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소경화 기자] 자유를 갈망하는 록 스타의 까만 머리라니, 낯설지만 왠지 기분 좋은 그림이다. 故 김광석의 옛 모습을 닮은 것도 같다.
지난 11일 낮 2시, 아이돌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하는 많은 해외 팬 인파가 충무아트센터로 몰렸다. FT아일랜드 보컬 이홍기의 첫 정식 뮤지컬 도전작인 ‘그날들’을 보기 위함이었다.
이홍기에겐 도전이었다. ‘아이돌 출신’ 꼬리표를 떼고 당당히 뮤지컬 배우로서 자리매김할 것인가, 그저 ‘티켓 팔이’에 지나지 않을 것인가에 많은 관심이 몰렸다. 그리고 이홍기는 그런 물음표에 한 방 먹이기라도 하듯 보란 듯이 해냈다.
‘그날들’에 꼭 출연하겠다는 의지로 모든 스케줄 전면에 뮤지컬 연습을 앞세우며 데뷔 10년차 다운 독종의 면모를 드러낸 이홍기. 아역부터 현재까지 다수의 드라마 주연을 맡았던 그에게 어쩌면 유쾌하고 자유로운 성격을 가진 경호원 무영 역은 그리 어려운 역할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뮤지컬 넘버가 아닌 김광석의 곡을 소화해야 하는 것 역시 이홍기에게는 큰 이점이었다. ‘변해가네’ ‘나무’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나의 노래’ ‘사랑했지만’ 등 명곡의 익숙한 멜로디에 이홍기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얹어지니 더할 나위 없이 새로웠다.

구르기, 검도, 레펠, 사격 등 아크로바틱과 무술을 넘나드는 역동적인 군무 또한 작품의 흡입력을 높였다. 평소 몸치로 알려진 그지만 혹독한 훈련을 거듭해 실제 대통령 경호원을 보는 듯한 수준급의 실력을 완성했다.
정학과 무영의 브로맨스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17살 차이의 민영기와 이홍기는 나이차가 무색할 만큼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무대를 이끌었다. 첫 합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몰랐을 완벽한 호흡이다.
20년 전 청와대 경호원실에서 일어난 ‘그날’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인 만큼 극 후반부로 갈수록 엉키고 설긴 실마리가 풀려 나가며 긴장감을 더했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 교차하는 순간 객석은 숙연해졌다.
아날로그 무드를 머금은 김광석의 음악과 쓸쓸한 가을날의 하모니는 잊고 있던 감성을 깨우기 충분하다. 또한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뮤지컬 배우 이홍기의 성장 곡선을 지켜보는 것도 '그날들'의 기대요소다.
한편 배우 유준상, 이건명, 민영기, 오만석, 오종혁, 지창욱, 이홍기, 손승원, 김지현, 신고은, 서현철, 이정열이 출연하는 대한민국 대표 주크박스 창작 뮤지컬 '그날들'은 오는 11월 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하윤서 기자 h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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