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멜로가 체질’ 전여빈 “부담감? 가질수록 더 잘하는 사람이에요”
[Z인터뷰] ‘멜로가 체질’ 전여빈 “부담감? 가질수록 더 잘하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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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여빈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 전여빈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저는 부담을 가질수록 잘하는 사람이라서요. 누군가 기대해주고, 응원해주고, 관심을 주시면 더 잘하고 싶어질 거예요”

배우 전여빈이 출연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지난 2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멜로가 체질’은 서른 살 또래들의 고민, 연애, 일상을 그린 드라마로, 20-30대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사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제니스뉴스와 배우 전여빈이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멜로가 체질’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극중 전여빈은 친구 임진주(천우희 분), 황한주(한지은 분)와 함께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인 다큐멘터리 감독 이은정을 연기했다.

작품 속 이은정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기에 기대했고, 직접 만난 후엔 더욱 호감이 상승했다. 풍기는 묘한 분위기가 참 예뻤고, 작품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깊었던 만큼 조리 있게 하는 말에 자연스레 스며들게 했다.

“대본을 보면서 저도 은정이 너무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원하고, 뚝심 있게 자신의 일을 추진하죠. 또 자신의 상흔을 발견했을 때, 그걸 인정하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용기 있다고 느꼈어요. 은정이 처음에는 자신의 재산 전액을 기부하잖아요. 그게 다소 클리셰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저는 그 행위 자체가 너무 큰 상실 후에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았고, 제일 소중한 게 물질이 아니라는 걸 나타내주는 장면이라 생각했거든요”

‘멜로가 체질’은 각 인물들의 고민, 상처를 따뜻하게 그려내 더욱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 수 있었다. 전여빈이 연기한 이은정은 자신이 의지하고 사랑하던 홍대(한준우 분)가 갑작스런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상실의 아픔으로 극단적인 시도를 하게 된 후, 홍대의 환상을 보고 실제로 착각하게 되는 아픔을 가진 인물이었다.

“어느날 감독님께서 ‘은정이 많이 아플 것 같아’, ‘은정이 많이 울 것 같다’라는 말을 해주신 거예요. 그러면서 ‘그런데 은정은 다시 멋지게 극복할 거야’라고도 해주셨어요. 대본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은정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서사를 가졌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에서 끝나지 않잖아요. 일을 하는 방식올 봤을 때는 누구보다 강해보여서 아픔이 없을 것 같았는데, 은정을 가장 잘 아는 친구들은 얼마나 위태로운지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은정이 극단적인 행동 후 홍대라는 환상을 만들어냈을 때, 아무도 그 진실을 말해주지 못했죠. 저는 은정에게 놓인 그런 대조적인 상황이 묘하게 어우러져서 재밌었어요”

▲ 전여빈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 전여빈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하지만 전여빈은 이은정을 연기할 때 감정의 기복을 크게 두지 않았다. 담담하게 인물의 변화를 전달해 더욱 이은정의 감정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렇게 표현하기 위한 전여빈의 치밀한 캐릭터 연구가 있었고, 미묘한 변화들로 차이를 주기도 했다.

“첫 촬영이 도시락을 들고 동생의 스튜디오에 가는 신이었어요. 감독님께서 ‘미소를 짓더라도 이 정도가 최선일 것 같아’라는 디렉팅을 주셨죠. 그 말에서 힌트를 많이 얻었어요.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 나오는 은정만의 제스처가 있고, 병삼(이하늬 분)에게는 일하는 동료로서 의지하는 말투가 있고요. 소민은 이전에 알았던 친구지만, 같이 일을 하면서 새롭게 알아나는 사이로서 주고 받는 대화가 조금 달라요. 홍대의 경우도 연애할 때의 말투, 환상으로 만났을 때의 말투를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고요. 욕을 할 때도 단어의 뉘양스를 상황에 맞게 잘 구현하려고 나름 연구했죠(웃음). 그런 포인트를 첫 촬영 때 감독님께서 해주셨던 말을 기초로 삼아서 잡았던 것 같아요. 나중에 CF 감독을 만났을 때는 또 기존에 보여주지 않은 다른 표현을 하려고 했죠. 은정 예상에 벗어나는 희안한 인간이라, 거기서 느끼는 당황스러움이 드러나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절친한 친구로 호흡을 맞춘 전여빈, 천우희, 한지은과의 탁월한 케미스트리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주변 소중한 친구들을 떠올리게 했다. 실제로 촬영 외에 따로 만나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했다는 세 사람, 특히 가장 선배인 천우희가 좋은 관계 형성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환상적이었어요. 정말 너무 좋은 사람들이 모였거든요.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잘하고, 서로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는 사이였죠. 말하는 사람이 너무 신날 정도로 호흡이 좋았고요. 아마도 ‘멜로가 체질’의 캐릭터에 잘 물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셋의 분위기를 우희 언니가 많이 주도해줬어요. 한창 영화 ‘우상’ 프로모션으로 바빴는데도 저녁에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언니가 먼저 ‘우리는 이제 같은 집에 살고 눈빛만 봐도 잘 아는 가까운 친구 사이니까 말을 편하게 하자’라고 해줬어요. 저와 지은 언니는 드라마 주연이 처음이고, 한참 경력적인 면에서 선배인 우희 언니가 먼저 분위기를 조성해줘서 고마웠어요.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 호감이 높았는데, 인간적인 면도 좋아서 더욱 마음이 열렸죠. 덕분에 행복하고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지은 언니는 정말 간절함, 노력이 느껴지는 사람이에요. 그런 면에서 닮은 부분이 있어서, 서로가 애쓰려는 부분을 발견하고 다독여줬어요. 서로 잘한 게 있으면 좋았다고 칭찬도 해주고요”

