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바람 바람 바람', '송지효'라는 바람을 느껴보아요
[Z인터뷰] '바람 바람 바람', '송지효'라는 바람을 느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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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스포츠계에 '바람'이라고 하면 프로야구의 '바람의 아들' 이종범과 '바람의 손자' 이정후 부자를 떠올린다면, 이젠 연예계에선 송지효를 떠올려도 되겠다. 물론 본인이야 "절대 아니다"라며 눈을 크게 뜨겠으나, 유독 송지효 곁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제일 가깝게는 최근 개봉한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미영'으로 박스오피스에 흥행 바람을 몰고 왔다. 친오빠 '석근'(이성민 분)은 천하의 바람둥이고, 쑥맥이던 남편 '봉수'(신하균 분)는 뒤늦게 바람의 맛을 알았다. 말 그대로 속 썩을 캐릭터, 하지만 또 다른 비밀도 안고 있는 미영이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6년 화제 속에 방영 됐던 JTBC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선 외도의 중심에 서 있었다. 오랜 과거까지 뒤적여보면 '쌍화점'(2008)에선 왕(주진모 분) 몰래 호위무사(조인성 분)와 정을 통하였다. 이쯤이면 바람의 여신이라고 매도해 본다.

굳이 바람으로 엮어내는 건 오랜만에 충무로로 복귀한 송지효에 대한 반가움의 또 다른 표현이다. 매주 주말 예능으로, 혹은 드라마로 우리 곁에 친숙한 얼굴이지만 2012년 '자칼이 온다' 이후 스크린에 유독 뜸했던 송지효다. 그래서 그가 극장가에 몰고 온 바람이 반갑다. 그리고 그 바람이 전하는 향기를 앞으로도 계속 맡고 싶을 따름이다.

정말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다.
사실 복귀라기엔 조금 민망하다. ‘복귀’라는 생각을 따로 안 했다. 영화를 한 지는 오래됐지만, 드라마도 했고, 예능도 했다.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제가 작품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 거 같다. 1년에 1편? 많이 하는 편이 아니어서, 뵐 수 있는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 많이 해야죠.

그래도 오랜만에 돌아왔으니, 영화계의 여러 환경이 바뀌었다는 걸 느꼈을 거다. 인터뷰 자리만 해도 그렇다.
맞다. 많이 바뀌긴 했다. 그땐 노트북을 들고 인터뷰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았다. 하하.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너무 옛날 사람 같다. 현장도 많이 바뀐 거 같다. 표준 근로 계약이라는 것을 실제로 경험해봤다.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느낌도 들고,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한다는 게 보여서 능률도 오르는 것 같다.

‘바람 바람 바람’은 원작이 있는 영화다.
원작은 보지 않았다. 원작을 보고 나면 잔상이 남을 거 같았다. 주변의 이야기로는 느낌이 굉장히 다르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 시나리오만으로도 굉장한 매력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런 장르의 영화, 어른들을 위한 코미디 영화가 시장에 없다. 그래서 흥미로웠다. 게다가 이병헌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거기에 이성민-신하균 선배, 이엘 씨가 한다고 하니 거기에 꼭 끼고 싶었다.

섹시의 모차르트와 함께 하고 싶었던 섹시의 살리에르의 마음이었나 보다.(앞서 송지효는 이엘을 가리켜 '섹시의 모차르트', 본인을 '섹시의 살리에르'라고 지칭한 바 있다)
이엘 씨가 지금 ‘아마데우스’를 하고 있다. 그 공연에도 갔었다. 그래서 그런 식의 비유를 했다. 그런데 참 우리 모차르트님이 칭찬에 약하다. 하하. 일반적으로 모차르트는 천재이고 살리에르는 노력형이라고 한다. 섹시함에 있어서는 제가 노력하는 거 보다는 이엘 씨가 맡는 게 맞다고 본다.

이병헌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충무로의 재기발랄로는 넘버 원을 다투는 감독이다.
현장에서는 장난스러운 느낌이 없었다. 과묵하게 계셔서 그냥 그런 분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제작보고회 때 말씀하시는 걸 보고 엉뚱하고 재미있는 분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 지점이 영화에서 많이 보여지는 것 같다. 현장에선 전혀 못 느꼈던 부분이다.

