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오랜만에 좋은 배우를 찾았다. 바로 신예 이주영이다. 흔한 이름이기에 배우의 이름과 얼굴을 매칭하기가 쉽지 않을 터, 하지만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늘씬한 키와 개성 있는 외모, 그리고 인상적인 연기가 될 성 부를 떡잎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이주영은 몰라도 “‘라이브’ 시보 삼총사 중에 키 큰 애” “’독전’에서 농아 남매 중 여자애”라고 하면 무릎을 ‘탁’ 칠 것 이다. “아 그 친구!”
배우에 앞서 20살 때부터 모델로 활약했던 이주영은 28살부터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배우로서의 발걸음은 매우 빠르다. 이충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단편 ‘몸 값’은 각종 영화제에 호평 받았고, 이주영 역시 “연기를 안 하는 것 같은 능청스러운 연기”라는 찬사와 함께 제 10회 대단한단편영화제, 제 1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했다. 배우로서의 비상이었다.
그렇게 배우 이주영은 2018년과 함께 우리의 품으로 날아들었다. ‘검증된 드라마 장인’ 노희경 작가의 신작 ‘라이브’의 시보 삼총사 중 ‘혜리’로 눈도장을 찍었고, ‘올드보이’ ‘아가씨’ ‘럭키’ 등 충무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제작사 중 하나인 용필름의 영화 ‘독전’의 강력한 신스틸러로 활약 중이다. 또한 제 47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와 제 19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출품된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의 6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오랜만에 나타난 충무로의 여성 기대주 이주영과 제니스뉴스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제니스뉴스 사옥에서 만났다. 이때 이주영은 방콕으로 ‘라이브’ 포상휴가를 다녀오느라 ‘독전’의 언론시사에 참석하지 못한 상황. “정말 너무 보고 싶다”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선 연기에서 보여진 ‘시크’와 ‘걸크러시’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냥 마냥 저냥 연기가 즐겁고, 자신의 작품이 호평 받는 상황이 너무나도 기쁜 신인의 모습을 보여준 이주영. 그와 함께한 즐거웠던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영화 ‘독전’이 개봉했다. 언론 시사회 때 포상 휴가를 가 있어서 작품을 못 봤을텐데.
정말 너무 궁금해요. VIP 시사 때 볼 것 같은데요. 주변에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니까 더 기대되는 것 같아요.
미리 귀띔해주자면 정말 중요한 신마다 나오는 신스틸러였다. 캐스팅 비화가 있을까?
처음 오디션을 봤던 건 영화 초반에 나오는 여고생, 그리고 조진웅 선배님과 함께 수사를 하는 형사 역할이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실제로 연기한 ‘농아 남매’는 ‘농아 형제’의 설정이었어요. 그런데 이해영 감독님께서 “형제를 남매로 바꿀 거다”라며 연락을 하셨어요. 전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캐릭터의 설정도, 스타일도 좋았거든요.

농아이기에 수화를 배웠어야 할텐데.
수화를 3~4개월 배웠어요. 그런데 함께 하는 동영이는 참 잘하는데 제가 너무 못 했어요. 제 연기 스타일이 연기를 한 듯, 안 한 듯 하는 편인데, 농인들은 표정과 동작이 매우 크세요. 그걸 연기하려다 보니, 너무 안 되는 거예요. 저 그래서 울기도 했어요. 제가 너무 못 하니까 감독님께선 ‘캐릭터 설정을 사회부적응자로 바꿔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하셨대요. 그런데 이게 노력하니까 어느 순간 되더라고요. 다행히도 고사 전날 그게 딱 되더라고요.
사실 대사가 없어서 쉽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수화 연기가 참 어려운 연기다.
맞아요. 서로 치고 받는 합이 너무 어려웠어요. 연극처럼 ‘탁’하면 ‘탁’오는 합을 다 맞춰야 했거든요. 대사로 주고 받다 보면 상황에 따라 표정도 나오고, 애드리브도 칠 수 있는데, 수화는 그런 게 안 되요. 저희가 평상시에 쓰는 언어가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류준열 씨, 김동영 씨하고 여러 합을 맞췄을 것 같다.
