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어린 의뢰인' 이동휘 ②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됐으면"
[Z인터뷰] '어린 의뢰인' 이동휘 ②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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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린 의뢰인' 이동휘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 영화 '어린 의뢰인' 이동휘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배우 이동휘는 충무로의 대표적인 늦깎이 배우다. 2013년 ‘남쪽으로 튀어’의 카페 회원 1로 데뷔했던 때가 스물아홉이었다. 그 이후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게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의 ‘도롱뇽’이다. 말 그대로 대박이 났고 그 후로 이동휘는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극한직업’을 통해 천만 배우의 자리에 올랐다.

‘응답하라 1988’의 도롱뇽도 개그 캐릭터였고, ‘극한직업’은 대놓고 웃음을 내세운 영화였다. 하여 우리는 이동휘가 언제나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일 거라 오해 - 물론, 이동휘는 코믹 연기를 정말 잘 하는 배우다 -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겸손하며 매사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배우가 이동휘다.

그래서 ‘어린 의뢰인’의 정엽은 이동휘를 만났을 터다. ‘어린 의뢰인’은 칠곡 계모 사건을 바탕으로 아동학대에 관련된 이야기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동휘는 처음엔 외면했었지만 결국 두 아이의 편에 설 수 밖에 없었던 변호사 정엽을 연기했다. 쉽게 다가서기 힘들 작품이었다. 하지만 자신부터 작품까지 늘 냉정하게 바라보고 다가서는 이동휘였기에 ‘어린 의뢰인’과 정엽은 보다 진정성 있게 관객에게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제니스뉴스와 이동휘가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린 의뢰인’과 마주하며 아동학대에 대해 분개했던 마음부터 작품이 가진 메시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찾아들었던 여러 생각들을 직접 들을 수 있던 시간을 이 자리에 펼쳐본다.

▶ 1편에서 이어

▲ 영화 '어린 의뢰인' 이동휘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 영화 '어린 의뢰인' 이동휘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사실 정엽이 아이에게 위해를 가할 일은 없다. 하지만 유선 씨는 아니었다. 영화를 통해 아동폭행신을 봤을 때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그 신과 마주했을 땐 많이 어려웠다. 저도 눈을 질끈 감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보다 심한 현실이 잇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안 좋았다. 

그 신을 찍은 건 아이들이었다. 심리치료 등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 걸로 알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
다행인 건 제가 아이들하고 붙는 신은 그리 심각한 신이 아니었다는 거다. 듣도 보도 못한 넌센스 퀴즈를 함께 풀며 친해졌다.

제가 뭔가 돕기 보다는 도움을 받은 거 같다. ‘부라더’ 이후 제가 작품을 쉬면서 저만의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 스스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나의 초심은 무엇이었는지를 질문하는 시간이었다. 명쾌한 답이 없던 상태에서 ‘어린 의뢰인’을 만났다.

아이들이 연기를 하고, 그곳 빠져 나왔을 때 현장에서 뛰어 노는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이 제게 너무 도움됐다. 현장에 나와 카메라 앞에 서는 설렘과 두근거림, 연기의 재미 등 아이들에게서 제가 가져야 하는 초심을 발견했다.

초심이라는 것은 결국 연기에 대한 설렘일까?
전 아직도 극장에 가면 ‘’작품 속 배우가 어떻게 연기했을까’가 너무 설렌다. 기대하는 영화가 있으면 잠을 줄여서라도 조조라도 보고 오는 편이다. 그런 설렘의 연장선에서 내가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크리스찬 베일이나 엠마스톤의 연기를 보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반송도 한다만, 분명 설렘은 제게 더 좋은 연기를 하게 만드는 힘이며 행복인 것 같다.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인 거 같다.
일단 개봉중인 영화는 다 보고 싶다. 많이 볼 땐 하루에 두 편. 많으면 세 편도 본다. 장르도 다양하게 본다. 예전엔 공포영화를 못 봤는데, 작년에 ‘어스’를 시작으로 공포 영화도 발을 들였다. 이왕이면 극장에서 보는 게 좋다. 제가 조금 산만한 편이다.

영화 후반부에 법정신이 있다. 많은 배우들이 법정신을 어렵다 하는데, ‘어린 의뢰인’의 법정신은 여타 영화와 다른 지점에 있었다.
사실 작품 전반에 정엽이 변호사로 활약하는 장면은 없다. 전문적인 변호사의 모습 보다는 입체적인 인물로, 아이들을 대신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럼에도 법정신을 촬영할 땐 분명 공기 자체가 ‘날이 서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유선 선배님이 입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바로 몰입이 됐던 것 같다.

법정신엔 정엽이 아이에게 사과하는 장면이 있다. 정엽은 작품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이에게 사과하는 인물이다. 진정성이 꼭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 앞에서 감정을 발산하는 것이 아닌, 정엽에게 의지하고 있는 아이를 지켜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 영화 '어린 의뢰인' 이동휘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 영화 '어린 의뢰인' 이동휘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언제나 느끼는데, 연기에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참 냉정한 스타일이다.
냉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안주하지 않고, 다음 스텝으로 간다고 생각한다. 제 자신도 잘 만족하는 스타일이 못 된다. 제 연기에 대한 만족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가 시사회를 마치고, 아이를 키우는 제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를 키우는 훈육 방식도 다시 생각해보고, 내 아이에게 잘 하고 있는 지 생각했던 시간이었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 이야기엔 제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중에 본인도 아버지가 될 수 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도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제가 배우를 준비할 때 아버지가 저를 걱정하셨다. 지금에야 “내가 언제 널 안 믿었냐”라고 하시는데, 그래서 제가 더 절실하게 정보도 찾고 프로필도 돌리며 열심히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가 잘못하고 있다면 명확하게 이야기할 필요도 있겠지만, "괜찮다"고 말해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는 그런 어른이었으면 좋겠다.

여러모로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었다. 끝으로 가벼운 질문을 한다면, 이번엔 패션 위크에 등장하지 않았다. 평소 영화계의 패셔니스타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부끄럽다. 제가 그 쪽으로 대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제가 취미생활이 거기서 거기다. 영화 감상, 영화 의상, 영화 미술, 다 그런 쪽이다. 그런 의상도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옷을 정말 좋아했다. 패셔니스타는 제겐 과분한 수식어이고, 그저 옷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권구현 기자
권구현 기자

kvanz@zen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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