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류준열은 이제 진정 '충무로의 대세'라는 말이 어울리는 배우가 됐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이른바 벼락 스타로 발돋움 했던 류준열이다. 영화 '소셜포비아' 때부터 가능성을 비춰왔던 류준열은 '충무로의 기대주'가 됐고, 이후 '더 킹' '침묵' 등 굵직한 작품을 자신의 필모에 새겨넣었다. 그리고 '택시운전사'를 통해 천만 배우에 등극했다.
물론 앞선 작품도 모두 주연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함께 했던 선배 - 정우성, 조인성, 최민식, 송강호 등 - 들의 옆자리를 보좌하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던 건 분명하다. 그러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데드풀 2'의 마블 공습에서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켜낸 '독전'의 류준열은 다르다. 선배 조진웅과 대립각을 세우며 영화의 중심에 우뚝 서있다. 잘라 말하자면 '독전'은 류준열이 없으면 안 될 영화다.
마약왕 '이선생'에게 버림 받은 조직원 '락'을 연기한 류준열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자신은 제 멋에 사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연기를 흡족하게 느낀 적이 없어, 제 멋에 살지 못하고 있단다. 진심이 느껴졌던 이야기, 하지만 그 안엔 분명 겸손도 있을 터다. 이젠 여러 매체와 마주한 인터뷰 자리도 즐거워하는 여유까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류준열은 분명 '충무로의 대세'가 됐다.
‘응답하라 1988’ 이후 진중하게 필모를 쌓아간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매 작품마다 선배운도 참 좋은 것 같다. 이번엔 조진웅 씨와 합을 맞췄다.
제가 본 조진웅 선배님은 열정적인 사람이다. 조진웅 선배님을 ‘독전’으로 처음 만났을 때 선배님은 다이어트 중이셨다.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은 알 거다.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인생의 첫 번째 목표라고 생각해야 할 수 있는 거다. 그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작품에 대해 정말 많은 걸 생각해오셨었다. 제가 생각했던 건 꺼낼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후 현장에서 만난 조진웅 선배님은 이미 다이어트가 완성돼있었다. ‘선배님이 아니라 동생이 오신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대로 만들어오셨다. 그 놀라움에 선배를 똑바로 못 쳐다 보고 거울 너머로 바라보고 있었다.
조진웅 씨의 다이어트를 보면 항상 놀랍다. 그렇게 술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맞다. 영화계에 널리 애주가로 소문나신 선배다. 하지만 촬영 내내 정말 한 방울도 안 드셨다. 단순히 참는다는 느낌도 아니고, 아예 술에 대한 고민을 안 하셨다. 저희가 마시는 걸 보셔도 “즐겨”라고만 하셨다. “이 영화 끝날 때까지 절대 마시지 않겠다”고 하셨는데, 참 감동적이었다.
조진웅 씨를 보며 느껴지는 지점이 많았겠다.
여러모로 제게 좋은 본보기를 주셨다. 제가 가야할 길을 많이 보여주셨다고 생각한다. 전 지치지 않고 연기하는 게 작은 바람이다. 그걸 진웅 선배님이 하고 계신다. 정말 다양한 캐릭터를 하신 선배님이다. 그럼에도 작품을 즐기고 계시고, 그 원동력으로 많은 작품을 하고 계신 것 같다.
락이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 바로 농아 남매였다. 이주영-김동영 씨와 함께 했는데, 비슷한 또래여서 재미있게 촬영했을 것 같다.
수화 관련 이야기를 하며 많이 가까워졌다. 둘 다 독특한 매력이 있다. 한 명은 연기를 막 시작했고, 한 명은 정말 연기를 많이 해온 친구다. 주영 씨는 궁금한 게 참 많다. 오빠 입장에서 여러 조언을 해줬던 것 같다. 동영 씨는 말수가 적은데 늘 언제나 꾸준하게 옆에 함께 한다. 하하. 정말 따뜻한 친구들이다.
노르웨이까지 같이 갔으니 더 친해졌겠다.
사진도 찍고, 장작불도 같이 피우고, 눈싸움도 하고, 나중엔 지쳐서 못 놀 정도로 많이 놀았다. 마지막 신 리허설을 제가 가져간 드론으로 직접 해보기도 했다. 노르웨이가 아름답긴 했지만, 일로 가면 불편한 지점도 분명 있다. 하지만 함께 가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동영 씨가 진짜 사진을 안 찍는 친구인데, 그땐 정말 많이 찍었다. 말도 많이 했다. 하하. 주영 씨와 동영 씨, 두 사람이 함께 했기에 엔딩의 미장센이 더 좋게 완성된 것 같다.
작년엔 천만 관객 작품도 했고, 이번 ‘독전’도 흥행이 점 쳐지는데, 참 작품을 잘 고른다.
인복이 많은 편인 거 같다. 재능은 없는 편이지만, 인복으로 좋은 작품과 많은 관객을 만나는 거다. 전 아마 제 영화를 보고 흡족스럽다면, 제 멋에 살아갈 사람이다. 하지만 제 연기를 보고 있으면 부끄럽다. 정말 제 영화를 편하게, 즐겁게 봐보고 싶다.
자기 작품을 못 보는 배우들이 꽤 많다.
저도 그렇다. 연초에 이준익 감독님께 ‘소셜포비아’를 드릴 일이 있어서 그때야 꺼낸 김에 다시 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영화 중 유일하게 재미있게 본 건 ‘소셜포비아’ 같다. 정말 연기는 알면 알수록 어렵다. ‘소셜포비아’는 제가 잘 했다는 게 아니라,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다시 찍으라면, 그런 연기는 못할 거 같다. 정말 그 영화만큼은 다시는 못할 것 같다.
차기작 ‘뺑반’도 기대중이다.
아직 많은 시간 촬영하진 않았지만, 공효진 선배님, 조정석 선배님은 진짜 정말 멋있는 사람들이다. 업계에서 좋은 사람이라고 괜히 소문이 난 게 아닌 것 같다. 또 두 분이 드라마를 하신 적이 있기 때문에 그 관계도 너무 좋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찍고 있다.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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