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사실 배우에게는 한 작품 개봉하고, 그게 내려가면 또 한 작품 하는 게 좋은데, 이렇게 겹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올여름 가장 크게 웃는 두 명의 배우 중 한 명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바로 이성민이다. 그의 이번 여름은 참으로 바쁘다. 공교롭게도 ‘공작’과 ‘목격자’가 한 주 차이로 개봉했다. 허나 두 작품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신과함께2’와 더불어 한국영화 3끌이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공작’의 이성민은 황정민과 함께 작품을 끌고 갔다면, ‘목격자’는 혼자 힘으로 이끌어 간다. 우연히 자신의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사건을 목격한 ‘상훈’을 통해 시시각각 조여오는 현실적인 서스펜스를 그려냈다. 배급사 NEW 특유의 도심 공포 스릴러는 일상적인 연기를 통해 훌륭히 그려냈다.
이성민이 말하는 영화 ‘목격자’의 이야기를 이 자리에 풀어본다.

‘공작’과 ‘목격자’, 두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기 때문일까? 무척 피곤해 보인다.
지금 촬영 중인 작품이 있다. 밤신이고 촬영지가 무주라서 잠을 거의 못 자고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지난주도 그랬다. 언론시사회 때도 두 시간 자고 현장에 갔었다. 정말 힘들었다. 오죽하면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나 실수한 거 없었어?”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체력관리를 한다고 뭘 따로 챙겨먹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저 전 잠만 자면 되는 건데, 그걸 못해서 그렇다.
‘목격자’를 본 소감부터 전하자면, 초중반까지 정말 무서웠다.
전 스릴러나 호러 영화를 보는 걸 선호하진 않는다. 공포물은 아예 안 본다. 이런 장르의 영화를 해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제가 봤을 땐 무섭진 않았다. 영화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그랬나 보다. 오히려 ‘관객들이 이걸 무서워할까?’ 싶었다.
오히려 가슴 아프게, 마음 아프게 영화를 봤다. 특히 첫 번째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아파트 담장을 넘어오면서 “살려주세요”라고 소리를 지를 때, 너무 안타까웠다. 두 번째 여자가 살해 당했을 때도 그랬다. 가장 가슴 아픈 건, 범인이 내 가족 뒤에 서있을 때였다. 그 신을 촬영할 땐 정말 기운 소모가 엄청 심했다. 상상한 것 이상으로 부하가 많이 걸렸다.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었는데, ‘목격자’를 선택했던 이유가 있을까?
코미디 영화만 아니라면, 지금까지 장르를 보고 영화를 결정한 적이 없었다. 이번 영화도 그랬다. 선택을 한 이유는 굉장히 현실적인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다. 대본이 탄탄하다기 보단 한 방향으로 밀고 나아가는 힘이 있었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어쩌면 양날의 검이다. 미세한 설정 하나로 관객의 몰입이 깨질 수 있다.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왜 신고를 안 하지?’에 대해 물음표를 띄우는 거였다.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목격자’에 대해 설명을 해봤다. “살인범인데 신고를 안 해서 벌어지는 이야기야”라고 말하면, “왜 신고를 안 해?”라고 되물어왔다. 그래서 우리 영화는 개연성 있는 흐름이 필요했다. 만약 관객이 물음표를 띄운다면? 끝까지 갈 수 없는 영화가 됐을 거다.
충분히 설명을 했고, 또한 공감을 얻는 것 같다. 누구나 상훈의 상황에선 신고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보는 이 마다 성향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만드는 입장에서 걱정했던 건 '상훈에게 투철한 신고 정신이 없다는 것 때문에 고구마 같은 답답함을 느낄 관객이 있을 수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분명 상훈의 상황을 뜯어본다면 설득력이 없진 않다는 걸 아실 거다.
설득력을 갖추는 건 상훈의 상황도 한 몫 하겠으나, 공권력의 무모함도 이유가 됐다. 고구마 같은 답답함을 느끼는 구석이 있다면 바로 경찰 때문일 거다.
공권력의 무모함을 일부러 따로 강조한 건 아니다. 사실 우리가 경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경찰들이 너무 하는 게 없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이었다. 그 답답함을 다 가져가 준 게 김상호 배우였다. 그 지점이 참 고맙다.

‘목격자’가 현실적인 건, 정말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거다. 간발의 차만 있었다면 상훈은 그 상황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이를테면 영화 시작 때 회식신이다. 그때 동료들에게 “집에 가서 한잔 더 하자”고 했을 때, 동료들이 따라왔다면, 살인 장면을 목격할 일도 없었다. 영화는 그렇게 끊임 없는 가정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맞다. 우리끼리도 그런 가정을 계속 이야기를 했다. 사실 편집된 신에 또 하나의 가정이 있다. 그렇게 동료들과 헤어진 이후 버스를 타고 집에 간다. 그러다 우산을 놓고 온다. 그 우산은 하필 와이프가 굉장히 비싼 우산이라고 강조했던 터다. 그래서 결국 그 우산을 찾아 온다. 그 우산을 뒤로 매고, 맥주랑 과자를 사고, 귀가한다. '만약 우산만 안 두고 내렸더라면, 와이프가 비싼 우산이라고 잔소리만 안 했더라면, 맥주만 안 샀더라면' 등등 수 없는 가정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 진경 씨가 거실의 불만 안 켰더라면 피해갈 수 있었다. 정말 그 신에선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전 ‘우리 영화가 무서운 지 잘 모르겠다’라고 했는데, 예고편을 본 와이프가 무섭다고 했다. 그런데 고등학생인 제 딸은 뭐가 무섭냐며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그 신, 불 켜는 신만큼은 정말 무서웠다고 했다.
여담으로, 회식신은 ‘미생’을 연상시켰다.
저도 촬영하면서 “이건 ‘미생’ 오과장인데요?”했다. 하하. 뭔가 ‘미생’을 좋아하신 분들에겐 팬서비스도 될 것 같았다. 뭐랄까 ‘오과장’에게 벌어진 스릴러의 느낌? 다만 오상식이었으면 무조건 신고했을 것 같다.
엔딩의 액션신, 힘에 부치진 않았는지.
어찌나 피곤했는지, 그 추운데도 흙속에 파묻혀 살짝 선잠이 들었다. 그러다 큐 사인에 눈을 떴는데, 그래서인지 제가 눈을 뜨는 신이 잘 나온 거 같다. 문제는 촬영 후에도 귀를 팔 때 마다 계속 까만 흙이 나왔다. 하하. 그거 말고는 액션이 힘들진 않았다. 다만 산에서 찍는다는 게 위험했다. 경사도 있고, 돌도 있을 테니, 거기서 치고 받고 얼굴을 처박아야 했다. 그런데 우리 미술팀이 그 땅을 다 정리 해놨다. 덕분에 기스 하나 안 났다.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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