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리뷰] 가을처럼 애달픈 '사랑했어요', 故 김현식을 추억하다
[Z리뷰] 가을처럼 애달픈 '사랑했어요', 故 김현식을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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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사랑했어요' 공연 사진 (사진=문찬희 기자)
▲ 뮤지컬 '사랑했어요' 공연 사진 (사진=문찬희 기자)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나 당신을 생각해요. 당신이 떠나시던 그 밤에 이렇게 비가 왔어요”

노래하는 음유시인 故 김현식의 명곡들이 가을과 함께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가을과 꼭 닮은 뮤지컬 ‘사랑했어요’는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적신다.

故 김현식은 1980-90년대 독특한 음색과 음악 세계로 대중을 사로잡으며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싱어송라이터다. 정해진 형식이나 틀을 벗어난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감미롭게 표현한 그는 ‘사랑의 가객’,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 ‘사랑했어요’는 故 김현식의 노래처럼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품은 서로 사랑하지만 다른 공간에 속한 세 남녀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이별, 우정 등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 뮤지컬 '사랑했어요' 공연 사진 (사진=문찬희 기자)
▲ 뮤지컬 '사랑했어요' 나윤권 (사진=문찬희 기자)

극은 음악에 관해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준혁과 그를 친형처럼 따르는 윤기철, 그리고 사랑을 위해 뒤돌아보지 않고 직진하는 김은주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흘러간다.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서 만난 준혁과 은주는 서로를 향한 마음을 키워가고, 기철은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지만 점차 은주에 대한 마음이 커져만 간다. 그리고 기철은 은주가 북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얼마 뒤 은주는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준혁은 싱어송라이터로서 큰 성공을 거두고, 기철은 아버지의 사업을 잇는다. 뜻밖의 시련과 이별을 겪은 세 사람은 뜨거웠던 그때를 잠시 뒤로 미룬 채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엇갈린 운명 속 세월은 흐르지만, 세 사람은 서로를 향한 뜨거운 마음을 거두지 못한다.

과거와 현재, 서울과 비엔나, 중국 등 시공간을 넘나들며 진행되는 세 사람의 이야기는 지루할 틈 없이 흡입력 있게 전개된다. 이들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기 충분하고, 여기에 인물들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故 김현식의 노랫말은 더욱 큰 감동을 선사한다. 

故 김현식의 음악들은 원곡 감성을 그대로 담은 넘버부터 다양한 변주로 풍성하고 웅장하게 편곡한 곡까지 총 27곡의 넘버로 재해석됐다. ‘비처럼 음악처럼’,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골목길’ 등 故 김현식 특유의 진한 멜로디와 감성적인 가사는 세대를 뛰어넘어 가슴 깊은 울림을 준다.

▲ 뮤지컬 '사랑했어요' 공연 사진 (사진=문찬희 기자)
▲ 뮤지컬 '사랑했어요' 이홍기 (사진=문찬희 기자)

배우들의 연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준혁을 연기한 나윤권의 잔잔한 보컬과 기철로 분한 이홍기의 파워풀한 가창력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특히 거칠게 토해내는 듯한 이홍기 특유의 음색은 탁하지만 파워풀한 故 김현식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이홍기의 활약은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준혁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은주의 집을 찾은 기철이 부르는 ‘골목길’, 준혁과의 호흡이 돋보인 ‘당신의 모습’, ‘바람인 줄 알았는데’ 등에서 이홍기는 안정적인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관객들의 박수를 유발한다. 군 입대로 인해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홍기철’(이홍기+기철)이지만, 다시 무대에 설 이홍기를 더욱 기대케 한다.

배우들의 호연, 귓가에 맴도는 아름다운 음악들의 향연, 다양한 볼거리까지 ‘사랑했어요’는 뭐 하나 놓치지 않은 작품이다. 로맨틱한 계절, 가을과 닮은 모습도 많다. 모든 장면이 하나의 예쁜 엽서 같고, 故 김현식의 음악들은 가을바람처럼 잔잔하게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낭만 가득한 가을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사랑했어요’를 추천한다. 오는 2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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