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인랑' 한효주 "액션 꿈나무라고 불러주세요"
[Z인터뷰] '인랑' 한효주 "액션 꿈나무라고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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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인랑 인터뷰 - 한효주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배우 한효주가 또 한번 성장했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 ‘인랑’의 ‘이윤희’는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다. 일본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각본으로 만들어졌던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부터 그랬다. 스포일러 때문에 많은 것은 언급할 수 없지만, 그만큼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며, 여러 감정을 소화해야 하는 캐릭터다. 허나 그 감정을 모두 발산할 수도 없는 그런 여인이 바로 이윤희였다.

하지만 김지운 감독을 믿고 도전했다. 언젠가부터 연기의 벽을 느꼈다고 말하는 한효주였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고, 그 벽을 깨뜨리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리고 자신을 가둔 알을 다 부수진 못했지만 그래도 금은 간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제니스뉴스와 한효주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인랑’ 속의 한효주는 왠지 모르게 하얀 느낌이었다”라고 말하니, 환하게 웃으며 “이번엔 제 자신을 하얗게 만들고 싶었어요. 감독님이 마음껏 색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라고 답했다. 정말 무척이나 뜨거웠던 여름날, 한효주의 연기에 대한 마음은 더 뜨거웠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인랑 인터뷰 - 한효주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다. 말 그대로 만찢녀가 됐다. 그만큼 뭔가 어울렸다는 이야기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님도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하하.

쉽지 않은 캐릭터다.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을텐데.
제 연기를 자책하던 때가 있었다. ‘난 재미없게, 안정적으로만 연기한다’는 자책이었다. 제 연기가 어느 선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생각? 동물적인 연기를 하는 사람들, 감정을 폭발시키는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이 있다. 그런 분들이 부럽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제 스스로 그런 걸 깨고 싶었다. 김지운 감독님이라면 그런 걸 이끌어주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모든 걸 맡기고 참여했다. 제 의견을 내세우기 보다는 저를 하얗게 만들고 그 위에 감독님의 색일 칠할 수 있게 노력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본인의 벽을 깨뜨렸을까?
완벽하게 틀을 깨 부셨다는 느낌은 아니다. 알에 금이 간 정도 같다. 하하. 영화를 봤을 때 그간 작품에서 보여지지 못했던 표정들이 군데군데 비춰졌다. 제 스스로도 ‘내 모습이 낯설다’는 순간순간들이었다. 역시 감독님이 잘 이끌어주신 것 같다. 감사했다.

어떤 식으로 이끌어 준 걸까? 과묵하기로 유명한 감독인데.
촬영 땐 그게 참 힘들었다. 말씀이 많지 않으신데, 가끔 한번씩 던지는 말에 자극을 받을 때가 있었다. 톤이 험한 말은 아니다. 다만 그 말을 들었을 때 제가 저를 들킨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숨기고 싶은 부분인데 확 들켜버린 거다. 분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엄청난 자극이 됐다.

자극만 주면 안 될 일인데, 어떤 디렉션을 줬을까?
제가 조금 갈피를 못 잡을 때가 있으면, 음악 같은 걸 들려주신다. 그런데 사실 그러면 더 헷갈린다. 하하. 다만 그 느낌적인 느낌은 알겠으니 그걸 붙들고 가는 거다. 직설적으로 “이렇게 연기해 줘”가 아닌 은유적으로 표현할 때가 있으시다. “보다 투명한 차가움을 표현해줬으면 좋겠어” 같은 형식이다. 전 개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하게 하는 여지를 둔다는 게 재미있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주면 편한 게 좋고, 은유적일 땐 한 번 더 생각할 여지가 있다. 둘 다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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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과 마주했던 첫인상은 어땠는지?
‘인랑’의 기획 소문만 듣고 원작을 찾아 본 게 6년 전이다. 캐스팅 제안도 없었을 때다. 김지운 감독님이 ‘인랑’을 실사화 한다는데, 이 역할 재미있겠다. 캐스팅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캐스팅 사실에 정말 기뻐했다. 모호하지만 매혹적인 캐릭터였다.