이병헌 감독이라 하면 특유의 대사맛이 유명한데. 
감독님의 대사를 하려면 감독님만의 호흡법이 필요하다. 엉뚱함이 그 지점에서 나오는데 거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부분에서 선배들에게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확실히 ‘바람 바람 바람’의 ‘바람’이라는 소재는 민감하다. 우리나라에선 특히 그렇다.
소재 자체로 봤을 땐 분명 민감하고 예민한 부분이다. 제 입장도 바람을 좋게 생각하거나 미화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저의 전작도 바람을 소재로 했다. 그래서 덜 어색하게 느끼는 걸 수도 있다. 반면 관객들의 생각도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바람이라는 소재로 네 명의 어른이 우왕좌왕 좌충우돌 하는 걸로 봐주시면 좋을 거 같다. 분명 바람이라는 소재 안에는 사람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 놀음이 있기 마련이다. 분명 ‘바람 바람 바람’은 ‘바람’이 전부인 영화는 아니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의 소재도 정말 우리나라에선 파격적이었다.
안 그래도 ‘바람 소재 작품을 한 편이 아니고, 두 편을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 하다 보니 어쩌면 흔히 나올 수도 있는 소재이구나’ 싶었다.  

맞다. 사실 ‘막장 드라마’라는 말도 있고, ‘바람’을 소재로 하는 작품은 수 없이 많다.
그래도 예민한 소재라는 말은 맞다. 저도 어찌 하다 보니 두 작품인 거다. 그래도 이번엔 제가 바람의 원인이 아니라는 게 다행인 거 같다.

‘바람’의 섬, 제주도에서 촬영을 했다.
전 정말 옛날부터 로케 촬영을 꼭 해보고 싶었다. 이번에 소원을 풀었다. 하하. 제주도에서 1달, 부산에서 1달을 찍었다. 그런데 외진 곳에 떨어져 있으니 의지할 사람이 옆에 있는 사람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랑 너무 잘 맞았다. 하루하루 아침이 오는 게 기다려질 정도였다. 안 맞는 사람이라도 해도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같이 있어서 즐거운 사람만 있으니 너무 행복했다. 서울 근교 촬영 때도 일부러 현장에 놀러가기도 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가 그랬다. 참 소중했던 시간이다.

이성민 씨의 리더십에 대해선 호평이 자자하다. 이른바 부드러운 카리스마다.
세심한 카리스마라고 말하고 싶다. 이끌어주는 맛이 있다. 배우를 넘어 스태프까지 하나로 만들어주시는 힘이 있으시다. 잠깐 나오는 분들까지 모두 신경 쓰신다. 강압적인 것도 아니고, 상황을 몰아가시는 분도 아닌데 카리스마가 있다. 몰아가시는 분이 아닌데도 카리스마가 있으시다. 참 감사했던 부분이다.

술도 안 마시는데 화합 무드를 잘 만든다고 들었다.
이성민 선배님은 알콜분해효소가 없는 것 같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게 아니라 하얗게된다. 그런 걸 아니까 술을 권하진 않았다.

반면 신하균 씨는 제주도 막걸리를 애정하는 걸로 유명하다.
신하균 선배님이 참 많이 드셨다. 하지만 저는 막걸리 스타일은 아니다. 특히 그 추천하는 막걸리는 그다지 달지 않아서 많이 마시진 않았다. 전 소주를 마셨다.

평소 여행보다는 집에 있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는데, 로케가 기다려졌다니 조금 의외다.
혼자 여행을 가본 기억이 없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간다고 생각해보면, 막상 가서 할 게 없을 것 같았다. 전 해외를 처음 나가 본 것도 일 때문이었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나가서, 그 일이 끝내고 놀았다. 일종의 일에 대한 보상이다. 반면 노는 목적을 가지고 가면 뭘 하고 놀아야할지 모르겠다. 그걸 생각하느라 더 피곤해지는 스타일이다. 여행은 좋다. 다만 일로 가는 게 좋다.

나름의 워커홀릭일까?
전 예전부터 선택권 또는 기회가 없었다. “영화하고 싶어, 드라마하고 싶어”라며 고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작품을 주시면 했다. 평소 식습관이 편식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작품도 그렇다. ‘런닝맨’이라는 예능 프로그램도 일의 일환이기 때문에 구분 없이 할 수 있었던 거다. 전 항상 그 시점에서 ‘열심히 하자’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자’는 생각에 무엇이든 하고 있는 것 같다.

뷰티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일을 시작했다. 꾸미는 거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때였다. 그런데 그때부터 다른 분들이 메이크업을 해주시니까 그런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덕분에 꾸미는 것도 서툴렀고, 소질이 없다는 것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저 같은 분들이 할 수 있는 팁을 찾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 은근히 저 같은 분들이 많다.

관심이 없었던 건 안 꾸며도 예뻤기 때문 아닐까?
하하. 아니다. 그냥 아기자기한 것 보다는 와일드한 걸 좋아한다. 지금도 요리해서 예쁜 그릇에 담는 것보다 설거지가 편하다. 그냥 꾸미는 것에 무뎠던 것 같다. 


사진=NEW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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