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공작' 황정민 ② "내 연기의 밑바닥 본 작품, 초심으로 돌아간 계기"
[Z인터뷰] '공작' 황정민 ② "내 연기의 밑바닥 본 작품, 초심으로 돌아간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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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터테인먼트 - 영화 '공작' 인터뷰 - 황정민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배우 중 하나인 황정민이 영화 ‘공작’으로 돌아왔다. 연기면 연기, 흥행이면 흥행,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챙겨가는 모두에게 보증수표 같은 배우다. 언제나 작품성에 있어 좋은 평가를 받은 윤종빈 감독과 함께 했다. 덕분에 ‘공작’은 개봉 전부터 제 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대됐고, 흥행 역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황정민에게 ‘공작’은 쉬운 작품이 아니었다. 평소 연기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황정민이다. 허나 이번만큼은 힘들었단다. 특히 김정일과 마주하는 연기에서는 “내 연기의 밑바닥을 드러냈다”며 혀를 찼다. 단지 감사했던 건 혼자만 보여준 건 아니라는 것. 영화 속 파트너 이성민과 함께 바닥을 쳤다. 어려움은 함께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다. 베테랑 연기자가 바닥을 친 이유가 과연 연기력이 나빠서일까? 아니다. 그만큼 어려운 작품이 ‘공작’이었다.

제니스뉴스와 황정민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밑바닥과 마주했던 사람치고는 너무나도 밝은 표정, 아니 홀가분해 보였다. ‘공작’ 이후 초심을 되짚어 보게 됐고, 이어 셰익스피어 극본의 연극 ‘리차드 3세’로 관객과 마주하며 기운을 되찾았단다. 결국 모든 희노애락을 연기로 윤회하는 진정한 광대 황정민이었다.

▶ 1편에서 이어

CJ엔터테인먼트 - 영화 '공작' 인터뷰 - 황정민

디테일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운해 하는 윤종빈 감독이다.
참 얼굴은 멍청하게 생겼는데, 똑똑하고, 예민하고, 집요하다. 카메라를 눈까지 들이밀 때도 있다. ‘뭐하는 거지?’ 싶은데, 일단 필요하다고 하니 찍는다. 나중에 알고 보면 다 감독님 머리 속에 들어있는 의도인 거다. 늘 불안했지만, 좋은 편집으로 살려내는 거 보면 참 대단하다. 

영화 후반 남북이 함께 만드는 CF 현장에 이효리 씨가 등장한다. 과거 실제 있었던 핸드폰 광고와 같은 매칭이다.
그래서 이효리 씨의 캐스팅이 가장 중요했다. 너무나도 필요했던 분인데, 섭외가 힘들었다. 당시 사회상황도 워낙 안 좋았다. 아는 사람 중에 제동이가 이효리 씨랑 친한데, 그걸 부탁하기도 애매했다. ‘CG로 해야하나’ 싶은데 그건 기술력이 안 되고, 합성을 하자니 소스가 없었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가 담긴 신이었다. ‘공작’은 결국 남과 북을 대표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맞다. 우린 흑금성의 일대기를 그리는 영화가 아니다. 남자 두 명이서 나누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고, 화합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걸 확장시켜 정치적인 이야기로 발전될 수 있는 거다. 사상과 신념이 다른 두 남자가 만났지만, 각자의 신념이 옳은 것이라면, 그것이 뭉쳐 더 좋은 우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 장면을 찍을 때 ‘이걸 하려고 이토록 어렵게 달려왔구나’라는 게 딱 느껴졌다. 너무 쉽고, 빠르게 찍혔다. 성민이 형이 저 앞에서 걸어오는데 정말 소름이 용솟음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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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씨와 실제로도 그런 우정을 느꼈을까.
이번에 서로 바닥을 쳐서 그런지 더 돈독해진 거 같다. 솔직히 배우끼리는 서로가 선수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작’은 달랐다. 결국 내 밑 바닥을 형에게 보여줬다. “형님, 이건 아닌 거 같아요. 정말 못 하겠어요”라고 했더니, “너도 힘들었니? 나도 힘든데”라고 했다. 그래서 더 든든해졌다. 전 형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하다. 연기 정말 잘 하는 사람이랑 하다 보면 너무 행복하다. 그래서 형에게 너무 고맙다. 형 덕분에 흑금성이라는 인물이 다양한 느낌으로 보이는 것 같다. 사실 영화라는 건 이런 작업이다. 서로가 함께 하는 작업인 거다. 그래서 ‘내가 언제부터 어깨에 힘만 주고 있었던 걸까’를 느꼈던 것 같다. 덕분에 정말 기분 좋게 연기할 수 있었다.

초심으로의 복귀인 걸까?
그래서 연극을 했다. 일부러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골랐다. 연극쟁이들은 안다. 셰익스피어 작품이 정말 어렵다. 대사에 장단음까지 따서 연기해야 한다. ‘공작’을 통해 바닥을 쳐봤기 때문에 할 수 있던 작업이었다.

그 정도면 밑바닥을 보기엔 충분한 보상 같다. 나아가 ‘공작’으로 칸에도 다녀왔다.
칸에 가자마자 인터뷰를 했었는데, 그때 한 이야기가 “빨리 우리 한국 사람이랑 ‘공작’을 같이 보고 싶어요”였다. ‘공작’에는 우리 한국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정서의 세포가 담겨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언론배급시사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 같은 걸 느끼는데 ‘아 맞아! 이거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공작’의 최종본이 칸 공개 때 보다 4분 정도를 줄였다. 그때 기자님들이 영화에 대해 많이 이야기 해주셔서 나온 결과물이다. 정말 감사했다. 막상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그런 지점을 잘 모른다. 그걸 “줄이자” “늘리자” 이야기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윤종빈 감독이 참 대단한 것 같다. 그런 조언을 듣고 다시 작업해서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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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현재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고, 여러모로 분위기가 좋다. ‘공작’의 주연으로써 느끼는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촬영할 땐 참 분위기가 안 좋았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이 영화를 찍는 게 가능해?” “김정일을 이렇게 대놓고 찍어도 돼?”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결론은 “당연히 찍어도 돼. 나쁜 게 아니잖아” 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이야기 나올 때도 “책 잡히는 거 아냐?”라는 질문도 나왔지만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그냥 우리가 하자!”가 됐다. 그런데 이번 평화협정이 이뤄졌다. 정말 모든 게 순식간에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는 장면을 보는데, 우리 영화의 앵글이랑 너무 비슷했다. “우리 거 베낀 거 아냐?”라며 웃었던 게 기억 난다.

이런 분위기만 이어진다면 ‘흑금성’처럼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북한에 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저도 북한에 가보고 싶다.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은 금강산이다. 제가 워낙 산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 배운 국어책에도 금강산에 대한 묘사가 다채롭다. 그걸 눈 속에 담아보고 싶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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