셋이서 1살씩 차이 나서 친하게 지냈어요. 특히 류준열 선배님은 현장 분위기를 밝고 경쾌하게 만드는 사람이에요. 제 첫 촬영이 류준열 선배님, 동영이와 함께 하는 염전 공장신이었는데요. 덕분에 정말 더운 날이었는데도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준열 선배님은 사람 자체가 너무 건강하고 유쾌한, 해피 바이러스를 뿜는 사람 같아요.
‘라이브’에서는 피를 보면 쓰러졌는데, ‘독전’ 염전신에선 참 시크한 표정으로 총질을 한다.
그 신은 리허설만 1시간을 했어요. 폭파신이라 여러 번 갈 수가 없는 신이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옆으로 가면서 앞을 보고 총을 쏴야 하는데 자꾸 제가 갈 곳을 쳐다 보게 되는 거예요. 길이 조금 위험했거든요. 그게 참 너무 안 돼서, 결국 감독님이 포기하고 “그냥 가봅시다” 했는데, 한 번에 갔어요. 총에 반동이 있으니까 저절로 앞을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감독님한테 “될 놈은 어떻게든 되나봐요! 제가 될놈될이에요!”라고 했어요. 하하.
노르웨이 로케이션도 다녀왔다.
사실 그 신에서 저랑 동영이는 거의 안 나와요. 덕분에 반은 놀러간 느낌이었죠. 노르웨이의 풍광이 정말 엄청났어요. 설경을 바라보니 저도 눈물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동영이가 정말 사진을 안 찍는 애거든요? 그런데 동영이도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는 풍경이었어요. 동영이 말로는 1~2년 동안 찍을 사진을 거기서 다 찍었대요.

배우를 하면서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처음 시작은 모델이었는데.
모델에서 배우로 넘어온 계기는 특별하지 않았어요. 정말 자연스럽게 넘어온 것 같아요. 현대 미술을 하는 작가 언니와 친분이 있었는데, 전시회에 영상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 작업을 몇 번 했었어요. 그때 스태프들이 영화를 하던 분들이었는데 “연기 한 번 해봐”라고 해서, 모델일에도 도움될 거 같고, 재미도 있을 거 같아서 도전했던 것 같아요.
배우 전향에 대해 집에선 뭐라고 했는지?
엄마는 “배고픈 직업인데…,”라고는 하셨지만, 말 뿐이셨어요. 저희 집이 제가 하는 것에 반대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전형적인 방목형이거든요. 하하.
그렇게 했던 첫 영화가 단편 ‘몸 값’이었다. 여러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다.
운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엄마도 그 작품을 보시고 “연기 참 잘한다”고 하셨어요. 사실 작품을 보시면 놀랄 줄 알았는데, 제일 재미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아버지에겐 아직 못 보여드렸어요.
작품 외적인 이야기지만 배우도 그렇고, 감독의 외모 이야기가 많았다.
맞아요. 이충현 감독님이 영화 감독스럽지 않은 외모예요. 아이돌 스타일이죠. 하하.
충무로에서 여성 배우가 활약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일을 하든 어려운 지점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여성으로서 불리한 직업도 여럿 있고요. 하지만 이 일이 너무 좋고, 또 잘하고 싶은 일이에요.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많은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순박한 시골 사람 역할? 엄마와 딸이 나와 잔잔한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제가 그동안 해왔던 역할이 결코 가볍지 않았어요. 농아도 했고요. 외계인, 천재 과학자, 서커스 단원, 하물며 장기매매 업자까지 했어요. 그래서 그런 잔잔한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독전’이 개봉했고, 오는 6월에 ‘나와 봄날의 약속’도 개봉한다. ‘나와 봄날의 약속’으로 얼마 전 전주국제영화제에도 참석했는데.
GV가 있는 날 마지막 촬영을 했어요. 컨디션이 너무 안 좋은 상태였지만,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나와 봄날의 약속’을 작년 이맘때 찍고, 전주에서 처음 완성본을 봤어요.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재미있고, 특별한 작품이 나온 것 같아요. 미스터리 동화 같은 느낌인데요. 관객 여러분도 많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진=김경표 포토그래퍼(스튜디오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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