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리의 1열중앙석] '아가사',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웰메이드 반전 뮤지컬
[임유리의 1열중앙석] '아가사',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웰메이드 반전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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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1926년 영국에서 당대 최고의 추리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영국 전역에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단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열 하루 후, 기억을 잃은 채 한 호텔에서 머물고 있는 그녀가 발견되었다.

뮤지컬 '아가사'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그녀가 사라졌던 열 하루 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입체적인 영상과 2층 구성의 무대 세트 그리고 조명이 어우러져, 현재와 과거, 현실과 소설 속을 오가는 작품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이에 화려한 가창력으로 표현되는 중독성 있는 넘버와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더해져 신비롭고 기이한 분위기의 작품 속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작품은 1953년 표절시비로 재기불능이 된 작가 레이몬드 애쉬튼의 꿈 속으로 시작된다. 그는 악몽에 시달리던 중 어린 시절의 잊어버린 기억에 대해 떠올리게 되고,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완성 소설 '미궁 속의 티타임'을 발견하게 된다. 의문을 가진 그는 아가사에게 편지를 보내고, 아가사는 그녀의 60번째 소설 출간을 기념하는 파티에서 레이몬드의 편지를 받게 된다. 레이몬드와 아가사는 편지를 주고 받으며 잊고 있었던 27년 전 아가사의 실종 당일로 여행을 떠난다.

그 날 저택을 떠난 아가사의 앞에는 독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수수께끼의 남자 로이가 나타난다. 그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아가사를 유혹에 빠뜨리며, 집필중인 그녀의 소설 '미궁 속의 티타임'에 관여하기 시작한다.

한편, 저택에서는 그녀가 실종된 후 발견된 미완성 소설을 단서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그녀의 실제 주변 인물 아치볼드, 폴, 뉴먼, 베스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작품은 아가사의 실종에 관한 수사, 그리고 저택을 떠난 아가사와 그 앞에 나타난 로이, 그리고 아가사가 집필 중인 소설 속과 아가사가 저택을 떠나기 전의 상황을 긴박하게 오가며 탄탄한 구성과 치열한 심리묘사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대극장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늘어난 러닝타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가사 역을 맡은 최정원은 연륜이 뭍어나는 노련한 연기와 안정적인 가창력으로 아가사의 분노와 고통, 아픔에 대해 노래한다. 로이 역을 맡은 윤형렬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미스터리한 남자 로이를 관객을 압도하는 폭발하는 가창력과 함께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뿐만 아니라, 레이몬드 역의 정원영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귀엽게 수사를 이끌어가며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그 밖에도 아가사 역의 이혜경, 로이 역의 강필석, 김재범, 레이몬드 역의 슈퍼주니어(SUPER JUNIOR) 려욱, 박한근, 주종혁(라이언)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이 포진해 있어, 각 배우들의 조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궁금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댄싱9의 우현영 마스터가 예술감독 및 안무를 맡았는데 그 때문인지 무대 위 배우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심플하게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세련된 안무는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프롤로그에서 등장하는 무대 양 사이드에 위치한 배우들은 무대 위 하나의 오브제처럼 느껴지며, 작품 전반적으로 흐르는 기이한 분위기에 톡톡히 기여한다. 뿐만 아니라 아치볼드, 폴, 뉴먼, 베스 사이에서 책이 움직이는 것을 표현한 부분도 어찌보면 직접적이고 단순하지만 매우 인상적이다.

전체적인 요소가 짜임새 있게 구성된 뮤지컬 '아가사'를 보면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발전이 놀랍다. 이처럼 작품성과 완성도를 갖춘 창작 뮤지컬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초연과 재연을 거쳐 더욱 성장할 '아가사'를 기대해본다.

뮤지컬 '아가사'는 5월 1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이주희 기자 joohee@zenithnews.com / 아시아브릿지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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