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김성철 ① “학도병들끼리 의지하던 현장, 마음가짐 남달랐죠”
[Z인터뷰]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김성철 ① “학도병들끼리 의지하던 현장, 마음가짐 남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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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김성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김성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디자인=강예슬 디자이너)

[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뮤지컬계의 라이징 스타였던 김성철은 무대에서 한창 입지를 다지고 있을 때 과감하게 매체 진출을 선택했다. 그는 지난 2017년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생계형 범죄자이자 감빵의 백과사전인 법자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영화 ‘배반의 장미’로 스크린 데뷔까지 마친 김성철이 두 번째 주연작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그는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서 에이스 학도병 하륜으로 분해 성필 역의 최민호를 향한 라이벌 의식부터 전우애까지 뛰어난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김성철은 772명의 학도병을 대표하는 얼굴로 나서며 험난했던 전쟁 상황 속 단지 열일곱에 불과했던 어린 소년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담아냈다. 꾸밈없는 그의 연기는 장사상륙작전 당시 학도병들의 현실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진솔한 연기와 함께 스크린을 찾아온 김성철을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이야기부터 연기에 대한 소신까지 아낌없이 털어놓은 인터뷰를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김성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김성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Q. 영화 어떻게 봤나요?
객관적인 사실을 사실대로 잘 표현한 거 같아요. 촬영할 때도 생각하고, 촬영하기 전에도 생각했던 ‘이 사건이 기억되면 좋겠다’는 취지가 영화 속에 잘 드러났어요. 제가 당시 참전했던 사람은 아니지만 69년 전에 그런 일이 있었고, 그분들이 일생을 바치면서 이 사건에 대해 알리고 싶었던 마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Q. 이번 영화에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처음 제의를 받고 곽경택 감독님을 뵌 자리에서, 감독님이 제게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셨어요. 전 처음부터 하륜이 하고 싶다고, 캐릭터가 매력 있다고 말씀 드렸죠. 그랬더니 ‘어디 출신이냐. 사투리를 해야 하는데 괜찮겠냐’라고 하셔서, ‘감독님이 지도해주시면 할 수 있다’고 답했어요.

Q. 경상도 사투리 연습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들었어요.
제 고향은 서울이에요. 그래서 곽경택 감독님이 직접 전체 대사 녹음을 카세트테이프에 해주셨어요. 그걸 들으면서 따라하고, 연습하고, 변형도 해보고, 녹음해서 들어보면서 연습했어요. 연기하는 건 저니까, 최대한 제 옷에 맞게 바꾸면서도 감독님이 해주신 것들을 살리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Q. 감독님이 연기에 주문한 부분이 있었나요?
가장 기본적으로 사투리의 자연스러운 구사를 말씀하셨어요. 그게 조금 어려웠죠. 두 번째는 항상 하이텐션이길 바라셨던 거 같아요. 하륜의 에너지가 저와 굉장히 많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매 신마다 테이크를 적어도 대여섯 번은 갔어요. 그래야 제 에너지가 올라왔거든요. 감독님이 원하시는 하륜은 그런 아이였어요.

Q. 하륜은 승부욕도 강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에요. 실제 김성철 씨 성격과 비슷한가요?
완전히 달라요. 저는 나서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묻어가는 거 좋아해요. 하하. 승부욕은 센데, 열등감처럼 하륜을 지배하고 있는 감정들이 제게는 크지 않은 거 같아요. 저와 싱크로율은 20% 정도? 그래서 좀 어려웠어요. 저는 하륜이 포스 있고, 터프하고 거친 느낌의 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거든요. 그런데 곽경택 감독님이 하륜이 조금 더 날 섰으면 좋겠고, 아이들의 주목을 받거나 관심을 얻는 행동을 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런 것들을 연기하는 게 어려웠던 거 같아요.

Q. 성필 역의 최민호 씨에게 라이벌부터 전우애까지 느끼는 모습이었어요. 실제 최민호 씨와 호흡은 어땠나요?
너무 좋았죠. 민호가 워낙 좋은 친구고, 재미있기도 하고, 더 친해지고 싶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정말 잘 지냈어요. 촬영 중간중간 힘든 부분이나 바라는 점 있으면 스스럼없이 다 이야기할 수 있었고요. 그런 게 정말 어려운 사이인데, 그런 편한 사이가 됐어요.

민호가 항상 저를, 성필의 시선으로 바라봤어요.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저도 배우로서 상대역이 연기할 때 어떻게든 에너지를 주고 싶고, 상대가 편하게 연기하길 바라요. 민호가 항상 그랬어요. 촬영할 때 다른 친구들이 가도 늘 민호가 제 옆에 있어줬거든요. 그래서 정말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갑이지만 배울 점이 참 많더라고요. 민호가 지금 군 복무 중이라 영화를 휴가 나와서 본다고 하는데, 빨리 봤으면 좋겠어요.

▲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김성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김성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Q. 하륜과 성필의 관계 때문에 초반에는 데면데면하게 지냈다고 들었어요.
데면데면 까지는 아니에요. 처음부터 친하게 지내긴 했어요. 촬영하기 전에도 계속 만났거든요. 대신 초반에는 실제로 저희가 싸운 것처럼 장난을 많이 쳤죠. 그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니까요. 민호와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가 아니고,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난 친구라 아무래도 서로에 대한 벽이 있었죠. 그래서 그 장난이 몰입하는 것에 크게 작용했어요. 만약 저나 민호 중 한 명이 젠틀하게 대했다면 대립하는 장면이 리얼하지 않았을 거예요.

Q. 김인권 씨와는 영화 ‘배반의 장미’ 이후 1년 만에 다시 만났어요.
인권 선배님은 워낙 연기도 잘하시고 멋있는 분이에요. 선배님과 리허설을 할 때면 굳이 더 노력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왠지 알 거 같았거든요. 한 작품을 함께 하고 다시 만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더 애틋했어요. ‘배반의 장미’ 때 3주 정도를 밤샘하면서 촬영했거든요. 3주 내내 같이 밤을 새우니까 그만큼 가까워졌어요. 굳이 어떤 얘길 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였어요.

인권 선배님이 사투리를 정말 잘하세요. 선배님도 서울 출신이신데,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시잖아요. 그래서 그 사투리의 중요성을 항상 말해주셨고, ‘어려울 텐데 잘 해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선배님이 예전에 하셨던 것들을 알려주셨죠.

Q. 영화 마지막까지 전투 장면이 있었는데, 촬영 현장이 많이 힘들었을 거 같아요.
체력적으로 엄청나게 힘들진 않았던 것 같아요. 학도병들끼리 함께 있었고, 물에 뛰어드는 장면 같은 것도 같이 찍었어요. 그래서 서로의 눈을 보면서 의지했죠. ‘이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Q. 배우들 간의 호흡은 어땠나요?
정말 좋았어요. 각자 색이 뚜렷한 사람들끼리 영화에 모였어요. 그래서 연기하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리액션도 즐겁고, 형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했죠. 저도 연기하다가 막히는 게 있으면 물어봤고요. 에피소드도 정말 많아요. 바닷가에서 하는 마지막 촬영 날, 저희끼리 바다에 나와서 모래 쌓기 놀이도 하고, 모래도 던지면서 고등학생처럼 놀았어요. 일부러 학도병들 나이처럼 놀려고 한 건 아닌데 그렇게 됐어요. 그만큼 이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랐어요.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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