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열정이 차고 넘치는 열정부자를 요즘 '열정 만수르'라고 부른다. 아이돌계의 열정 만수르가 그룹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라면, 배우계의 열정 만수르는 배우 유준상이 아닐까? 언제나 폭풍 같은 에너지 쏟아내는 유준상이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를 만났다. 그리고 '풍상'이 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손톱 때까지 작품 속 캐릭터를 그대로 담아냈고, 최고 시청률 22.9%(닐슨 코리아 기준)라는 수확을 거뒀다. 시청자의 호평 또한 당연히 따라 붙었다.
KBS2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 남자 '풍상'과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일상과 사건사고를 담은 작품이다. 주변에서 있을 법한 가족 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때로는 시청자를 울리기도, 웃기기도 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극 중 유준상은 풍상을 맡았다. 그리고 '세상의 갖은 어려움과 고생을 겪었다'는 풍상의 뜻처럼 각종 사건 사고뿐만 아니라 간암 투병을 겪으며 짠 내 가득한 오 남매의 맏형으로 작품에 녹아들었다.
제니스뉴스와 배우 유준상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KBS2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현장에서 만난 유준상은 "이제 반백살에서 1살이 됐다"며, 배우로서 의미와 자세를 다시 가다듬었다. 또한 에피소드를 재현하는 등 생동감 넘치는 답변으로 당시의 기억을 풀어냈다. 일상이 무대인 것처럼 자신 있는 눈빛과 목소리를 보이던 유준상과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왜그래 풍상씨'는 최고시청률 22.9%를 기록했다. 지상파 미니시리즈에서 오랜만에 보는 수치다. 종영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왜그래 풍상씨'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번은 지나가던 시청자분이 저에게 "내가 간 드릴게요"라고 한 적도 있다. 하하. 함께한 배우들도 너무 보고 싶다. 바로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릴 거 같은데 안 들린다. 하하.
Q. 재미와 감동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막장이다', '답답하다'는 혹평도 있었다.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저는 재미있는 이야기, 좋은 이야기를 선택하는 편이다. 그래서 '왜그래 풍상씨'의 이야기가 잘 전달되면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가족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촬영하면서도 우리 드라마가 욕을 먹고 있는지 몰랐다. 주변 스태프가 "우리 드라마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다"라고 말해줘 알게 됐다. 하하. 저는 거기에 "우리들의 이야기가 정확히 전달되는 지점이 올 거야"라고 대답했다.
풍상은 단지 표현에 서툰 인물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 없이 동생들을 키우면서 사건사고를 막아보려고만 했지 동생들의 입장은 생각해본 적이 없던 거다. 그래서 마지막에 "나 좋자고 나 편한 대로 한 것이었다"고 속내를 드러내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 저는 그 부분이 우리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몸뚱이가 재산이라고 할 정도로 못 배우고, 가진 거 없는 풍상이 어느 철학자보다 더욱 현명한 이야기를 전한 거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이보다 더한 일들도 일어나지 않는가. 하하.
Q. '왜그래 풍상씨'를 보며 자신의 가족들과 비교하는 이들도 많았다.
'왜그래 풍상씨'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지만, 요즘 가족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는 그 시대상을 겪었던 사람이기에 너무 공감했다. 요즘은 풍상의 가족처럼 "밥 먹자!"라는 말과 함께 식사하는 집은 별로 없다. 서로 휴대폰을 하거나, 같은 자리에서 밥 먹기도 힘들다. 작가님은 지금의 세계를 '왜그래 풍상씨'로 이야기하고 싶어 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아빠, 오빠가 저랬는데..."라고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풍상을 연기하며 답답했던 적이 있다면?
없었다. 혜빈 씨와 시영 씨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제가 "내가 욕을 먹고 있다고?"라고 놀란 이유 중 하나다. 하하. 정말 풍상이 이해됐다.

Q. 배우들이 모두 모여 대본 연습을 했다고 한다.
작가님을 만나서 3~4시간 연습했다. 처음 대본 연습을 할 때, 남자 배우들이 정말 많이 혼났다. 그래서 '반성 좀 해야겠다'고 느꼈다. 지호는 "리딩 할 때 울어본 건 처음이다"며, 정말 눈물을 흘리며 연습했다. 그렇게 다들 치열하게 연습해서 현장에서는 날아다녔다. 하하. 10페이지 하는 신도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져 모두가 손뼉을 칠 정도였다. 감독님도 "연극 보는 것 같다"고 했다.