맞다. 그 모호함이 문제다. 그래서 ‘이윤희’는 어렵다.
시나리오 받고 나니 걱정이 됐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연기했을 때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다. 보통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다시 읽은 적이 없는데, 이번엔 한번 읽자 마자 ‘뭐지?’라며, 다시 읽었다. 그걸 읽고 또 한번 제 부분만 다시 읽었다. 감독님께 “잘 이해가 안 된다. 이 여자가 왜 이러는 거죠?”라고 솔직하게 물었다. 그랬더니 “그러니까 네가 잘 해야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말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어려웠던 이윤희라는 옷이 이젠 내게 맞는구나’라고 느꼈을 땐 언제였을까?
이윤희에게 가장 연민을 느꼈을 때였다. 임중경에게 “나랑 같이 떠나자”고 말하는 신이다. 처음으로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 장면이었다. 거짓이 아닌 자신의 삶을 고백하기도 한다. 자신의 실제 모습을 이야기하고, 함께 떠나자는 그 마음이 정말 불쌍했다. 글로 보고 연습했을 때보다 직접 찍었을 때 정말 슬프게 와닿았다. 그때 윤희가 가깝게 느껴졌다. 

짧지만 액션신도 있었는데.
액션 꿈나무가 될 거 같다. 우리나라 영화 시장에서 그런 신이 여성 배우에게 주어지기가 쉽지 않다. 

하하. 액션꿈나무라는 건 자칭일까? 현장의 반응일까?
무술 감독님이 생각보다 소질이 있다고 하셨다. 아주 짧게 나마 경험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총소리가 굉장히 컸다. 이어플러그를 꼽고 해야할 정도다. 하지만 눈을 한 번도 안 감았다. 눈 한 번 안 감고 총을 쏘니까 다들 “독하다”고 했다. 액션을 한번 길게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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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씨는 갑옷을 입고 액션을 했는데, 그 갑옷 입어보고 싶었을 것 같다.
정말 그런 생각은 1도 없었다. 너무 힘들어 보였다. 한 조각 들었는데도 너무 무거웠다. 여름엔 더울 거고, 겨울엔 추웠을 복장이다. 고생하는 걸 옆에서 보는데 굉장히 안쓰러웠다. 그래서 감히 강화복에 손을 대볼 생각도 못했다. 호기심 보다 미안함이 먼저였다.

강동원 씨와는 ‘골든슬럼버’로 합을 맞춘 바 있어 여러모로 편했을 거 같다.
확실히 더 편했던 건 있었다. 하지만 ‘골든슬럼버’ 때는 같이 촬영한 분량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친해질 일이 없었는데, ‘인랑’은 워낙 둘이 붙어 있는 신이 많아서 많이 친해졌다. 감정적으로 힘든 캐릭터라서 흔들릴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동료로서, 선배로서 묵묵히 잘 의지할 수 있는 배우여서 고마웠다. 배울 것이 많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동원 씨는 원작과 다른 부분 중 가장 좋은 지점을 엔딩으로 꼽았다. 윤희를 연기한 입장에서도 마음에 드는 엔딩일 것 같다.
희망이 있어서 좋았다. 요즘 희망이 좋다. 너무 각박한 세상이라 그런가 보다. 하지만 원작 같은 엔딩도 좋다. 그건 나름 또 현실적이라 그런 것 같다.

희망이 좋은 이유가 뭘까? 요즘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걸까?
쉬면서 못 읽은 책도 읽고, 여행도 다녔다. 무엇보다 저에 대해서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지금이 딱 달리다가 잠시 쉬어서 돌아보는 시간인 거 같다. 요즘 제 관심사는 바로 ‘나’다. ‘넌 누구니, 넌 뭘 좋아하니, 넌 뭐가 먹고 싶니’ 그런 것들을 생각한다. 진짜의 나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나를 찾고,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야 연기도 다른 연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스스로 변화 하는 과정을 겪지 않으면 어려울 거 같다.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다.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늘 물음은 있다. ‘여기까지가 맞는 걸까? 이 이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쉬움도 있다. 늘 불안하다. 수학이나 과학처럼 답이 정확하게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더욱 그렇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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