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이혜린 기자] 배우 박은석은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 없어서는 안 될 캐릭터였다. 첫 등장부터 마무리까지 극의 분위기를 바꾸는 열쇠 같은 존재로 열연을 펼쳤다.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는 태강병원에서 축출된 외과 의사 나이제(남궁민 분)이 교도소 의료과장이 된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은석은 나이제를 병원에서 해고하고 면허 정지 시킨 태강그룹의 망나니 둘째 아들 이재환을 연기했다. 극중 박은석은 등장부터 장애인 부부의 차를 야구 방망이로 부시는 등의 악행으로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참치캔을 좋아하는 허당미, 결말을 뒤집는 중요한 역할로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와 같은 박은석의 활약엔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됐다. 박은석은 지난 2012년 연극 '옥탑방 고양이'로 데뷔, '프라이드', '엘리펀트 송', '레드' 등 연극 무대에 이어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검법남녀', '보이스2' 등에 출연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냈다. 또한 '닥터 프리즈너' 촬영 기간에도 연극 '어나더 컨트리' 연습을 병행하며, 무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니스뉴스와 박은석이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제니스 사옥에서 '닥터 프리즈너' 종영 인터뷰로 만났다. 작품을 대하는 진솔한 마음과 "효도하고 싶었다"고 연기의 원동력을 부모님으로 꼽으며 사랑을 전한 박은석이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전한다.

Q. '닥터 프리즈너'는 많은 사랑 속에 종영했다. 작품을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4개월이라는 시간이 엄청 빠르게 흘렀다.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건 처음이었다. 드라마도 잘 되며, 유종의 미를 거뒀고, 저 또한 후회는 없이 촬영을 마친 거 같다.
Q. 마지막 회에서는 15.8%(닐슨코리아 기준)이라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 알았는가?
화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했다. 캐스팅과 텍스트가 화려했고, 처음 대본을 봤을 때도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만큼 '내가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정말 화제가 되고, 나중에는 '국민 드라마', '명품 드라마'라는 타이틀도 붙여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Q. 극중 이재환은 나쁜 모습부터 지질한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분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캐릭터를 처음 만났을 때의 생각은?
처음 제 역할을 보고, 머릿속에 물음표가 2만 개 정도 생겼던 거 같다. 하하. '공중파 드라마인데 이렇게 해도 되나? 수위 조절을 어디까지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길거리에서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너무 작품에 나올 것 같은 사람이 아닌 우리 사회에 존재할 것만 같은 사람을 그리고 싶었다. 악역이어도 진부하지 않고, 공감이 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려 했다. 또한 캐릭터의 팔자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재환의 팔자는 보통이 아니다. 죽을 고비도 4번이나 넘긴다. 재벌이지만 불쌍했다.
Q. 이재환은 반전의 키를 잡은 인물이다. 처음부터 이런 역할인 줄 알았는가?
전혀 몰랐다. 작가님들이 워낙 치밀하게 글을 써서 저희들도 14회부터는 다음화가 너무 궁금했었다. 시청자의 마음으로 봤고, '드디어 이재준(최원영 분)을 잡는구나'라고 생각해 통쾌했다.
Q. 촬영하며 기억에 남는 신이 있다면?
너무 많다. 버스가 전복되는 신이 있는데, 슬로 모션과 CG가 더해진 장면이었다. 그걸 찍을 때 카메라 감독님들의 기술이 대박이라는 걸 느꼈다. 두 분이 레일을 설치하고 카메라를 밀고 받으며 촬영했고,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10번 정도 찍었다. 그런데 그때 제가 안경을 썼었는데, 날아가지 않았다. 버스가 8번 굴렀는데 안경이 안 날아가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다시 촬영했다. 그리고 방송을 보는데, 안경이 날아가는 장면이 나와서 정말 뿌듯했다. 하하.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Q. 이번 작품에선 피를 흘리거나, 아픈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분장의 힘을 많이 빌렸을 것 같다.
분장팀이 정말 고생했다. 정말 감사하다. 피를 흘리는 장면도 많았고, 유리 파편이 박힐 때, 멍 자국, 다크서클, 병든 모습까지 쉬운 분장이 없었다. 거기다가 같은 장면을 다음날까지 이어서 찍게 되면 똑같은 분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었다.
