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요지경] 핀란드에서 ‘무민’보다 유명한 톱게이 ‘톰 오브 핀란드’
[영화요지경] 핀란드에서 ‘무민’보다 유명한 톱게이 ‘톰 오브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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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알아둔다면 친구나 연인 앞에서 아는 '척' 하기 딱 좋은 영화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한 자리에 모아봤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바로 '톰 오브 핀란드'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톰 오브 핀란드’는 핀란드를 떠나 미국에서 20세기를 풍미하며 게이 문화를 현대 예술로 승화시키고, 대중화 시킨 토우코 라크소넨의 일생을 그린 영화다.

이번 영화 요지경에서는 '톰 오브 핀란드'를 보기 전 공부하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정보들을 모았다. 아직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우리나라다. ‘톰 오브 핀란드’가 활동했던 시기엔 유럽도, 미국도 지금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런 편견을 극복해냈던 ‘톰 오브 핀란드’가 과연 우리나라엔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톰 오브 핀란드’ 그는 누구인가?

아이엠 - 톰 오브 핀란드 스틸

본명은 토우코 라크소넨이다. 1920년 5월 8일에 핀란드에서 태어났다. 19세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20세 때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뛰어난 활약으로 훈장도 받았다. 종전 후엔 광고회사 직원으로 일하다, 36세 때 친구의 제안으로 ‘톰’이라는 필명을 쓰며 미국에 일러스트를 보냈다. 이후 미국의 영향력 있는 잡지 ‘피지크 픽토리얼(Physique Pictorial)’ 표지에 ‘톰 오브 핀란드’로 불리우며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53세 독일 함부르크에서 첫 전시를 열었으며, 58세 미국 LA에서 두 번째 전시를 개최한다. 이후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고, 64세에 ‘톰오브핀란드’ 재단을 설립, 이후 1991년 71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무민’만큼 유명하다고?

아이엠 - '톰 오브 핀란드' 스틸

‘톰 오브 핀란드’의 핀란드 속 위상은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트롤 캐릭터 ‘무민’을 넘어선다. 지난 2014년 핀란드 우체국에서는 ‘톰 오브 핀란드’가 전세계의 팝 컬쳐와 패션에 끼친 영향을 기리는  기념 우표를 발간했다. 또한 관광청에서는 ‘톰 오브 핀란드’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도보여행을 추천 관광코스로 지정했다. 말 그대로 핀란드의 마스코트다.

‘톰 오브 핀란드’는 동성애자였다.

아이엠 - '톰 오브 핀란드' 스틸

지금에야 유럽 쪽 성소수자 인식이 개방적이지만, 100년 전만해도 서구사회가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2차 세계 대전 참전 후 고국 핀란드로 토우코 라크소넨이 돌아온 시기는 유럽 전역에서 성 소수자들에 대한 탄압이 극심했던 20세기 중반이었다. 국가 훈장까지 받은 장교였지만, 성소수자임이 드러나면 치료의 대상으로 간주돼 병원에 갇힌 채 억압된 삶을 살아야 됐다. 그래서 토우코 라크소넨은 ‘톰’이라는 필명으로 그림을 그렸다.

가족은 그가 죽을 때까지 ‘톰 오브 핀란드’라는 걸 몰랐다.

아이엠 - '톰 오브 핀란드' 스틸

’톰 오브 핀란드’의 일러스트는 게이 커뮤니티에서 혁명적인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 할 것으로 여겼던 미국의 성소수자들은 그의 그림에 용기를 얻어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로써 ‘톰 오브 핀란드’는 혁명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한다. 그리고 현대 미술의 큰 획을 긋고, 조국 핀란드의 마스코트가 됐다. 재미있으면서도 슬픈 건 토우코 라크소넨의 가족들은 그가 ‘톰 오브 핀란드’라는 사실을 사후에 처음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앤디 워홀부터 로버트 메이플소프까지, 현대 예술의 영감

아이엠 - '톰 오브 핀란드' 스틸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이자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잘 알려진 앤디 워홀은 미국에서 열린 ‘톰 오브 핀란드’ 전시회에 직접 찾아가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영국의 팝 아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호모에로틱 일러스트의 거장 조지 퀘인턴스 등이 그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뉴욕 현대 미술관(MOMA)에서는 현대미술에 끼친 ‘톰 오브 핀란드’의 가치를 인정하며 작품을 영구소장, 전시하고 있다. 남성 누드, 동성애 등 동시대의 금기인 도발적인 주제를 대담하게 사진에 담은 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 그 역시 ‘톰 오브 핀란드’의 그림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으며, 실제로 ‘톰 오브 핀란드’와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기도 했다.

부산을 비롯 국제영화제가 사랑한 ‘톰 오브 핀란드’

아이엠 - '톰 오브 핀란드' 스틸

지난해 북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국제 영화제인 스웨덴 예태보리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 비평가협회상까지 수상했다. 나아가 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 최우수 국제 장편 영화상, 미국 팜스프링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전세계 11개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어 작품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아쉽게도 최종 후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부분에 핀란드 대표로 출품됐다. 또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포워드 섹션에 초청돼 첫 상영 매진을 기록했다.


사진=아이엠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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