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청소년’, 조금 불편한가요? 그게 바로 현실입니다(종합)
‘바람직한 청소년’, 조금 불편한가요? 그게 바로 현실입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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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이소희 기자]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이 지극히 현실적인 학교 문제를 다루며 사회의 경종을 울린다.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 프레스콜이 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민준호 연출을 비롯해 조풍래, 김보강, 오인하, 정동화, 김대현, 배두훈, 구도균, 류경환, 최은석, 김지훈, 양경원, 차용학, 정다희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바람직한 청소년’은 익명의 신고자로 인해 전교생 앞에서 아웃팅을 당한 전교 1등 모범생 정이레와 오토바이 절도사건으로 경찰서에 붙잡힌 일진 박현신이 학교 반성실에서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한 내용인 만큼, 주된 줄거리 외에도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학교폭력을 다루면서도 집단 따돌림, 각자 가지고 있는 아픔 등을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바람직한 청소년’ 따뜻한 손길도, 냉정한 조언도 건네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현실을 읊조릴 뿐이다.

민준호 연출은 “두 사람의 대화에서 얻어지는 상상력을 좋아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사람의 감정을 노래할 수 있도록, 속마음을 노래로 표현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정혜진 음악감독은 “노래가 중점이라기 보다 구체화시키는 데 목표를 뒀다. 리얼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용이 좀 더 와 닿았으면 한다”고 의도한 바를 털어놨다.

그런 ‘리얼함’은 대사에서도 드러난다. 실제 요즘 학생들이 사용하는 비속어나 은어, 억양까지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품 속 배우들은 아무렇지 않게 욕설을 내뱉고 노골적인 표현까지 여과 없이 뱉어낸다.

이에 정혜진 음악 감독은 “작품 자체가 센 내용이고 현실적이다. 그런데 내가 듣기에 불편한 음악까지 나온다면 너무 내 욕심이지 않나 싶었다. 인물의 심리나 모습을 더 보여주길 원했다”고 작품 디테일과 음악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음을 밝혔다.

배우들 역시 민감한 사정을 갖고 있는 배역을 현실적으로 연기 하기 위해 신중을 기울였다.

동성애를 하는 학생 '정이레'를 연기하는 김대현은 “모든 관객들이 ‘저 배역은 게이다’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역할을 내가 해내야 하고, 그래야 관객들도 이해를 한다. 나도 잘 모르는 상태였지만, 막상 시작하니 내가 그 친구가 되어 그 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내 왕따를 당하는 '봉수'를 연기하는 최은석은 “역할에 접근하기 힘들어서 대본 리딩도 많이 하고,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영화 등을 많이 찾아봤다”며 “리딩 보다 아이들과 토론하는 시간이 많았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민준호 연출은 “노골적으로 현실을 드러내기 때문에 선정성도 발생하는 것 같다. 상업적인 흥행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말에 “실제 상업적으로는 실패하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그저) 보고 싶은 현실이 아니라 그런 것 같다.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너무 가까이 와 닿아서 선정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런 불편한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고, 과장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편안하게 뮤지컬 관람을 하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지만 ‘그게 현실’이라는 민준호 연출의 말이다.

아울러 민준호 연출은 “현실 문제를 다룬 뮤지컬이 좀 오래 버텨서 10년 뒤에도 잘 됐으면 좋겠다”며 소망을 드러냈다. ‘바람직한 뮤지컬’이 과연 10년 뒤에도 무대에 오를 수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과장과 비약 없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이 작품의 정수는 10년 넘게 지속되기를 바라본다.

한편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은 오는 2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이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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