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알함브라' 박훈 ① "나오면 바로 죽는 '차좀비'라 좋았다"
[Z인터뷰] '알함브라' 박훈 ① "나오면 바로 죽는 '차좀비'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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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속 '차좀비'로 사랑받은 박훈. 극 중에선 아쉽게도 레벨업을 이루지 못했으나, 그가 선보인 연기 내공은 이미 만렙이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하 '알함브라')은 스페인 그라나다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증강현실 게임이라는 참신한 소재가 더해져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극중 박훈은 IT 기업 뉴워드 대표로 '진우'(현빈 분)의 친구이자, 라이벌 '차형석'(박훈 분)을 연기하며 안방극장을 긴장 속으로 빠뜨렸다.

박훈은 매회 시청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극 초반 사망했고, 매회 NPC(게임 속 도우미 캐릭터)로 다시 살아나고 죽는 걸 반복했다. 하지만 그가 막연하게 죽는 모습만을 그린 건 아니다. 한 마디의 대사 없이 눈빛과 리액션만으로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을 표현해 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에 '차좀비', '사이버 좀비'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임팩트 있는 순간들을 완성했다. 

제니스뉴스와 박훈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알코브 호텔에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선이 굵고 강한 눈빛의 인상, 하지만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박훈은 부드러운 남자였다. 현장 비하인드부터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까지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던 박훈과의 대화 시간을 이 자리에 전한다.   

Q. 많은 사랑 속에 종영했다. 소감이 궁금하다. 
시원 섭섭한 게 정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지 이번 작품은 유난히 아쉽다. 해외 촬영, 형석이라는 역할을 소화한 것 모두 스태프분들에게 신세를 졌다. 진정한 팀 작업이고, 많은 사람이 한 작품을 위해 애쓴다는 걸 체감했다. 기존에 갖고 있던 편견, 선입견을 깨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정말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다. 

Q. ‘알함브라’는 증강현실 게임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높은 시청률로 마무리했다.  
‘알함브라’는 특히 젊은 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다. 모두에게 똑같은 속도와 화법으로 설득할 수 없는 작품이다. 익숙한 세대는 템포가 느릴 거고, 쓸데없는 설명을 많이 한다고 생각할 수도, 익숙하지 않은 세대는 못 따라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다양한 세대층에서 이해하며 재미있게 봐주셨다. 저희 작품 속 정서가 한국적이기도 하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이해해주신 것 같다. 

Q. ‘사이버 좀비’ 등의 별명으로 인기를 모았지만, 매회 똑같은 분장과 모습이었다. 허무한 마음도 들었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 그게 가장 큰 메리트, 임팩트라고 생각했다. 연극 작업을 했던 시간들이 캐릭터를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연극에선 대사를 추가하는 작업이 아닌 없애는 작업을 주로 한다. 그리고 무대에선 사랑이나 슬픈 감정을 걷는 것만으로 한계 없이 표현이 가능하다. 방송에선 감정 표현을 도와주는 음악, 효과까지 있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들이 더욱 잘 보인 것 같다. 

Q. 계속해서 죽는 모습을 연기했다. 차이가 있었다면?
감독님이 준 디렉션이 있었다. “감정 없는 NPC지만, 죽는 모습이 지겨운 게 아니라 누적되면서 의미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걸 표현하기 위해서 뉘앙스에 집중했다. 그래서 시청자분들이 결투신에서는 무섭게 느끼거나, 형석이의 이야기가 열렸을 때 짠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나중에는 진우와 샤워 부스신은 슬프게 생각하거나, 진우와 레벨 차이가 너무 나서 무용지물이 되는걸 보고 연민까지 느끼는 분들도 있었다. 살아있는 캐릭터와 다를 게 없었다.

Q. 스페인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 해외 촬영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좋았던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물론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아무 사고 없이 즐겁게 촬영했다.  해외에서는 두 달 정도 촬영을 했다. 한 달은 스페인, 한 달은 헝가리 등에서 촬영했다. 함께 있으니 서로 만날 시간도 많았고, 사적인 자리도 많이 가졌다. 대본에 대해서 인지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에 중요한 시간이 됐다.

Q. 현장 분위기도 좋았을 것 같다. 
모두가 유쾌했던 현장이었다. 어려운 촬영이 많았는데, 모두가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애썼다. 특히 현빈 씨와는 나이도 비슷해서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기본적인 성격에서 굉장히 배려심이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케미가 파생된 거 같다. 

Q. 극중 현빈과는 비슷한 성격에 절친이었지만, 라이벌이기도 했다. 캐릭터에 대한 해석은 어떻게 했을까?
형석이는 사연이 굉장히 짙은 인물이다. 그래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걱정이 많았다. 형석이는 베스트 프렌드 진우의 처와 결혼했고, 아버지는 형석이가 아닌 진우를 인정한다.

하지만 형석이가 겉과 다르게 겁이 제일 많은 인물로 느껴졌다. 그래서 마치 겁이 많은 강아지가 크게 짖는 것처럼 거칠게 표현했다. 극중 아버지에게 뺨 맞고 청혼하러 가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상처를 받아야 겨우 용기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모든 과정이 세게 다가와 형석이라는 캐릭터를 함축하는 작업이 힘들었다.  

Q. 가장 힘들었던 신은?
청혼신이다. 정말 힘들었다. 하하. ‘홧김에 복수하는 건가?’, ‘정말 사랑하는 건가?’라는 레이어가 많았다. 여러 번 짜깁기를 하며 다시 읽기도 했다. 그리고 촬영 날 감독님에게 “일단 보시죠”라고 하고 연기했다. 연기를 보고 감독님이 “괜찮다”고 해서 믿고 갔다. 그리고 이시원 씨의 배려가 더욱 도움이 됐다.  

액션신도 힘들었다. 하하. 그 부분은 현빈 씨가 베테랑이기 때문에 많이 의지했다. 상향 평준화였다. 현빈 씨가 잘 뻗어주면 같이 선이 예쁘게 나갔다.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따뜻했던 일이 있다. 스페인 한 달 차에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근데 어느 날 현장에 떡볶이가 있었다. 한인마트가 멀었는데 신혜 씨가 100인분 재료를 사서 만들었던 거였다. 예쁨을 넘어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어떤 것보다 섬세한 생각이었다. 그래서 저도 마지막 촬영 때 찾아갔다. 함께 마무리하고 싶었다.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만들어줘서 좋았다.

Q. 스페인 현장에서 맛본 떡볶이의 맛은?
신혜 씨는 아주 훌륭한 셰프였다. ‘숲속의 작은 집’ 속 모습처럼 요리 실력이 준수했다.

▶ 2편에서 계속


사진=김신혜 포토그래퍼(스튜디오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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