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안나 카레니나’ 윤공주 “늦은 합류, 힘들단 생각도 못 하고 연습했어요”
[Z인터뷰] ‘안나 카레니나’ 윤공주 “늦은 합류, 힘들단 생각도 못 하고 연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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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윤공주 (사진=오치화 기자)
▲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윤공주 (사진=오치화 기자)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이렇게 갑작스럽게 생각지도 못했던 작품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힘들단 생각도 못 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연습했어요”

조금은 늦고, 갑작스러운 합류였다. 하지만 차지연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하차하게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 윤공주가 타이틀롤로 참여한다는 소식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의 대 문호 톨스토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다. 러시아의 유명 뮤지컬 프로덕션 ‘모스크바 오페레타 씨어터’의 작품으로 국내에는 지난해 처음으로 소개됐다. 당시 국내 첫 러시아 뮤지컬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 만큼 늦은 합류로 인한 부담감과 걱정 또한 컸을 터다.

윤공주는 “오히려 공연 올라가고 나니까 더 부담감이 느껴져요”라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뮤지컬 ‘아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맨 오브 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를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한 윤공주이기에 이번에도 해낼 수 있으리라는 것을.

▲ 윤공주 (사진=오치화 기자)
▲ 윤공주 (사진=오치화 기자)

Q. 작품에 조금 늦게 합류했다. 힘든 점은 없었나.
전작 ‘지킬 앤 하이드’를 주 3, 4회 공연했다. 그래서 4월을 여유 있게 보내려고 했다. 올해 가기 전에 학원 등록하고, 영어공부하고... 그런데 갑작스럽게 일요일에 전화받고, 월요일에 미팅하고, 화요일에 계약하고, 수요일에 프로필 사진 촬영하고, 목요일에 첫 연습을 가게 됐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생각지도 못했던 작품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물론 연습 기간이 한 달 정도는 됐지만 그래도 보통 다음 작품 한다고 하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작품에 임한다. 이 작품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터라 힘들단 생각도 못 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연습했다. 주인공이다 보니까 해내야 하는 노래와 드라마적인 부분도 많았다. 우선은 하고 있는 공연이 최우선이었다. 이 연습하느라 공연 컨디션에 지장 주면 안된다는 생각에 마음껏 할 수도 없었다. 최대한 다른 방법으로 풀어서 하려고 했다. 오히려 연습 땐 힘든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열심히만 했다면, 오히려 공연하고 나니까 더 부담감과 힘듦이 느껴진다. ‘관객에게 공감대 형성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구나. 그래서 더 내가 해내야 하는 게 많구나’라고 매회 공연하면서 느끼고 있다.

Q. 뛰기도 하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장면도 많다. 힐 신고 드레스 입고 힘들지 않은지.
내가 원래 잘 뛰기로 유명하다. 그나마 잘 뛰는 편이다. 드레스가 페티코트가 없고 뒤가 엄청 길다. 그래서 내가 안 밟아도 다른 사람이 드레스를 밟아서 휘청거릴 때도 있다. 어제도 내가 밟아서 살짝 휘청거렸다. 조금 힘든데 그만큼 아름답다. 드레스가 너무 예뻐서 그냥 열심히 예쁜 것 잘 표현하려고 한다.

Q. 러시아 뮤지컬만의 특징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나.
엄청 화려하고 웅장하다. 19세기 고전미가 그대로 담겨있는 무대인데 가장 현대적이다. 그만큼의 퀄리티 있는 LED 영상을 사용하는 작품은 많이 보지 못했다. 세련된 무대라고 생각했다. 무대 옮기는 게 다 보여서 ‘뭐야’ 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그게 더 좋다. 무대 만들어가는 게 다 보이면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 윤공주 (사진=오치화 기자)
▲ 윤공주 (사진=오치화 기자)

Q. 실제로는 미혼이다. 어떻게 모성애를 표현하고 있나.
고스란히 그 시간, 그 장소에선 안나로 보이길 원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 중에 하나다. 배우가 다 경험을 해야만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엄마로서의 안나는 진짜 아들이라고 상상했다. 소현 언니는 정말 엄마니까 언니의 연기를 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어제 공연에서도 너무 울컥해서 노래를 못할 뻔했다. 아역 배우가 안겨서 자는 연기를 하는데 진짜 아들 같은 거다. 자장가를 불러주면 나한테 더 안기는데 진짜 아들이 내 노래를 들으면서 자는 것 같다.

