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멜로가 체질’ 한지은, 연기가 체질… 인생 캐릭터를 만나다
[Z인터뷰] ‘멜로가 체질’ 한지은, 연기가 체질… 인생 캐릭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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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은 (사진=HB엔터테인먼트, 디자인=변진희 기자)
▲ 한지은 (사진=HB엔터테인먼트, 디자인=변진희 기자)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배우 한지은이 인생 작품을 만났다. 마니아층을 탄탄히 형성하며 사랑 받은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고, 황한주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9월 28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서른 살 여자 친구들의 고민, 연애, 일상을 그린 드라마로 영화 ‘스물’, ‘극한직업’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이 연출과 극본을 모두 맡았다. 비록 시청률은 1%대에 머물렀지만, 주로 모바일과 PC 플랫폼을 이용하는 20-30대 젊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으며 인기를 모았다. 찰진 대사, 독특한 연출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고, 작품 속 캐릭터들을 각기 다른 매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한지은이 연기한 황한주는 예쁜 외모에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을 지닌 인물로 그려졌다. 한지은은 인물이 하는 대사, 행동 하나하나 사랑스럽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더욱이 남모를 내면의 아픔 역시 섬세하게 그려냈고, 타인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위로하는 따뜻한 대사로 공감을 샀다.

이에 ‘멜로가 체질’을 잘 마친 한지은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제니스뉴스 사옥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을 한껏 쏟아내며, 시즌2 제작에 대한 소망을 어필하던 한지은과 나눈 대화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드라마를 잘 마친 기분이 어떤가요?
일단 저에게 ‘멜로가 체질’은 특별한 작품이라 아쉬움이 커요. 보내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작품이지 않을까 싶어요. 작품을 하면서 많이 행복했어요. 계속 꺼내보고 싶은 그런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좋은 대사들과 장면이 많았잖아요. 삶에서 위로받고 싶거나, 행복을 느끼고 싶거나, 힐링하고 싶을 때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Q. SNS를 보니 시청자들의 반응에 열심히 피드백을 하던데요.
‘멜로가 체질’에 애정이 많았고, 한주라는 캐릭터에도 애정이 많았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댓글이나 보내주시는 메시지를 찾아보려고 하는 편이었어요. 그런 관심이 감사하더라고요. 나름대로의 소통의 방식으로 감사함을 표현하고자 열심히 했어요.

Q. 특별히 기분 좋았던 반응은요?
배우인지라 연기에 대한 칭찬을 해주실 때가 가장 좋았어요. 이번에는 특히 보람을 느꼈던 반응들이 있는데요. 메시지를 보내주신 분들 중에 한주랑 비슷한 업종에서 일을 하는 분들, 한주처럼 싱글맘 혹은 워킹맘인 분들이 꽤 있었어요. 한주 캐릭터를 연기해줘서 감사하다고, 공감이 되고 힘이 되고, 위로를 받았다는 말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로 힘을 얻었다는 말씀을 해주시니, 제가 되게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고, 그분들께 뭔가 해드린 느낌이라 보람이 느껴지더라고요.

▲ 한지은 (사진=HB엔터테인먼트)
▲ 한지은 (사진=HB엔터테인먼트)

Q. 공감과 위로를 이끈 데는 대사가 준 힘이 큰 것 같아요. 본인이 유독 와닿았던 대사가 있다면요?
저는 진짜 많았는데 특히 마지막 신이 많이 기억에 남았어요. 대학생 시절부터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성장한 친구들이잖아요. 헤어지기 전에 여느 때처럼 수다를 떨면서 라면을 먹는 장면인데요. 그때 한주가 “꼭 철이 들 필요가 있나. 나는 죽을 때까지 너희랑 수다 떨래”라고 말해요. 그 말이 많은 분들이 마음속으로 소망하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할수록 책임감이 커지고, 짐 아닌 짐 같은 것들을 쥐게 되잖아요. 어른이 돼야 할 것 같고, 철 없는 행동을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스스로를 제약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저는 성숙해고 책임감을 가지는 것과, 철이 들고 안 들고는 다른 의미라 생각하거든요. 어릴 때 친구들을 만나면 서로 얘기하지 않아도 행복한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잖아요. 편하게 보이고 싶은 사람들 앞에서 온전히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대사로 드러난 것 같아서 많이 와닿았어요.

