ‘킬롤로지’는 사회적인 안전장치를 보장 받지 못한 채, 정서적으로 부모의 보호 또한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세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그려낸다. 

박선희 연출은 “소외 계층의 아이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 부모가 도와주지 않고, 사회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아이가 성장하기에 너무 힘들다. 미디어라고 하는 것,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이 아이들의 인성을 파괴하고 있다. 지켜주지 못하는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지막에 결국 세 사람도 누군가의 아이라는걸 관객들이 가져갔으면 좋겠다”라고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원인과 그 책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연극 ‘킬롤로지’는 오는 11월 3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