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현장] 4개의 공간-대본-공연, ’더 헬멧’ 지금까지의 연극은 잊어라(종합)
[Z현장] 4개의 공간-대본-공연, ’더 헬멧’ 지금까지의 연극은 잊어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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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대학로의 흥행 콤비 지이선 작가-김태형 연출이 또 한번의 파격적인 공연을 내놨다. 4개의 공간, 4개의 대본, 4개의 공연이 진행되는 연극 ‘더 헬멧’이 바로 그것이다. 

연극 ‘The Helmet(더 헬멧)-Room’s Vol.1’(이하 ‘더 헬멧’)의 프레스콜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김태형 연출과 지이선 작가를 비롯해 배우 이석준, 정원조, 정연, 손지윤, 양소민, 한송희, 이호영, 이정수, 김도빈, 윤나무가 참석했다. 

‘더 헬멧’은 공간을 구분하는것에서부터 시작한 연극이다. 김태형 연출의 말에 따르면 형식을 먼저 구상하고, 그에 맞는 이야기를 담았다. 하나의 무대는 스몰 룸, 빅 룸이라는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관객은 벽을 사이에 두고 분리된 공간에서 서로 다른 극을 보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태형 연출과 지이선 작가는 ‘하얀 헬멧’을 키워드로 작품을 통해 두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이에 4개의 공간, 대본, 공연이 탄생했다. 대한민국 서울의 ‘백골단’과 시리아 알레포의 ‘화이트 헬멧’은 같은 하얀 헬멧을 썼지만 사람을 죽이거나 살리는 상반된 의미를 담고 있다. 

지이선 작가는 “처음에 방 두 개를 가지고 해보자는 얘길 들었을때 새로운 실험이니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애정을 가진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화이트 헬멧’에 대해 쓰고 싶다고 했다. 김태형 연출이 그럼 같이 묶어서 백골단으로 가보자고 했다”라고 두가지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어 지이선 작가는 “우리는 모두 마음 안에 헬멧을 갖고 있다. 그 헬멧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가치를 갖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다를 수 있다. 화이트 헬멧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쓰는 헬멧이고, 백골단 이야기는 폭력과 억압의 상징이다. 우리 모두 그 헬멧에 대해 같이 생각하고, 나아갈 지점에 대해 같이 생각하고자 헬멧에 대해 다루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라이선스 공연인 ‘트릴로지’ 시리즈를 통해 색다른 공간 운영을 하는 연극을 만나본 배우들은 이번 공연이 실험적, 파격적이라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배우 이석준은 “너무 새로운 시도다. 관객들을 너무 코앞에서 만나는 기쁨과 내가 하는것에 대한 모든 반응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난 이제 연극을 모르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공간, 시간, 모든걸 초월하는 연극이 나온것 같아서 반갑고 흥분된다. ‘트릴로지’ 시리즈에서 영감을 얻어서 공간을 나누는 생각을 했다고 하지만 모두 생각해보지 못한 공연이라 굉장히 의미 있다”고 칭찬했다. 

윤나무는 “다른 방과 싱크가 굉장히 잘 맞아야 한다. 배우들, 스태프, 연출, 작가를 전적으로 믿고 완전히 신뢰해야 한다.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카포네 트릴로지’보다 더 파격적인 공연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 헬멧’의 공간은 벽을 통해 두 개의 방으로 분리돼 있다. 하지만 두 공간을 분리한 벽은 때에 따라 열리거나, 가려졌던 부분이 사라지면서 건너편 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극 중간중간 볼 수 있다. 이는 극에서 일어나는 어떤 사건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며, 보다 극적이고 사실적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한다. 

이에 대해 김태형 연출은 “맞는 부분은 연습을 통해 맞추는 거다. 하지만 몇몇군데는 안전장치를 둬서 이 음향이 들리게 되면 점프를 한다거나, 이 음향이 들려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게 있다. 노래를 부를 때도 있고,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대사도 준비돼 있다. 완충 작용을 할 수 있게 마련해놨다. 무조건 맞춰서 가자고 하는 부분도 있다. 여러가지 방식으로 싱크를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공연을 뒤집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다. 명불허전 대학로의 믿고 보는 명콤비 지이선 작가-김태형 연출에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오는 3월 4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한다. 

 

사진=아이엠컬처