Q. 마니아층은 탄탄했지만 시청률은 아쉬웠어요. 이병헌 감독이 중간 간담회에서 섹시한 1%라고 얘기했는데, 그 말에 공감하나요?
완전 동의해요(웃음). 저 역시 섹시한 1%, 뜨거운 1%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우리 모두가 만족한 작품이에요. 화제성은 좋다고 들었어요. 본방 시청률은 아쉽지만, 좋은 반응들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어요. 수치적인 부분이 무색할 만큼, 많은 분들이 인생 드라마라고 말씀해주시면서 응원해주셔서 기뻐요.

Q. 그렇다면 왜 ‘인생 드라마’라는 평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반응들을 보면, 배우들이 촬영하면서 느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형식들이 많았죠. 거기에 버릴 게 하나도 없는 대사들이 큰 몫을 했죠. 제가 대본을 읽으면서 재밌다고 느낀 게 드라마로 만들어지니 더 재밌더라고요. 우리가 일상에서 듣고 위로받고 싶었던 대사들이 많아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실제로 시청자분들께서 드라마 대사를 캘리그래피로 적어서 명언처럼 만들어주시기도 했고요.

Q. 이병헌 감독의 연출, 대사는 확실히 그만의 개성이 있어요. 같이 작업해본 소감이 궁금해요.
작업 전에는 감독님이 대화를 많이 하는 분인 줄 알았어요. 감독님의 전작들을 보면 대사가 되게 많잖아요. 그래서 말을 많이 하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본 감독님은 생각보다 말수가 적었어요. 가끔씩 툭 던지는 말이 굉장히 재밌고 재치가 있어요.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건, 감독님께서는 안에 가지고 있는 게 많은 분이라 평소에 겉으로 드러내기보다 작품을 통해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분인 것 같더라고요. 현장에서는 배우들을 정말 많이 배려해주셨어요. 연기적으로도 그렇고, 환경적으로도 자유롭게 많이 열어주셨어요. 배우들을 믿고 맡겨주시지만, 또 감독님만의 정확한 그림이 있으셨죠. 그걸 제약하지 않는 느낌으로, 감독님의 생각과 그림을 자연스럽게 입힐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정말 섬세한 분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Q. 황한주 캐릭터도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캐릭터의 매력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사실 저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고, 오디션을 봤어요. 한주 캐릭터로 ‘멜로가 체질’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했고, 처음에는 시놉시스와 오디션 대본만을 볼 수 있었죠. 내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풀어낸다는 내용을 보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플러스로 이병헌 감독님이 연출을 한다고 해서 더욱 하고 싶었어요. 영화로 보여주셨던 특유의 코드와 색깔이 드라마에서는 어떨지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준비해서 오디션을 봤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서 한주 캐릭터로 합류하게 됐어요.

Q. 한주는 겉으로는 밝아 보이지만, 내면에는 상처가 있는 인물이었어요. 톤을 어떻게 잡고 연기하려 했는지 궁금해요.
처음에 고민이 많았어요. 한주가 특이할 정도로 해맑게 보일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어두운 면이 많은 인물로 느껴질 수 있었어요. 어떻게 적절하게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자칫 잘못하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을 것 같아서 내린 결론은, 그냥 한주가 그 순간에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한주는 되게 단순한 인물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순수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어릴 때 철벽을 치고 공부만 하다가, 너무 의외의 인물에게 넘어가서 하루아침에 엄마가 되고, 이혼녀가 돼서 싱글맘이 되고 워킹맘이 된 거예요. 한주는 미래를 사는 것보다 현재에 집중해서 사는 친구라, 그런 상황이 자연스럽게 펼쳐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주가 순간순간의 감정에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라 생각해서 접근하니 잘 풀리더라고요. 한주는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점에도 포인트를 두고 연기했어요.

