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현장] 송재정 작가가 밝힌 ‘알함브라’의 비밀 #로맨스 #세계관 #엠마(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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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정 작가 - CJ ENM

[제니스뉴스=변진희 기자] 송재정 작가는 이번에도 ‘믿고 보는’ 스토리를 보여줬다.

송재정 작가가 집필한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하 ‘알함브라’)’은 투자회사 대표인 유진우(현빈 분)가 정희주(박신혜 분) 동생 정세주(엑소 찬열 분)가 만든 증강현실 게임에 투자하기 위해 스페인 그라나다에 갔다가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드라마 최초로 증강현실과 게임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관심을 모은 ‘알함브라’는 스페인의 이국적인 풍경 위에 얹혀진 화려한 게임 기술, 몰입을 높이는 탄탄한 스토리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거침없이 하이킥’,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 ‘더블유’ 등을 성공시킨 송재정 작가의 남다른 상상력이 시청자들의 기대를 넘어선 예측 불가한 전개가 ‘알함브라’의 인기에 큰 몫을 했다. 현재 단 2회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여전히 풀려야 할 궁금증들이 남아 있다.

이에 종영을 앞둔 송재정 작가는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드라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Q. 게임에 대한 사전 조사를 얼마나 했는지 궁금하다.
게임을 굉장히 많이 한 사람이다. 요즘엔 대본을 쓰느라 바빠서 잘 안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게임을 즐겼다. ‘대항해시대’, ‘심시티’ 등 전략게임을 좋아했다. RPG 게임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할만큼 해봤다. 그래서 따로 취재를 하진 않았다. 다만 게임을 전혀 모르는 분들을 대상으로 했다. 어떻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해서 설명이 많이 들어가긴 했다. 1회 광장에서 현빈 씨가 게임하는 장면을 어떻게 드라마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도 느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저한테는 초반 신이 가장 즐거웠다. 판타지 로맨스로 알고 있었던 분, 게임에 관심이 없던 분들이 ‘이게 뭐야?’라고 하면서 조금 시청률이 떨어지긴 했다. 퀘스트, 레벨업, 무기를 바꿀 수 있는 것, 동맹과 적의 개념 등 기본적인 게임의 틀을 넘지 않으려고 했다. 최대한 복잡하게 하지 않으려고 했다.

Q. SF 혹은 판타지, 작가가 설정한 ‘알함브라’의 장르는?
애초부터 개념 자체를 판타지로 시작했다. 증강현실이 과학적 소재기 때문에 SF가 아닐까 생각하던 분들도 있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과학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물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버그로 시작된, 버그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진우의 이야기다.

Q. 스페인을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
스페인에 여행을 가서 이 이야기를 짠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 타임슬립을 하려고 했을 때, 이번에는 음악을 매개로 하고 싶었다. 기타 소리가 들릴 때 뭔가 확 오는 걸 생각했다. 그렇게 선택한 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고, 음악을 선택하고 스페인 그라나다를 정한 거다.

Q. 배경음악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선정한 이유는?
들으시면 황당할 거다. 예전에 포루투갈에 여행을 갔는데, 그때 그라나다에서 오셨던 분들이 합류했다. 그분들이 알함브라 궁전에 갔다가 일사병에 걸렸니 어쩌니 하면서 싸웠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일함브라 궁전에 갔다가 일사병에 걸린 기타리스트 이야기를 해야겠다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쓰려던 작품의 제목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었다. 그게 발전돼서 이렇게 온 거다.

Q. 애초에 현빈, 박신혜를 염두해두고 캐스팅한 건가?
배우를 먼저 생각하고 작품을 만든 건 아니다. 현빈 씨를 만나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놀라고 있다. 감동하고 있다. 너무 완벽하게 구현해주고 있다. 액션과 멜로를 다 잘하고, 재벌이어야 하는 설정이다. 신체조건도 좋아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빈 씨밖에 없는 것 같다. 같이 작업하게 돼서 영광이다. 또 신혜 씨의 경우 처음에 양해를 구한 게 있다. 히어로의 설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자 캐릭터가 능동적일 수 없었다. 대신 1인 2역에서 오는 게 있다. 박신혜 씨도 엠마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엠마가 16회까지 여러분들을 놀라게 할 거다. 박신혜 씨의 깊은 멜로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액션을 하지 않아서 덜 겪을 수 있지만 깊은 감정을 너무 잘 표현해줬다. 액션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을 것 같다. 저도 못 넣어서 아쉽다.

Q. 조연들이 필요한 이유?
조연들에게도 일일이 사연을 주고 있고, 그분들도 열심히 연기를 하고 있다. 잔가지라고 생각하고 쓰지 않았다. 큰 틀은 게임 이야기, 진우 및 형석이와 관련된 인물들의 스토리, 진우와 희주의 사랑 이야기까지 세 축을 중요한 것으로 뒀다. 유라(한보름 분)나 수진(이시원 분)이 왜 나오느냐 묻는 경우도 있는데 관계를 위한 중요한 줄기다.