Q. 작품 후반부에서는 초반보다 여윈 모습이었다. 다이어트도 감행했는가?
그때는 일부러 물도 안 마셨다. 입술도 원래 잘 트는데, 일부러 내버려 두기도 했다. 사실 살은 대본이 나오기 전까지는 빼야 할지 몰랐는데, 5일 전쯤 '빼면 좋을 것 같다'는 뒷뜸을 받아서 단기간에 3kg 정도 감량했다.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면서 거의 안 먹었다. 떡볶이, 라볶이, 순대 같은 것도 너무 좋아하고, 야식 마니아인데, 그런 것들도 먹지 않았다.
Q. 연기를 하며 비주얼적인 측면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가?
항상 캐릭터와 상황에 맞는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왔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났는데, 풀 메이크업이 돼있는 등의 이질감이 드는 모습은 역할에 방해 요소라고 생각한다. 인물의 상황과 그에 맞는 이미지가 일치해야 신빙성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도 버스에서 8번 구르는 장면을 촬영하며, 헤어스타일을 일부러 떡지게 망가뜨렸다. '8번 구른 상황에서 헤어스타일은 단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픈 장면에서도 더욱 진한 다크서클을 요청하기도 했다.
Q. 이번 작품은 긴장감 넘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실제 현장 분위기는?
재미있었다. 감독님이 분위기 메이커였다. 자신의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 판을 마련해주신 거 같다. 스태프들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현장이었지만,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웃기도 하고, 격려도 했다.
Q. 배우들 간의 호흡은?
이번 작품에는 베테랑 선배들이 많았다. 그런데 제가 실제로 형도 있고, 형들을 너무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남궁민 선배도 처음 만난 병원신에서 "'애가 너무 착하네. 이재환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촬영을 마치고 "너 진짜 싸가지 없구나"라고 했다. 하하. 처음엔 저를 모르니까 기대 반, 걱정 반이었겠지만, 그 촬영 이후에는 믿음이 생겼고,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Q. 차갑고, 욕망 넘치는 역할을 주로 연기한 것 같다. 로맨스에 대한 욕심은 없는가?
인생에 로맨스가 없는 것 같다. 하하. 악역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생긴 것과 성향이 달라서 로맨스는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하.
Q. 박은석이 말하는 스스로의 성향은 어떤지 궁금하다.
원래 제 성향은 남자 같다. 생긴 건 지질해 보이고, 뺀질이 느낌도 있다고 하는데, 묵직한 면도 있다. 무대에서는 주인공의 사건을 깊게 보여주는데, 그런 연기를 주로 하다 보니 강하게 성향이 설립된 거 같다. 때문에 제가 로맨틱한 대사를 치는 게 느끼하게 보이기도 하는 거 같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가벼운 로맨스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Q. '닥터 프리즈너' 촬영과 연극 '어나더 컨트리' 연습을 병행했을 텐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맞다. 연극이라는 건 최소 6주에서 8주 동안 계속 연습을 한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연극이랑 드라마 병행해왔고, 무대가 더 익숙하다 보니 이번에도 병행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으로 진행했다. 그래서 촬영 현장에서도 대본을 보며, 연극 대본도 보고, 이동하며 외우는 등 짬을 틈틈이 내서 연습을 했다. 완전히 순조롭진 않았지만, 세상에 안 되는 건 없는 거 같다. 앞으로도 무대에 계속 오르고 싶다.
Q. 다양한 연기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효도를 하고 싶었다. 그 시작으로 시작한 여정이 여기까지 온 거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물론 호강을 시켜드리고 있지만, 부모님을 1년에 한 번밖에 못 보고 있다. 부모님은 미국에 계시고, 1년에 많아봐야 2번 정도 본다. 2~3년 전부터 이동 시간도 길고, 저도 미국에 가면 제 또래 친구들이 결혼하고 만날 시간이 없어서 여행하고 싶은 곳에서 부모님과 만나고 있다.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다. 2년 전에는 로마에서, 그 다음 해에는 캐나다에서 만났다. 올해는 아직 생각 중이다. 1년에 한 번씩 보는 게 원동력인 거 같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지금은 40세가 될 때까지 이런 페이스를 유지하고 싶다. 제가 탄 배는 어떤 목적을 갖고 떠났고, 이제 기류를 타고 가면 될 거 같다. 40세가 넘어서는 미국에 가서 도전하고 싶은 바람이다. 제가 가진 백그라운드를 활용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그 순간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 같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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