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뮤지컬 ‘라이온 킹’의 킬링 넘버 중 하나인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가 울려퍼지고, 아프리카 사바나 정글에 해가 떠오르면 동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기린부터 가젤, 코뿔소, 사슴, 얼룩말, 그리고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무대 위, 객석 통로 등을 통해 차례차례 등장한다. ‘라이온 킹’의 이 가슴 벅차 오르는 강렬한 오프닝 장면은 관객을 순식간에 아프리카의 정글 한가운데로 옮겨놓는다.
뮤지컬 ‘라이온 킹’이 최초의 인터내셔널 투어로 한국을 찾았다. 지난 3월 필리핀 마닐라, 6월 싱가포르 공연에 이어 국내에선 처음으로 대구에 상륙했다. 국내 투어는 지난 7일 개막한 대구에 이어, 내년 1월 서울, 4월 부산으로 그 여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실 ‘라이온 킹’은 지난 2006년 극단 사계를 통해 라이선스 초연됐지만 당시에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라이온 킹’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기까지는 무려 10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렸다.
오래 기다린 만큼 그 감동은 배가 될 듯 하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이 참여해 스케일과 퀄리티를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는 도시 하나를 옮기는 것 같은 노력이 필요했으며,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타협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연출가 줄리 테이머가 창조해낸 각양각색의 수많은 퍼펫과 도널드 홀더의 조명 디자인은 아프리카의 정글과 그곳의 동물들을 생동감 넘치는 모습 그대로 무대 위에 구현해냈다. 여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음악가 레보 엠이 아프리카의 토속적 음악을 더해 눈과 귀를 고루 만족시키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작품이 탄생했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초로 토니 어워즈 연출상을 수상한 여성 연출가 줄리 테이머는 특히 아프리카의 동물들을 무대 위로 옮겨놓으면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라이온 킹’에서 퍼펫을 조종하거나 동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굳이 존재를 숨기지 않고 무대 위에 그대로 드러낸다. 이들은 마치 동물과 하나된 듯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관객은 상상력을 발휘하며 공연에 녹아 들게 된다.
조명 디자이너 도널드 홀더는 700여 개의 조명장치를 통해 아프리카의 타는 듯한 붉은 태양부터 코끼리 무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심바에게 나타나는 무파사의 영혼까지 다양한 컬러로 환상적인 조명의 마법을 선사한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환상 콤비와 레보 엠, 한스 짐머는 애니메이션에 이어 뮤지컬 작업에도 그대로 참여했다. 뮤지컬 무대에 맞게 새로운 곡도 추가했다.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부터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섀도우랜드(Shadowland)’ 등의 귀를 사로잡는 명곡들을 듣는 것은 ‘라이온 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공연은 영어로 이뤄지지만, 무대 양 사이드에 위치한 화면을 통해 자막이 제공된다. 국내 정서에 맞게 찰떡 같은 표현으로 번역된 가사와 대사는 극에 또다른 즐거움을 더한다. 기본 스토리는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애니메이션과 골자를 같이 하기에, 실은 굳이 자막을 보지 않아도 공연을 즐기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국내에서 월드 클래스 공연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는 오는 12월 25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내년 1월 9일부터 3월 28일까지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어지는 4월에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 예정이다.
사진=Joan Marcus ⓒ Dis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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