▲ 한지은 (사진=HB엔터테인먼트)
▲ 한지은 (사진=HB엔터테인먼트)

Q. 극중 스태프, 감독에게 “오빠”를 계속 외치던 장면이 화제가 됐어요. NG도 많이 났을 것 같은데, 촬영하면서 어땠나요?
그 장면이 6회에 나왔는데, 촬영은 거의 초반에 찍었거든요. 현장에 완벽하게 적응이 안 됐을 때 찍어서 어색했어요. 어려운 마음과 잘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했죠. 첫 컷을 찍은 후에, 극에서 한주가 이런 기분일까라고 느끼면서 집에 가고 싶은 거예요(웃음). 감독님께 “저 못하겠어요!”라고 그랬더니 “아니야. 하다 보면 익숙해질 거야”라고 시크하게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 말을 믿고 몇 번 다시 찍으니 탄력을 받더라고요. 나중엔 저도 모르게 즐기고 있고, 텐션이 올라가서 욕심을 내게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감독님이 “너 마음대로 해라”라고 하셨던 기억이 나요(웃음).

Q. 극중 아이돌을 설득하기 위한 설정으로, 걸그룹 위키미키의 댄스도 췄어요. 그 장면 준비는 수월했나요?
춤을 배운 건 아니지만 원래 좋아했어요. 흥이 많은 편이라, 춤추는 걸 좋아하거든요. 마침 한주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장면이 있어서 하게 됐죠. 그 장면을 촬영하기 바로 전날에 공명과 1시간 30분 정도 급하게 배우고, 연습해서 촬영했어요. 타이트하게 준비하긴 했지만, 공명도 워낙 춤을 잘 춰서 특별한 어려움 없이 즐기면서 찍은 기억이 나요.

Q. 드라마가 ‘멜로가 체질’이라는 제목답게 인물에게 다양한 멜로의 시선을 줬어요. 본인이 시청자의 입장에서 응원한 커플은 누군지 궁금해요.
작가님이랑 국장님이요. 중년의 나이에 너무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셨잖아요. 어렸을 때 순수하게 사랑하던 모습으로 보여져서, 늦은 사랑이었지만 너무 예뻐서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또 다른 커플은 은정(전여빈 분), 상수(손석구 분) 커플요. 은정이 엄청난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과정에서 상수가 나타나서 많은 도움을 주잖아요. 츤데레처럼 도와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은정에게 희망적인 존재처럼 느껴졌어요. 은정이 극중 친한 친구라 그런지, 은정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더라고요. 두 사람의 그림만으로도 너무 예뻤고요. 홍대(한준우 분)에게는 미안하지만, 홍대는 옆에 없으니까요. 은정과 상수가 마지막에 열린 결말로 끝나서 궁금해요.

Q. 시즌2가 꼭 나왔으면 좋겠네요.
배우들끼리도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배우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에요. 끝난 게 아쉬워서, 같이 여행을 가자고 얘기도 했었고요. ‘멜로가 체질’을 찍으면서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시즌2를 다시 하고 싶어요. 계속 입에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어요(웃음).

Q. 배우 한지은의 다음 행보도 기대돼요. 차기작 선정에 고민도 많을 것 같은데요.
아직 정확하게 어떤 그림으로 구상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단계예요. 비슷한 모습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두 가지 마음이 들어요. 신중하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순간의 느낌에 충실하고 싶어요. 적절한 시기에 좋은 작품을 만나, 다시 좋은 인물로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너무 느리지 않게 빠른 시일 내 찾아뵙고 싶어요.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다양한 색깔의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예전에는 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을 했었는데요. 작은 역할이지만 꾸준히 다양한 작품을 했고, “작품마다 색깔이 다른 것 같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배우 한지은보다, 작품의 캐릭터로 봐주시는 분들이 더 많고요. 그걸 저의 강점으로 가져가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내가 가진 한정된 색깔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작품 안에 있는 캐릭터 그 자체가 돼서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색깔이 다양한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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