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바람의 나라’, ’신과 함께_저승편’, ‘꾿빠이 이상’ 등을 통해 한국적이면서도 참신한 창작극을 발굴해온 서울예술단이 또 한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제작발표회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네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 오경택 연출, 이희준 극작/작사가, 박천휘 작곡가, 김태희 사계절출판사 팀장을 비롯해 배우 최우혁, 박은석, 송문선, 강상준이 참석했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한국 문단에 독보적 발자취를 남기고 떠난 故박지리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서울예술단은 신과 인간, 죄와 벌, 부모와 자식,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 문제를 판타지로 풀어내 화제가 됐지만 작가의 요절로 인해 널리 알려지지 못했던 이야기를 창작가무극으로 무대 위에 부활시킨다.
이날 새롭게 서울예술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유희성 이사장은 “취임한지 2개월이 넘었다. 나도 서울예술단 단원 출신이다. 친정, 고향 같은 곳에 와서 감개무량하다”라며, “바꾸겠다는게 아니라 기존에 잘 유지해온걸 더 좋은쪽으로 개발하도록 노력할거다. 서울예술단 하면 믿고 보는, 서구적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다른 창작가무극을 통해 관객과 만나려고 한다”라고 소감과 함께 포부를 밝혔다.
작품은 시공간이 지워진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최상위 1지구에서 최하위 9지구까지 철저하게 구획된 세계에서는 거주 지역이 곧 신분이 되는 구조적 차별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작품은 이 세계를 의심하고 판단할 줄 알며 진실을 추구하는 진정한 인간과 추악한 진실을 은폐하고 수용함으로써 악의 세계를 유지하는 인간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야기는 최상위 계층이 사는 1지구의 유서 깊은 명문학교 ‘프라임 스쿨’에 재학 중이 열여섯 소년을 주인공으로 펼쳐진다. 85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이다. 두시간 반의 공연으로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터다.
이에 대해 오경택 연출은 “무대에 다 담아내진 못하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싶은게 무엇인지 고민했다. 초점을 잡은 건 포스터 문구에도 나와있는데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짓고 우리는 어른이 된다’는 쪽이다”라며, “점점 아이 때의 우정,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순수한 가치들이 멸종되어 가는 현대사회 안의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쪽으로 초점을 맞춰서 작업중이다”라고 밝혔다.
이희준 작가 또한 “무대는 영화나 TV와는 달리 변할 수 있는 속도에 제한이 있다. 그런 여러가지를 무대에 맞게 바꾸는 과정들이 있었다. 그게 작품의 본질적 요소를 훼손하지 않게 하는게 가장 중요했다”라며, “개인적으로 중요했던건 루미라는 캐릭터다. 루미라는 캐릭터는 결이 좀 다르다. 거기에 담고 싶었던게 있다. 원작소설과 약간 달라진게 있다면 루미가 될거다. 다른 캐릭터는 주어진 환경이 물리적으로 다를 순 있겠지만 본질적으론 원작에 충실했다”라고 뮤지컬화 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서 숨겨진 진실을 쫓는 주인공 다윈 역에는 배우 최우혁이 캐스팅됐다. 다윈의 아버지이자 베일에 싸인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니스 역은 박은석이 맡았다. 극 중 다윈의 첫사랑이자 삼촌의 죽음을 파헤치는 대담한 소녀 루미 역은 송문선, 자유를 갈망하는 다윈의 친구 레오 역에는 강상준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날 박은석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 니스 같은 경우는 아버지로부터 내려오는 죄의 대물림이라고 해야할까, 아버지를 통해서 겪게 되는 운명의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운명을 피하진 않지만 끝까지 버텨내는 무서운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연민을 느낄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나는 우리 아버지 생각도 많이 났다. 관객도 니스와 아버지를 무대 위에서 만나게 되면 그런 부분을 느낄 수 있을거다”라고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소개했다.
최우혁은 “서울예술단에서 올린 ‘신과 함께’란 작품을 너무 재밌게 봤다. 이런것도 무대에서 표현이 되는구나 생각했다. 판타지라는게 무대란 한정적 공간에서 다 보여드리기가 힘든데 ‘신과 함께’란 작품으로 인해서 믿음이 생겼고 발전할 수 있을거란 확신이 생겨서 작품을 택하게 됐다”라고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송문선은 “루미는 제이 삼촌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고 찾아나서는 대담하고 적극적인 학생이다”라고, 강상준은 “늘 자유를 갈구하는 학생이다. 열여섯살 어린 학생이 보려고 하는 자유로운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개인적으로도 많이 돌아보게 된다. 무대에서 표현됐을 때 관객에게도 닿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역할에 대한 소개와 함께 각오를 다졌다.
서울예술단이 이번에는 우리시대의 젊은 작가가 바라본 세계에 주목했다. 기대가 모아지는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오는 10월 2일부터 7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서울예술단
저작권자 © 제니스글로벌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