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의 드레스룸] ‘쫄쫄이 전성시대’ 레깅스 ① 시장의 공룡이 된 운동복
[오지은의 드레스룸] ‘쫄쫄이 전성시대’ 레깅스 ① 시장의 공룡이 된 운동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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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비 (사진=제니스뉴스 DB)
▲ 시크한 블랙 레깅스 패션을 선보인 배우 이유비 (사진=제니스뉴스 DB)

[제니스뉴스=오지은 기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레깅스만 입는 패션이 유행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레깅스 패션은 ‘21세기 패션룩’으로 불릴 만큼 가장 뜨거운 룩이 됐다. 시장이 제일 먼저 반응했다. 데일리 웨어 중 가장 큰 시장인 청바지가 위협받을 정도다. 

롯데백화점은 2015년 이후 여성 애슬레저 의류 브랜드를 17개 추가 도입하고 관련 매장 수를 50개로 확대했다. 특히 지난해 기준 롯데백화점의 애슬레저 매출이 47.9% 성장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청바지 상품군의 매출이 4% 증가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애슬레저 시장은 약 2조 원 규모다. 2010년 기준 5000억 원에 비해 약 4배 성장했다. 당시 국내 스포츠 의류 시장에서 애슬레저 의류는 10% 미만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7%로 약 20% 증가했다. 올해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 레깅스 트렌드를 이끈 그룹 에이핑크 손나은 (사진=손나은 SNS)
▲ 레깅스 트렌드를 이끈 그룹 에이핑크 손나은 (사진=손나은 SNS)

레깅스의 유행은 '워라밸'의 확산과 '애슬레저', '뉴트로'의 유행으로부터 시작됐다. 2030 세대에게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의 준말, 일과 삶의 균형)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퇴근 후 운동을 즐기는 여성이 늘어났다. 이에 운동할 때 입기 좋은 레깅스의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또한 지난 2017년부터 스포츠 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가벼운 스포티룩인 '애슬레저룩'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올해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인 '뉴트로(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가 힘을 실었다. 복고풍 옷을 모던하고 스타일리시하게 만들어주는 레깅스의 특성이 뉴트로 트렌드와 잘 어우러진 것이다. 이처럼 운동할 때만 입었던 레깅스는 스트리트 패션으로 녹아들었다. 

▲ 레깅스로 애슬레저룩을 연출한 배우 박서준 (사진=질스튜어트스포츠)
▲ 레깅스로 애슬레저룩을 연출한 배우 박서준 (사진=질스튜어트스포츠)

더 이상 레깅스는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요즘 남성들 사이에서 레깅스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일명 ‘메깅스(Male과 Leggings의 합성어)’라고 불리는 남성용 레깅스는 2012년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마르니’에서 출시 당시 큰 화제를 모았고, 이후 애슬레저 시장이 대폭 확대된 2017년과 2018년을 기점으로 급성장했다. 

AK몰에 따르면 2015~2017년 남성 애슬레저룩 매출은 평균 9.3% 늘었으며, 이 중 남성 레깅스 매출은 25%, 트레이닝복은 30%, 캐주얼 운동화는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애슬레저 분야에서 가장 큰 매출을 끌고 있는 트레이닝복과 캐주얼 운동화 못지않은 수치다. 지난 2018년 역시 2017년에 비해 남성 애슬레저룩 매출이 17.6%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애슬레저 트렌드에 힘입어 레깅스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애슬레저 시장 규모가 2020년 기준 3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4년 7조 1600억 원이라는 화려한 실적을 기록한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2017년 4조 5000억 원 규모로 축소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지금 레깅스는 전 세계 패션 트렌드를 점령한 가장 핫한 아이템이다. 앞으로의 성장에 패션 업계의 집중되는 가운데, 편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레깅스가 청바지, 나아가 오피스룩까지 활용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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