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뉴스=마수연 기자] 뮤지컬계의 라이징 스타였던 김성철은 무대에서 한창 입지를 다지고 있을 때 과감하게 매체 진출을 선택했다. 그는 지난 2017년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생계형 범죄자이자 감빵의 백과사전인 법자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영화 ‘배반의 장미’로 스크린 데뷔까지 마친 김성철이 두 번째 주연작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그는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서 에이스 학도병 하륜으로 분해 성필 역의 최민호를 향한 라이벌 의식부터 전우애까지 뛰어난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김성철은 772명의 학도병을 대표하는 얼굴로 나서며 험난했던 전쟁 상황 속 단지 열일곱에 불과했던 어린 소년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담아냈다. 꾸밈없는 그의 연기는 장사상륙작전 당시 학도병들의 현실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진솔한 연기와 함께 스크린을 찾아온 김성철을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이야기부터 연기에 대한 소신까지 아낌없이 털어놓은 인터뷰를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
Q. 뮤지컬 무대에서 오래 활동하다가 매체로 넘어왔어요. ‘내가 매체 활동을 하는구나’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나요?
당연히 스크린이나 TV를 봤을 때 ‘내가 매체 활동을 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요. 무대는 저를 볼 일이 없거든요. 무대는 한정판이고, 그날 한정이에요. 대신 영화나 드라마는 촬영한 작업물이라 그걸 볼 수 있죠. 그 차이가 가장 큰 거 같아요.
최근에 박해수 형을 만나서 이야기했는데, 형이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다시 봤다고, 너무 좋다고 말하셨어요. “그때는 촬영하느라 정신없어서 못 챙겨봤는데, 다시 보니까 정말 좋고 그때 생각도 나고, 느낌이 이상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런 거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는 기록이 남잖아요. 그만큼 찾아보기도 쉽고요.
Q. 최근 2년 만에 뮤지컬 복귀작이 발표됐어요. 무대와 매체는 계속 병행할 계획인가요?
2년 동안 드라마와 영화를 열심히 달렸고, 그만큼 무대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카메라 앞에서 더 떳떳해지고 싶어서 무대를 못 갔죠. 카메라와 더 친해져야 하고, 사용되는 언어나 연기하는 모습을 더 많이 배워야 했거든요. 물론 무대도 많이 배워야 하는 분야지만, 그때는 조금이나마 무대를 알 거 같았어요. 그러다보니까 무대에 대한 마음이 있으면서도 매체에서 좋은 작품을 계속 하게 됐죠.
사실 2년 동안 열심히 달리면서 조금 지쳤어요. 저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많이 없던 거 같아요. 공연은 연습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많아요.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과 계속 부딪히면서 하는 거라서요. 거기서 오는 좋은 에너지가 필요했어요. 연말에는 따뜻한 곳에서 일하고 싶었고요. 하하. ‘장사리’ 촬영 때 정말 추웠거든요. 공연장은 따뜻하잖아요. 그런 바람들이 있었는데, 기회가 생겨서 정말 감사하죠. 짧지만 긴 2년 반을 지나고 무대에 서는 게 굉장히 설레고, 걱정도 많이 돼요. 제가 대단한 배우도 아니라, 복귀작이라는 표현도 부담스러워요. 하하. 저는 꾸준히 작품도 했는데, 마치 아무 것도 안 하다가 공연하는 것처럼 들리고요.
Q. 김성철 씨를 오래 좋아한 팬들은 무대에서 못 보는 걸 아쉬워하기도 해요.
제 모습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제가 무대에 서지 않는 것에 속상해하시는 걸 저도 알아요. 하지만 저도 배우로서 하고 싶은 일들이 있고,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많아요. 그리고 길게 보면, 매체를 병행하면서 연기도 더 오래 할 수 있고요. 팬분들이 꾸준히 작품을 보시고, 공연을 사랑하신다면 언젠가 무대에서 저를 만나게 될 거예요.
Q. 김성철 씨처럼 무대와 매체를 병행하는 선배들이 많아요. 그 중 롤모델이 있나요?
어릴 때부터 롤모델이 누구라고 말한 적은 없어요. 저는 제 길이 있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항상 똑같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에요. 각자 매력이 다르니까, 선배님들처럼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조정석 선배님이나 조승우 선배님처럼 하고 싶어요. 두 분 다 계속 매체와 무대를 병행하시니까요. 최근에는 그렇게 병행하시는 모든 선배님들이 다 제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Q. 관객에 따라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이 지나치게 애국심을 고취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저희는 신파로 가지 않았고, 신파적인 부분을 강조한 것도 아니고, 객관적인 사실을 주로 열했어요. 어떤 감동을 주기 위해 일부러 장면을 만드는 대신, 그때 이런 아이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 거죠. 이 영화가 애국심을 자극한다고 받아들여지는 건 저희의 손을 떠난 거 같아요. 판단은 주관적인 부분이고, 저희는 객관적으로 풀려고 많은 노력을 했으니까요. 저는 애국심을 떠나서 ‘장사리에서 69년 전에 저런 일이 있었구나’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Q.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나요?
이 역사에 대해 아는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장사상륙작전에 이런 일이 있었구나’라고요. 인천상륙작전은 다들 너무나도 잘 알잖아요. 이번 영화로 인해 많은 분들이 장사리에서 있던 일, 학도병 772명을 포함한 명부대원들이 애써서 나라를 지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길 바라요.
Q. 영화의 관전 포인트를 고르자면요?
빠른 전개와 부담스럽지 않은 스토리인 거 같아요. 곽경택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거든요. ‘이 영화는 작지만 크다고. 작은 얘기지만 단단하고 큰 이야기’라고요. 규모가 작은 전투였고, 작은 인원이었지만, 적은 인원으로 말도 안 되는 작전을 펼친 굉장히 큰 얘기거든요. 관객 분들이 이해해주시고 마음 깊이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Q.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 참여하게 될 텐데, 특별히 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액션이나 스릴러를 항상 하고 싶어요. 그런 장르는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서요. 자신 있는 장르는 잘 모르겠어요. 하하. 어떤 분야든지 잘하고 싶거든요. 작년에 ‘투 제니’라는 음악 드라마를 찍었는데 음악이 주는 효과가 꽤 좋더라고요. 다시 뮤지컬 영화 장르가 제작된다면 꼭 하고 싶어요.
Q. 관객들이 김성철이라는 배우를 떠올렸을 때,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요?
느낌 좋은 배우, 편안할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그런 배우였으면 해요. 저는 수식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특별한 색 없이, 모든 색을 다 입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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