Q. 우연치 않게 세 방송사가 간을 소재로 작품을 풀어나갔다.
우연인 것 같다. 하하. 저희는 시놉시스에 있는 소재였다. 처음부터 누가 풍상에게 간을 줄 것인지가 설정이었다. 그런데 저희는 끝까지 아무도 누가 저에게 간을 줄지 몰랐다. 감독님도, 심지어 제작사 대표님도 몰랐다. 감독님은 작가님과 전작에서 호흡을 맞춘 걸 회상하며 추측했지만 결국 하나도 맞지 않았다. 끝으로 갈수록 모든 사람이 간을 줄 수 있는 상황이 펼쳐져 배우들이 멘붕에 빠지기도 했다. 하하.
Q. 풍상의 아내 '간분실'을 맡은 신동미와의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감독님이 동미 씨에게 연락을 해서 기뻤다. 동미 씨와는 전에 영화로 만나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촬영 현장에서도 항상 긍정적인 모습이고, "얍얍!"이라고 해서 저희가 '얍실이'라고 불렀었다. 하하.
동미 씨와 서로 바라만 봐도 눈물이 날 정도로 이입했다. 이야기는 어떻게 될지 몰랐지만, 느낌상 분실이가 죽을까 봐 북받쳐 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그냥 이야기하다가도 울컥했다. 아무래도 작가님이 처음에 했던 말 때문인 것 같다. 그때 "풍상이는 안 죽을 거다"라고 했는데, 그 말이 '누가 죽나?'라고 상상하게 만들었다. 하하. 그래서 외상이를 보면서도 '죽으면 안 되는데...'라며 눈물을 많이 흘렸다.
Q. 울컥했던 순간 중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면?
동미 씨에게 "내가 당신에게 해준 게..."라고 말하며 우는 장면이 있다. 사실 그 부분은 제가 중간에 울컥해서 고개를 숙이고 울어버린 부분이다. 그걸 감독님이 살려서 갔다. 울다가 대사를 까먹기도 했지만, 기억해내서 끝까지 찍었다. 하하. 한번은 정말 울컥해서 넋 놓고 운 적도 있다. 동미 씨와 주고받다가도 "너 울면 나도 울어"라면서 감정을 참았었다.

Q. 방송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등 무대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뮤지컬 '그날들'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유준상을 꾸준히 활동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있다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무대에 서고 있다. 그래서 무대와 관객이 얼마나 무섭고 소중한 지 알고 있다. 제가 활동하는 건 시청자분들, 관객분들과의 약속이다. 좋아하고 봐주시면 그게 또 큰 힘이 된다. 때문에 제가 좋은 이야기를 선택해서 반응이 좋고 재미있게 봐주시는 게 즐겁다.
Q. 쉴 새 없이 바쁘게 사는 것 같다. 개인적인 시간엔 뭐 하는지 궁금하다.
쉴 때는 발성이나 피아노 연습을 한다. 잠을 많이 자는 편도 아니다. 아들들이 작작하라고 하기도 한다. 하하. 그리고 20살 때부터 지금까지 저와의 약속으로 1년에 1개씩 일기를 쓴다. 모든 공연, 매회 공연 일지도 쓴다. 대본에 한 장 정도 분량으로 느낌들을 틈틈이 적어 놓는다. 시간, 세월과 싸우는 느낌 같다. 하하.
Q. '왜그래 풍상씨'는 유준상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왜그래 풍상씨'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해를 넘기면서 촬영한 작품이다. 이제 제가 반백살에서 1살이 되는 시점인데, 새로 시작하는 1살에 만난 작품이라 더욱 큰 의미가 있다. 하하. 작품 초반에 스태프분들이 "이번 작품은 유준상 씨의 인생작이 될 거 같다"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마지막 회 찍으면서 그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많이 배웠고,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 다시 알게 된 작품이다.
Q. 이제 1살이 됐으니, 배우로서의 다짐도 남다를 것 같다.
원래 무대에 70살 정도까지 설 수 있을 거 같았는데, 80살로 정정하려 한다. 오랜 시간 무대에 서 있는 배우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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