그 순간, 그 상황과 내 역할만 생각하면 당연히 표현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거부감 없이, 엄마가 아니어서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게 한다. 관객이 봤을 때 윤공주가 아니라 그 역할 자체로 보이는 게 숙제 같다.

Q. 어디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나.
안나 자신도 몰랐던 자기의 행복과 자유를 찾은 순간, 그걸 따라가는 것에 포인트를 두는 것 같다. 그게 사랑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그냥 내 삶에서의 내 행복을 찾아가는 거다. 그게 그 시대에는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그 당시에 귀족들이 뒤에서 말하기를 좋아하고, 다 바람을 피웠다고 한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다 똑같은가 보다. 하하. 몰래 연애하고 그랬는데 사실 안나는 그게 아니라 진짜 자기 사랑, 태어나서 처음 느낀 사랑을 위해서 남들이 뭐라 하든 그 사랑을 따라 간 거다. 그건 정말 용기 있는 선택이었고, 감히 누구도 할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세상에 그걸 채워줄 수 있는 건 없다. 결국 안나도 그걸 이겨내지 못하고 죽음이라는 종착역에 간 것 같다.

Q. 연습 과정에서 연출님과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소현 씨와는 따로따로 연습했다. 개개인의 섬세한 감정을 끄집어내려고 계속 반복해서 연습했다. 약속된 그런 행동이 아니라 진짜 내가 느껴서 하는 행동, 리얼하고 섬세한 감정을 끄집어내려고 많이 도와주셨다. 브론스키들도 저희의 감정을 끌어내는 데 도움을 줬다. 우리 작품이 띄엄띄엄한 게 많은데 ‘눈보라’ 신이 안나의 혼란스러움을 잘 보여주다 보니까 그 장면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시간 날 때마다 그 장면만 했다.

▲ 윤공주 (사진=오치화 기자)
▲ 윤공주 (사진=오치화 기자)

Q. 러시아 제외하고 해외 공연은 우리나라가 처음인 공연이다. 어떻게 준비했나.
어려우면 어려울 수 있지만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에겐 연출이 있고 원작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걸 따라가주고 그걸 내가 표현을 잘하면 되는 거다. 그건 똑같은 것 같다. 우리를 끌어주는 연출이나 음악팀을 믿고 따라가면 된다. 내가 이해가 안 가는 건 궁금하면 질문을 하고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내 몫이긴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러시아 작품이어서의 부담감은 없었다. 오히려 노래 스타일이 나한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2막에는 노래라기보단 정말 드라마적인 게 많아서 그런 것도 너무 좋다. 음악 안에 대사를 하는 것 같아서 그 안에서 연기적으로 보여주는 게 좋다.

Q. 관객이 ‘안나 카레니나’를 봐야 하는 이유.
조금은 색다를 수 있는 무대다. 정말 종합예술인 것 같다. 뮤지컬로서는 오페라도 있고 발레, 스케이트 장면도 너무 멋있다. 그 안에서 안나라는 여자의 여정을 통해서 내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단순히 화려하고 이런 작품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 해석들이 많다. 원작 자체가 그렇다. 알면 알수록 귀족과 계층간의 갈등, 정치적 갈등 또한 디테일하게 나오고 작품에서 보이는 것도 많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음악도 좋다. 여름에 딱 봐야 하는 작품이다. 이보다 화려하고 감동이 있는 작품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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