영화 ‘써니’, ‘스물’, ‘극한직업’ 등을 작업한 이병헌 감독이 ‘멜로가 체질’의 각본, 연출을 모두 맡아 일찍이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감독 특유의 유쾌하고 위트 넘치는 대사들, 독특한 연출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직접 현장에서 이병헌 감독의 디렉팅을 받으며 연기한 전여빈이 느낀 바가 궁금했다.

“감독님께서 지난해 개봉했던 ‘죄 많은 소녀’를 보고 저와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하셨대요. 그게 인연이 돼서 감독님께서 저에게 이런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안겨주실지 상상도 못했어요. ‘멜로가 체질’ 은정이 성장하면서 저도 함께 성장한 기분이에요.

‘멜로가 체질’을 하겠다고 약속했을 때는 4부까지의 대본을 봤었어요. ‘멜로가 체질’이라는 제목이 좋았고, 코믹 영화에 한 획을 긋고 계신 감독님이라 어떤 작품일지 궁금했죠. 물론 그때는 ‘극한직업’이 개봉되기 전이었고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다양하고 색깔이 넘치는 사람들이 신나게 웃고 떠들고 왁자지껄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은정을 다 알긴 어렵지만, 그래도 내가 함께하면 정말 재밌게 수다를 떨 수 있지 않을라는 기대를 가지고 하게 됐어요”

▲ 전여빈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 전여빈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높은 화제성에 비해 ‘멜로가 체질’이 기록한 시청률은 다소 아쉽다. 그간 1%대의 시청률에 머무른 ‘멜로가 체질’은 지난 28일 마지막 방송으로 1.8%를 기록하며 마무리했다.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이병헌 감독은 “섹시한 1%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반응들을 찾아봤는데 ‘시청률이 이럴 수 없다. 같이 본방사수하자’라는 게 많더라고요. 예전에 했던 ‘그들이 사는 세상’, ‘연애시대’, ‘로맨스가 필요해’, ‘나의 아저씨’ 등을 언급하면서 시청률은 아쉬워도 좋았던 작품으로 함께 얘기해주셨어요. 그런 좋은 작품을 열거하면서 힘내라고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심지어 댓글에 편지를 써주신 분도 계셨어요. 시청률이 안 나온다고 기죽지 말라는 말에 배우, 스태프들이 끝까지 의기투합했어요”

그 어느 때보다 전여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만큼 다음 행보가 더욱 중요하겠다. 그는 영화 ‘해치지않아’, ‘천문: 하늘에 묻는다’의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곧바로 ‘낙원의 밤’의 촬영에 돌입한다. 남은 올해도 바쁘게 달릴 각오다.

“작품은 배우가 캐스팅이 되는 것이고, 저는 성공의 척도가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저는 우선 저와 함께하고 싶어하는 작품에서 캐릭터를 잘 살려내는 것이 최선인 것 같아요. 다가오는 순간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체력을 열심히 길러야죠. 연기는 표현하고 감각하는 분야기 때문에 제가 계속 예민하게 연마할 거예요. 또 바람이 있다면, 이번에 드라마를 하면서 너무 재밌었거든요. 가족, 주변 친구들도 방송으로 저를 만나는 걸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저는 스크린, 브라운관을 자유롭게 오가고 싶어요. 언능 좋은 작품을 만나서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어요. 요즘 정말 매체가 많아지고, 퀄리티도 높아진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어요. 저에게도 와줄 좋은 작품이 있지 않을까요?(웃음)”

현재 자신의 꿈이 진행형이라고 말한 전여빈이 목표하는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스크린, 안방극장을 넘어 무대, 연출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싶은 그의 포부를 들어봤다.

“저는 정말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를 돋보이게 하는 연기가 아닌, 흐름을 따라가는 앙상블을 잘 맞추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극중 소민이 저에게 소민(이주빈 분)이 저한테 ‘나 연기 못해?’라고 물어봐요. 그때 은정은 ‘사실 잘하는 연기가 뭔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못하는 연기는 알아. 거짓말이 보이는 거. 그렇다면 못하지 않아. 걱정하지 마’라고 하죠. 그 대사가 은정이 배우 전여빈에게 해주는 말인 것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 저는 배우가 같이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모든 것을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라 생각하거든요.

조금 더 확장해서 꿈을 꾸자면, 저도 작은 단편영화라도 써보고 싶어요. 직접 이야기를 써보면 사람들과 조금 더 소통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은 조금 머나먼 꿈으로 두고 있고요. 언젠가는 무대에도 꼭 설 거예요. 학창시절에 공연 스태프 일을 하면서 선배님들을 많이 지켜봤거든요. 그때 느낀 감정을 잊지 못하고 있어요. 나도 선배님들처럼 무대에서 뛰어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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