Q. 두 번의 이혼을 한 유진우와 정희주, 두 사람의 로맨스에 대한 걱정은 없었는지?
멜로는 상당히 어려웠다. 처음에는 지금보다 더 인생에 시니컬한 남자로 설정했다. 희주는 남자가 모든 것을 잃은 상태에서 만난 구원자 같은 느낌이었다. 우정과 사랑을 넘나드는 정도의 관계로 설정했다. 두 사람을 캐스팅하고 보니 미모가 너무 아까워서 최선을 다해, 스토리를 망가트리지 않는 선에서 멜로를 설정하려고 했다. 멜로를 좋아하는 분들은 아쉬워하기도 한다. 실제보다 많이 늘어난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Q. 시청자들에게 작가의 세계관을 납득시킬 수 있는 노하우는?
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기사나 반응을 보고 ‘내가 이런 세계관이 있어?’라고 알게 됐다. 독창적이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 이해가 된다는 분도 있었다. ‘더블유’ 때는 너무 나 혼자만의 세계관이라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이번에는 주변에 많이 물어보면서 작업했더니 너무 친절해서 지루하다는 말도 있었다. 제 머리는 이게 맞다고 생각하고 가는 거다. 봤던 재밌는 반응 중에 남자주인공을 너무 굴린다고 하거나, 피폐해지는 모습을 즐기는 것 같다고 했다. 제가 생각해도 주인공을 많이 굴리고 있는 것 같다. 멜로는 저한테 어렵다. 항상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아서 멜로와 장르의 연결을 찾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번에도 장르물로만 가도 되는데 멜로를 하고 싶어서 접점을 찾으려고 했다. 게임 얘기만 하거나 혹은 진우와 희주의 멜로만 하면 편한데, 둘 다 하고 싶어서 고생하면서 한다.

Q. 독창성을 위한 노력? 어떤 책을 읽고, 주요 관심 분야가 어느 쪽인지 궁금하다.
책을 좋아한다. 사실 스토리텔링이 있는 책은 잘 보지 않는다. 이번에도 자서전을 보다가 영감을 얻어서 시작했다. 거기에 제 스타일이 붙으면서 지금의 유진우가 나온 거다. 저는 인문, 전기, 잡지 등을 많이 본다. 포털에 나오는 포스트도 좋아한다. 소설은 잘 안 보는 편이다. 옛날에는 봤는데 지금은 보면 작업적인 스트레스가 나와서 보지 않는다. 왜 독창적이냐고 물으시면 기존에 있는 소재에서 잘 찾지 않고, 외국에 있는 특이한 인물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인 것 같다.

Q. 독특한 소재를 한다고 할 때 제작사의 반대가 있을 것도 같은데, 어떻게 설득했나?
지금은 제가 하자고 하면 잘 믿어주셔서 괜찮다. 초기에는 많이 혼났다. ‘인현왕후의 남자’를 할 때 시트콤을 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신인의 입장이었다. 그때는 너무 많은 구박, 이야기들을 들었다. 저한테 참고하라고 준 자료를 봤는데 판타지의 구조를 무시했고, 어떤 부분이 빠져 있다는 등의 비난이 있었다. 지금은 너무 전폭적으로 지지를 해주셔서 오히려 부담이 될 정도다. 안길호 감독님이 저와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증강현실을 구현한 콘텐츠가 없었던 상황이었고, 정말 이상한 작품이 나올 수도 있었는데 안길호 감독님이 잘해주셨다. 너무 완벽한 그림을 만들어내셔서 행복했다. 제작사와 방송국이 지원을 많이 해줬다.

Q. 마지막 남은 2회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팁, 스포일러?
중점적으로 볼 것은 엠마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고 끝나지 않았다는 것, 아직 보여드리지 않은 게 있다는 거다. 엠마의 중요한 기능이 아직 남아 있다. 희주가 왜 엠마여야 했는지가 15, 16회에 나온다. 그게 뭘까를 생각하면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진우의 지긋지긋한 과거 관계들, 전처, 차교수(김의성 분)와 형석(박훈 분), 이 사람들을 다 해결해야만 희주에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진우는 재벌인 것을 빼곤 문제가 너무 많다. 본인이 당당하게 희주에게 가려면 완전한 해결이 필요하다.

Q. 다음 작품도 초현실적인 소재로 기대해도 좋을까?
아직 방송도 끝나지 않아서 전혀 계획은 없다. 한 번 시작하면 질릴 때까지 하는 편이다. 타임슬립의 경우, ‘인현왕후’를 스타트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인’도 한 거다. 처음에 증강현실과 게임을 소재로 쓰기에 겁이 났는데, 우리나라 스태프가 너무 잘 구현해주셨다. 지금 현재는 시도만 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기초 수준에서 적응을 시키기 위해 낮은 단계의 게임 룰만 설명하고 끝났다. 이제는 조금 더 복잡한 이야기를 해도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Q. 판타지 드라마를 쓸 때 ‘이 정도의 선은 넘지 말자’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판타지는 경계가 없는 것 같다. 다만 저는 인간 감정의 리얼리즘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외계인을 만난다거나 증강현실로 인해 오류를 만나거나 할 때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다. 놀라지 않고 너무 쉽게 감정을 극복해서 히어로가 되는 건 제가 하지 못한다. 이번에도 유진우가 문제를 너무 금방 극복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져서 설명을 한 거고, 희주와의 마음도 그래서 늦어진 거다.

Q.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저도 이런 드라마를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호기심을 쫒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처음에 시트콤을 할 때는 그게 너무 재밌었다. 재밌어서 하다 보니 10년이 지났다. 판타지도 하고 싶어지고 깊은 멜로도 하고 싶어져서 드라마로 오게 된 거다. 판타지를 해보니 조금 더 가고 싶어졌다. 제가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인간의 감정을 잘 다루는 분들을 좋아하고, 놀라운 판타지 세계를 하는 분들도 좋아한다. 제 욕망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하고 싶은 게 많다.

 

사진=CJ ENM

변진희 기자
변진희 기자

bjh123@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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